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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수배
김홍철
소설
신국판/320쪽
2020년 11월 30일
979-11-5860-912-2(03810)
13,000원

■ 작가의 말

 

1991년 이형호 유괴 살인사건, 1998년 사바이 단란주점 살인사건, 2004년 광주 여대생 테이프 살인사건, 2008년 부산 청테이프 살인사건 등은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미제사건들이다. 이 사건들은 현재까지도 범인이 누구인지 모른다. 사바이 단란주점 사건의 경우 피해자 중 한 명이 극적으로 살았고, 범인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진술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범인의 윤곽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범인이 누구인지 모르니 검거가 힘들다.
한편 범인이 누구인지 알아도 소재를 파악하지 못하여 검거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해마다 경찰청에서는 이런 극악무도한 범죄자들을 모아서 6개월마다 정보를 갱신하여 공개수배하고 있다. 이들의 사진과 신상정보를 간략하게 모아 전단지를 만들어 전국 곳곳에 배포한다. 이것을 중요지명피의자 종합 공개수배라고 부른다.
실제로 이 전단지를 보고 시민들이 제보하기도 하며, 도주 중인 피의자는 심리적 압박감을 느끼고 자수를 하기도 한다. 현재 중요지명피의자 명단 1번으로 올라와 있는 황주연의 경우는 12년이 넘도록 도주 행각을 이어가고 있다. 황주연은 2008년에 자신의 전처를 공개된 장소에서 끔찍하게 살해하고 도주한 인물로 그의 이야기는 SBS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에 방송되기도 했다.
『공개수배』에도 여러 건의 살인사건이 등장하는데 이들 대부분은 놀랍게도 실화다. 실화를 바탕으로 약간의 소설적인 허구를 가미시켰다.
영화나 소설 속에서나 있을 법한 일들이 우리 주위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
이런 흉악범들을 추적하는 형사들의 고통과 어려움이 잘 드러나도록 쓰고 싶었는데 생각처럼 되지 않았다. 작품의 흥미를 생각하느라 정작 중요한 부분을 간과한 것은 아니가 하는 아쉬움이 있다. 또한 범인을 잡기 위해 수사에 임하는 형사들만이 아는 남모르는 고충과 애로사항 등을 자세하게 담지 못한 아쉬움도 있다.
작품 속에서는 수사 단서가 나오면 쉽게 범인을 검거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 CCTV에 범인이 찍혀도 검거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나 역시 그런 경험이 있다. 교통사고조사계에 근무할 당시 주차된 차를 충돌하고 도주한 사건을 배정받은 적이 있다. 그때 피해자가 용의차량의 종류와 차량번호까지 선명하게 찍힌 CCTV 영상을 제출했다. 하지만 차적조회를 해보니 동일 차량이 나오지 않아 범인을 검거하지 못했다.
결국 그 사건은 피해자에게 수사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기소중지로 마무리했다. 피해자가 처음에는 엄청 화를 내었지만 내가 계속 현장에 나가 탐문수사 등을 하며 열심히 수사했다는 사실을 인정해주어 다행히 조용히 넘어갔다. 이처럼 증거가 있어도 범인을 잡지 못하는 황당한 때도 있다.
작품 속에서 주인공이 최면을 통해 범인을 밝혀내고 검거한다. 마치 판타지 소설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 일선에서는 최면 수사가 널리 이용되고 있다. 이 기법을 ‘법최면’이라고 한다. 법최면이 가장 널리 이용되는 예는 뺑소니 교통사고의 목격자를 찾을 때와 미성년자들이 성범죄를 당했을 경우다. 어린 아동들은 아픈 기억을 빨리 잊는 경우가 많다. 이때 법최면을 통해 그 기억을 되살려 범인을 추려내기도 한다.
나는 경찰 영화를 엄청 좋아한다. 특히 2017년에 개봉한 ‘범죄도시’라는 영화는 보면서 감탄을 연신 하였다. 가끔 영화처럼 피의자를 흠씬 두들겨 패고 싶을 때가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옷을 벗어야 하기에 최대한 감정을 누르고 사건 처리를 한다. 그래서일까 내가 하지 못하는 것을 시원하게 해결하는 경찰 영화를 보며 대리만족을 느낄 때가 많다. 그러나 어떤 영화들은 현실과 많이 동떨어져 작품에 몰입하기가 힘들다. 경찰 영화 속에서 주인공은 혼자 영웅처럼 돌아다니는데 절대 형사는 혼자 다니지 않는다. 항상 두 사람이 짝을 이뤄 다닌다. 이 작품에서도 김원우와 이지혜는 함께 수사한다. 혼자라면 절대 범인을 검거하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범인 검거하는 과정을 최대한 몰입할 수 있도록 사실적으로 담으려고 노력하였지만, 다시 읽어보니 판타지 소설 같다. 살인 그 자체가 평범한 이들에게는 현실적이지 않아서이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실제 일어난 살인 사건과 변사 사건들을 각 지방경찰청에서는 각종 사례집을 만들어 소개하고 과학수사 요원들에게 배포하고 있다. 학술세미나를 개최하여 해당 사건의 수사에서 잘된 점과 잘못된 점들을 고찰하여 후배 수사관들에게 교훈을 주고 있다. 이 작품에서 일어난 사건과 수사 기법들은 범죄분석자료집과 각종 사례집을 참고하여 일반인들도 뉴스나 시사프로그램을 통해 접했던 살인 사건들을 각색하였음을 밝히는 바이다.

