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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교수와 전설의 의대생
김명주
소설
신국판/320쪽
2020년 11월 30일
979-11-5860-907-8(03810)
13,000원

■ 프롤로그

 

가혹한 악마 교수와
집념의 학생
그들은 무엇을 위해 싸웠으며
최후의 승자는 누구인가?

 

■ 본문 중에서


-희망찬 3월의 아침,
동하는 새 학년에 대한 설렘을 안고 하숙집을 나와 학교로 향했다. 발걸음은 가벼웠으며 그 유명하다는 황 교수에 대한 궁금함과 기대감으로 마음이 한껏 부풀어 있었다.
첫 시간이 황 교수 담당이었다.
해부학 주임교수 황유진.
도대체 어떻게 생긴 인물이란 말인가? 의과대학 교수들치고 악명을 떨치지 않는 인물이 없다지만 황 교수는 그중 가장 악명이 높은 교수였다. 의과대학의 살아있는 전설이요, 악마교수요 학생들의 원수요, 그뿐인가, 지옥의 저승사자, 염라대왕, 의과대학의 수문장, 인간백정같은, 그런 화려한 수식어들이 따라 다니는 교수였다.
3월 아침의 의대 캠퍼스는 적요했다.
엷은 안개와 햇살, 맑고 청량한 공기 도열하듯 늘어서 있는 아름드리 고목들, 고색창연한 붉은 벽돌의 건물들, 벽마다 기어올라가고 있는 담쟁이 넝쿨들, 의과대학은 데모도 안 한다더니 문리대처럼 최루탄 냄새도 없었고 ‘유신 반대’나 ‘박정희 하야’, ‘군사독재 타도’ 같은 현수막도 볼 수가 없었다.
그런데 강의실로 향하던 동하는 문득 발길을 돌렸다.
동하는 혼자서 정원에 서 있는 히포크라테스 흉상 앞으로 갔다.


-그날 저녁
학사주점 대흥집에는 대흥집 멤버들과 근처의 다른 과 하숙생들이 모두 모여들었다. 경철과 재성 두 사람을 위로하고 대책을 상의하기에도 바쁜 판국이었지만, 공교롭게도 마침 그날 모임은 강혁 선배를 위한 축하 파티의 자리였다.
강혁은 독특한 정신세계로 대흥동 하숙촌 학생들의 정신적인 지도자적 위치에 있는 인물이었다. 그런 그가 이번 사법고시에 당당히 합격을 했다. 어쩔 수 없지만 두 사람의 문제는 일단 뒤로 미루어야 했다.
대흥집은 C대학교 캠퍼스 주변의 하숙촌에 산재해 있는 싸구려 막걸리 집 가운데 한 곳이었는데, 주로 근처의 대학생들이 단골손님인 소위 학사주점이었다.
천정에는 언제나 때에 절어 침침한 형광등이 나른한 빛을 쏟아내고 있는 곳, 벽에는 찌그러진 크고 작은 노란색 주전자들이 훈장처럼 걸려 있고, 삐걱거리는 나무의자들이 있고, 찌개를 끓여 먹는 사람들을 위해 돌로 만든 둥근 탁자가 있고, 그 가운데는 연탄화덕이 타오르고 있는 곳. 언제나 뿌연 막걸리가 가득한 술 단지가 있고, 연탄불 위에는 멸치와 무와 파를 쓱쓱 썰어 넣은 술국이 씩씩 김을 뿜어대는 곳.


-캠퍼스에도 새봄이 오고
본과 1학년의 새 학기가 다시 시작되었다.
‘도대체 몇 번째 맞이하는 본과 1학년이란 말인가.’
이번은 정말로 마지막 기회였다. 동하는 여러 가지로 감회에 젖어 들었다. 그러나 그날 아침은 다른 때와는 전혀 달랐다. 동하는 이제 완전히 변해 있었다. 정신의 혁명을 실행에 옮기기 시작한 것이다. 박형에게 배운 대로 그가 구체적으로 지시해준 대로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할 것이다.
동하는 무려 새벽 4시 30분에 기상을 했다. 희뿌옇게 날이 밝아 오는 신새벽에 가슴 저 깊은 곳에서부터 울려오는 하나의 소리가 있었다. “나는 할 수 있다.”였다.
밖은 아직 컴컴했지만 그 이른 새벽에 일어나 학교에 갈 준비를 시작했다. 유급한 학생들은 대체로 자존심이 상하고 창피해서 우울한 기분으로 늦게 등교하여 강의실의 뒷자리를 차지하고 얼쩡거리기 일쑤였다. 하지만 그러한 행동은 또 다른 패배를 불러올 수 있었다. 가장 먼저 가는 것이 중요했다.

-“익스터나 일리악 베인(externa iliac vein, 외장골 정맥)입니다.”
동하가 큰 소리로 또박또박 대답했다.
“그럼 유레터(ureter, 요관)의 진행 방향을 설명해 봐.”
“예, 유레터는 위쪽 키드니(kidney, 신장)에서 내려와 일리악 컴뮤니스 아터리 (iliac communis artery, 공동장골 동맥)의 앞쪽을 통과하여 이쪽 직장 앞에 있는 블래더(bladder, 방광)의 측면으로 들어갑니다.”
“이쪽에 붙는 머슬(muscle, 근육)은?”
지시봉이 다시 치골결합 쪽을 가리켰다.
“머슬 아닥터 브레비스와 롱규스(muscle abducter brevis & longus)입니다.”
“이것은?”
“머슬 그리실리스(muscle gracilis)입니다.”
황 교수의 질문은 이것저것 끊임없이 계속되었다. 시간은 어느새 15분을 넘어 20분을 경과하고 있었다.

프롤로그


희망찬 3월의 아침
그리고 그날 오후
그러던 어느 날
그날 저녁
다시 정신없는 일상이 시작되었다
그렇게 동하가
그로부터 얼마 후
다음해 봄
그해 동하는
그리하여 그렇게
이틀 후 동하는
동하는 그렇게
퇴원 며칠 후
캠퍼스에도 새봄이 오고
슬픈 겨울이 지나가고
그토록 어렵게
그리하여
그렇게
미카엘라가 떠나고
그날 오후 긴급 교수회의가 열렸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황 교수가
에필로그 : 다시 빠삐용을 생각하며…

김명주

 

충남 공주에서 출생하였으며, 충남의대를 졸업하였다.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소설이 최종선에 들어 김동리 서기원으로부터 호평을 받았으며, 1984년 충청일보 신춘문예에 소설 「A역에서 만난 사내」가 당선되었다.
그 후 청년의사신문 수필문학상을 수상하였으며, 병원신보에 장편 『인턴시대』를 연재하였다. 발표작으로는 장편소설 『메디칼스토리』 등 다수의 중단편 작품이 있다.
현재 가정의학과 전문의이며 고려의대 외래교수인 작가는, 도전정신과 휴머니즘을 주제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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