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ICK

MENU

 Home > 발행도서 > 문학 > 청어시인선
눈물, 혹은 노래
안규례
시집
국판변형/128쪽
2021년 11월 30일
979-11-5860-997-9(03810)
10,000원

가로등


허허로운 바람이
가슴을 스치며 지나갈 때
너를 생각한다

일탈을 꿈꾸며
어디론가 떠나고 싶을 때
너를 생각한 적이 있었다

행선지 없는 방황 둘러메고
밤의 골목길 걷다가

문득, 까닭 모를 분노에 휩싸일 때

문득, 누군가의 안부가
궁금해지는 그런 날이 있었다


■ 본문 중에서


*대추나무 집


정겨운 골목길 따라 들어가면
드문드문 녹이 슨 철 대문 집
지붕 위 줄기를 말아 올린 호박꽃들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고 있다

나지막이 조곤조곤 주고받는 목소리
밤늦도록 이어지고 아직 날이 밝기도 전
한 쌍의 비둘기처럼
나란히 어디를 가시는 걸까
바람이 들고나는 콩밭 이랑에
곁을 주지 않고 딱 붙어 다니신다

이슬 내린 밭둑에 새들이 날아오르고
아침 해 밀고 올라오자
애호박 한 덩이 따 들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집으로 가는
저, 노부부의 그림자



*엄마의 이름표


초저녁 하늘
뜬눈으로 불 밝힌 별 하나
새벽으로 간다

시계 초침 소리는 여전히
잠들지 못한 나에게
늘어진 엿가락처럼 다가오고
먼 인기척에도 셀 수 없이
가슴 쓸어내리며 지샌 밤
새벽은 더 가까이 와 있다

허탈한 가슴은 눈물조차 메마르고
바싹 탄 입안은
마른침마저 돌지 않는다

아직도 작은 아이 손에 꼭 쥔 로봇은
꿈인 듯 생시인 듯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문밖의 시간을 끌어당긴다



*제삿날


제사 장 보는 건 나의 일
과제물처럼 꼼꼼히 메모해서
재래시장으로 장 보러 간다
봄에 말려놓은 고사리 먼저 삶아 두고
깜박 잊고 잡아 둔 약속도 취소하고
절주도 미리 만들어 식혀둔다
명절이나 집안 제사가 돌아오면
차례상을 진설할 때마다
홍동백서 조율이시 어동육서
가르치며 책임을 주셨지
예뻐해 주시고 사랑 듬뿍 주셨지
과일을 좋아하셨으니
가장 크고 좋은 걸 골라야지
생선과 나물도 싱싱한 걸 드려야지
시장바구니 끌고 언덕 넘어
집으로 가는 길

내일은 내 남편의 아버지를 뵙는 날

5 서시


1부 대추나무 집


12 대추나무 집
13 초승달
14 아버지
16 아버지의 들녘
18 안부
20 고구마 이삭
22 새싹
24 한가위
26 액자
28 엄마의 이름표
30 봄, 나들이
31 남편
32 새벽이슬
33 십이월
34 생신
35 제삿날
36 팥죽
37 민들레 옷가게



2부 흐린 날의 기억


40 겨울 가막골에서
42 가을
43 능소화
44 추석
45 추석 만월
46 흐린 날의 기억
48 유년
49 화순장터에서
50 해당화
52 호박죽
54 세탁기
56 있니
57 롱패딩
58 수술 전야
60 퇴원 전야
62 봄맞이



3부 그럼에도


66 코로나19 -2020
67 코로나19 -2021
68 그럼에도
69 태풍 전야
70 천둥벌거숭이
72 달력을 넘기며
74 문득
76 목탁 소리
78 봄바람
79 봄이어서
80 비 오는 날
82 석양
83 소문
84 시를 찾아서
85 북서울꿈의숲



4부 낙월도 민박집


88 제비꽃
89 보랏빛 제비꽃
90 그리운 봄날
91 벚꽃 지다
92 앗싸!
94 외출
95 영산홍
96 눈물, 혹은 노래
97 매미 소리
98 구월은
99 입동
100 십일월
101 정원의 풍경
102 이 가을
104 우회로에서
105 가을 오솔길
106 낙월도 민박집

107 해설_희망을 예감하는 삶의 기척들_마경덕(시인)

안규례


전남 화순 출생
2004년 월간 문예사조
2005년 문학21
시하늘문학회 회원
한국문인협회원

시집
『눈물, 혹은 노래』

회사소개 개인정보취급방침 출간문의 찾아오시는 길 사이트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