 

■ 본문 중에서


-프롤로그
내부를 연결하는 복도가 보였지만 안으로 들어가기가 꺼림칙하고 싫었다. 악취 때문이다. 생선 썩는 냄새가 집 안 곳곳에서 났는데 초겨울이 아니었으면 외부까지 풍겼을 것이다. 더럽고 악취 나는 집에서 몸을 돌리려 하자 강한 바람이 등을 떠밀 듯이 불어왔다. 마치 안으로 들어가라고 하는 것처럼. 그때 아주 희미한 소리가 들렸다. 여러 명의 여성이 동시에 울부짖는 소리 같았다. 이런 곳에 사람이 있을 거 같지 않았지만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내부로 들어갔다.
그리고 방 같지 않은 방에 문을 열자 김원우는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보게 되었다. 칼을 든 남자가 젊은 여성의 등 뒤에서 서 있었다.
김원우는 눈앞에 있는 왜소한 남자를 찬찬히 살펴보았다. 쉽게 제압할 수 있는 상대로 보였다. 칼을 들고 있지만, 전혀 위협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인질이 있어 그게 걸린다. 남자의 손에 힘이 들어가자 날카로운 칼날이 젊은 여성의 목 끝에 천천히 들어가는 게 보였다. 그가 칼끝을 그녀의 목젖에 지그시 누르며 웃음을 지었다. 소름 돋는 미소다. 그녀의 얼굴은 이미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다.
“엄마. 엄마가 보고 싶어요. 제발 집에 보내주세요.”
이 목소리. 목소리의 주인공이 바로 그녀였다. 환청이 아니었다. 그녀는 며칠간 감금되었는지 마치 로힝야족 난민처럼 보였다. 짧은 치마를 입어 가는 다리가 보였는데 발목에 굵은 쇠로 된 개 줄이 묶여 있었다. 개 줄에 묶인 발목에서 붉은 선혈이 흐르고 있었다. 상처 입은 지 얼마 안 되었다.
김원우가 침착하게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자. 제 말을 들으세요. 제 말을 들으면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정말로 편안해집니다. 마음이 편안합니다. 당신은 이제 서서히 칼을 내려놓습니다. 칼을 내려놓으면 마음이 한없이 편안합니다. 제가 셋을 세면 칼을 내려놓습니다. 하나, 둘, 셋.”
김원우가 엄지와 중지 손가락을 튕겨 ‘딱’ 소리를 내었다. 선생님의 말씀을 잘 듣는 초등학생처럼 남자가 칼을 천천히 여성의 목에서 떼었다.
땡그랑!
칼이 시멘트 바닥에 떨어지며 쇳소리를 냈다. 위기를 아슬아슬하게 넘겼다. 달려가서 제압할까? 몸에 잔뜩 힘을 주자 광배근이 넓어지는 게 느껴졌다.
완력이라면 자신 있다. 이 순간을 위해 단련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보이지 않는 그의 다른 손이 부담스럽다. 무엇을 지니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왜 바지에서 손을 빼지 않는 거야?
김원우가 목소리 톤을 낮추고 기도하듯이 말했다.
“이제 무릎을 꿇으세요. 무릎을 꿇으면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남자가 천천히 한쪽 무릎을 구부렸다. 하지만 주머니에 오른손은 그대로다. 오른손을 빼게 만들고 싶었다.
“두 손을 깍지 끼고 머리 위로 올립니다. 엄마 품속에 있는 것처럼 편안합니다.”
그가 무릎을 꿇으려다 ‘엄마’라는 단어에 얼굴이 흉악하게 일그러졌다.
아차! 김원우는 그가 엄마를 두려워하고 증오한다는 사실을 순간 깨달았다. 바지 주머니에 감춰져 있던 오른손이 날카로운 송곳과 함께 올라왔다. 그러자 그의 손등에 선배와 그토록 찾던 문신이 보였다.
맙소사, 그가 ‘제이(J)’라니.

