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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지를 틀어
박광옥
시집
국판변형/120쪽
2021년 11월 15일
979-11-5860-992-4(03810)
10,000원

■ 시인의 말

둥지를 틀어

하늘을 우러르면 흐르는 눈물 있던 내 고달프고 힘들었던 삶이여, 이제 위로 받아라.
내 영혼이 수없이 죽었다 깨어나 나의 살점을 떼어 너의 솜털에 붙이고 나의 피를 너에게 수혈하고 나의 머리털을 뽑아 둥지를 틀어 안착시킨 나의 시들이여, 고단했던 방랑을 멈추자.
이곳에 둥지를 틀어 내 영혼과 함께 머물러 살거라. 집터를 내어 주마.
세월이 흐른 먼 훗날, 네가 그 힘들었던 늙은 나의 삶에 생기를 불어 넣어주고 용기를 불어 넣어주었듯 이제 너의 존재를 보관하겠노라 외쳐 주거라. 그리고 너의 집으로 들어와 자리를 잡거라. 내 시여… 남루한 나의 시, 이 시집이 너희들의 집이니라.

제천 돌모루에서
제천 소나무 박광옥



■ 본문 중에서


*그 녀석들에 방황의 거리


엄마! 여기는 서울이야
창경원 돌담 넘어 궁전 뒤, 숲이 보이는 원서동 산둥에서
어느 바람난 왕자와 궁녀의 밀회를 엿보다
거리로 뛰쳐 내려갔어, 얼마를 가다가다
나는 되돌아가는 길을 잃어버리고 육교가 보이는 저 앞으로
엄마! 엄마의 뒷모습을 보았어
눈이 화들짝 트이고 젖 먹은 힘이 솟아 뛰어 달렸어
엄마하고 뒷등에 힘껏 매어 달렸어
“이 애가 미쳤어” 힘껏 뿌리치는 어느 아주머니의 외마디
소리와 함께
나는 보도 위를 구르는 낙엽처럼 힘없이 나뒹굴었어
엄마! 여기는 아직 창경원 정문이 보이는 돌담길 밑이야
먼 하늘에 구름이 흐르고 바람만 내 잎을 맞추고 지나갈 뿐
저쪽으로 어느 바람 난 선비가 책을 끼고 여인의 뒤를 따라
가고 있어
스산한 가을바람이 선비의 옷소매를 붙들지만…
길 잃은 소년은 어디론가 발길을 돌려야만 해



*개성공단


2004년 12월이다
개성공단에서는 엽전은
이제 천길 땅 속에 묻혔다
그리고 살아나라
고려청자의 빛
하늘과 함께
인삼 등짐이 만주벌을 누볐듯
고려청자의 빛
하늘과 함께
만주벌을 지나
만리장성 넘어도 물들어라



*동행의 의미


바~알갛게 익은 해가
서산 깊숙이 빠져 버렸습니다
그대가 흔들던 이별의 흰 손수건도 아스라이
이제 차가운 별빛에서 내리는
바람 꼬리가 등 뒤를 밀고 있습니다
따뜻한 온기가 있던 연분, 아니
정열!
우리가 동행할 수 있었던 여로 속에서
긴 날을 두고 반추할 수 있는 의미가
따뜻이 남아 있는 것은
긴 날을 함께 할 수 있는 그러한 여분들을
자국같이 남길 수 있었다는 뜻일 것입니다
우리는 어느새 그림자 같은
해 저문 날의 산책길에 서 있군요
산책길에 서 있군요, 산책길에 서 있군요
산책길에 서 있군요



*아버지 산소


산이 그리워 산이 그리워
산길을 간다
산이 그리워 산이 그리워
의림지 솔밭 길을 지나
오늘도 산길을 간다
오늘도 내일도 산이 그리워
산이 그리워 오솔길 따라 산길을 간다
마을을 지나 또 한 마을 지나
산길을 따라 보름달 뜨는 밤
달을 쫓아 달을 쫓아
산이 그리워 산이 그리워 달밤에 간다
산허리 마지막 집안으로 달이 들어가 앉는다



*돌아오라


사랑은 깊어졌는데, 사랑은 뜨거워졌는데
어느 날 갑자기 그대 보이지 않네
그대 목소리 들리지 않네
그 미소 그 체온 싸늘한 밤비 되어 내리네
사랑아! 내 사랑아! 돌아오라
내 사랑아 오늘도 불러봅니다
구만리 장천, 황천 그곳은 안 돼
돌아오라, 돌아오라!
소리쳐 불러보는 날 돌아오라
내 품으로 돌아오라, 메아리로 갑니다



*장평천 밤안개


쌈, 쌈, 상추머리 쌈
우리 만남을 기리기 위해
연분홍 꽃 피는 매화 한그루 심었었어
축복의 선물 석등에 불 밝힌 밤
꽃잎이 부서져 흐드러지는 이 밤의
이야기로 뜨락에 쏟아지는 별들과 함께
우리들의 이야기 석등에서 흘러나오는
불빛같이 밤새워 초롱이고 있었어
어느새 세상은 잠들고 밤안개는
소리 없이 다가와 그대의 영혼을 덮는
이브자락 산천도 잠들고 저 건너
조차장에 기적소리 어서가자
밀감 빛 장평천 밤안개, 밤안개가
밀려들고 있어

서문


박광옥 제5시집 『둥지를 틀어』, 늠름한 생명력과 시적 상상력_오탁번(시인·소설가, 고려대 명예교수, 대한민국 예술원 종신회원)


*자서(自序)
둥지를 틀어


*1부 시
그 녀석들에 방황의 거리
정소리
고국
개성공단
시인의 성
미로(迷路)
동행의 의미
길 잃은 나그네
납골당
허수아비
순수
아버지
아버지 산소
예좌기
시와 다시 만나
어머니
벌레의 꿈
가을 단상
그 저녁
운명
그리운 청풍강
우륵샘
옥순봉
화진포
제천 단양 떴다
입소문
몽골엔 가기가 싫다
수리(修理)
중환자실
병상 일지
병실 수첩
생가
생명의 불꽃
천명은 다 해야 한다지
거리
의림지 산책
환영(幻影)
돌아오라
그리움에 대하여
꿈에 본 어머니
호숫가에서 불러 보는 이름
시집가는 날
제천의 눈물
장평천 밤안개
자화상
삼월의 풍경에서
8월의 바람
나는 기다림을 밟고 산을 간다
고향 봄바람
그 집 앞
추석
의림지 쌀눈
풍년 잔소리
이 가을이 어지럽네
고추꽃
김장 김치
들깨

장독대
돈 벌기 싫다니까
청국장
새싹 삼
얼음 딸기
봄날의 축복에 꽃
외딴 오두막집
둥지를 틀어


*상업 르네상스 시대를 열자


*2부 시노래


바닷가 언덕에서
첫사랑 소실점 제천역
청풍(淸風)에 부는 바람
봄과 함께
님 떠~난 제천역
제천 밤 블루스
청풍호수의 낙조
제천의 눈물
대도사 막재
둥지를 틀어
제천 단양 떴다
오! 내 젊음
후회


*시인의 문학 발자취

제천 소나무 박광옥


시인, 수필가, 작사가

<시집>
『제천 소나무』 『송학산 노을』
『향맥』 시선집 『내 울 안의 생태 정원사』
『둥지를 틀어』

<수필집>
중소 도시민 문학론 『미래를 여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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