 

-최면공연
공연장은 마치 서커스장 같았다. 무대가 전면에 위치하지 않고 중앙에 배치되어 있었다. 무대를 중심으로 관객들이 둥글게 원형으로 앉아 관람하도록 꾸며져 있었다.
특이하게 관람석은 바둑알처럼 검은색과 흰색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김원우가 표를 확인하니 나열 21번 좌석이다. 의자가 흰색이다. 무대와 너무 멀지 않은 중간 정도 위치다.
공연에 대한 기대는 하지 않았다. 어차피 공짜 표이기에 조금만 재미있으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작은 재미를 느끼면 충분했다. 요즘 그의 인생은 따분하고 지루했다. 그 지루한 인생을 모처럼 즐기고 싶었다. 그게 여기 온 가장 큰 이유였다.
공연장에 사람들이 점점 채워졌다. 공연 시간이 가까워지자 빈자리가 없어졌다. 곧 공연이 시작하려는지 무대가 어두워졌다. 마치 극장에서 영화가 시작되기 직전처럼 말이다.
무대가 점점 밝아지더니 한 남성이 무대 중앙에 나타났다. 그는 젠틀하게 자신의 몸에 딱 맞는 검은색 슈트를 차려입었다. 김원우는 그가 마술사 같다고 생각했다.
“반갑습니다. 최면술사 김도성입니다. 한국에서는 첫 공연이라 낯설고 무척 긴장되고 떨립니다.”
관람객 모두 같은 생각을 했다.
‘한국에서는 공연을 처음 하나 보네. 재미없지 않을까?’
“여러분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이 공연을 보러 오셨을까요? 아마도 최면에 관심이 있어서 오신 분과 어떤 공연인지 궁금해서 오신 분들로 나누어져 있을 겁니다.”
김도성은 모든 관람객을 둘러보기 위해 몸을 천천히 360도로 돌렸다. 한국에서의 첫 공연이라고 하는데 전혀 두려워하거나 당황하지 않았다. 그의 행동은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작가의 말

 

프롤로그
경찰 김원우
최면공연
김순희
망치귀신 박인식
과수반 이지혜
목격자 티라노사우루스
수사의 시작
망치귀신의 검거
최면수사의 시작
미제사건수사팀
은평구 여대생 살인사건
목격자 방문식
방문식의 증언
김순희와 희생양
한밤중의 교통사고
뺑소니 사건의 전말
제이(J)
피해자의 시그널
박소영 살인사건
김순희가 왜 여기에
좁혀오는 수사망
박현주라는 이름
형사
수색
점점 가까이
제이의 정체
화재 사건의 전말
검거 그 후
에필로그

김홍철

 

김홍철은 고향이 여수이며, 중학교 재학시절 학교 일진으로 통하는 문제아였다. 그를 아는 동창생들은 그가 경찰관이라는
사실을 지금도 믿지 못할 정도로 당시에 대단한 문제아였다. 20대 중반의 늦은 나이에 경찰관이 되려고 노력한 끝에 29세의 나이로 경찰에 입직하게 되었다. 2016년 9월 28일 중요범인검거 유공으로 경위로 특별 승진하였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지역의 청소년들을 선도하고 희망을 주는 강의도 한다. 공부가 싫은 청소년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나누며 포기하지 않으면 실패가 아니라고 말한다.
2017년 저술한 경찰입문을 위한 안내서 『나는 형사가 되고 싶어요』는 2018년 9월 대한민국 경찰청 블로그에 경찰 관련
추천 도서로 소개되기도 하였다.
현재 광주지방경찰청에 근무하며 오늘도 평범한 사람들의 소중한 일상을 지켜주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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