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시
꿈 많던 노처녀에게 제일 먼저 달려온 노총각 울근불근 삭혀낸 세월 흘러가니
별이라도 따다 주고 싶어요 이젠 바라만 보아도 좋아 서로서로 소중한 줄 아네요 피할 수 없는 막다른 황혼녘에서 지난 세월 뒤돌아보며 나도 사랑한다고 화답했네요 2022년 봄 소정 민문자
■ 추천사
의식과 무의식의 갈등과 조화를 담아내 소정 민문자 시인의 제6시집 『화답시』를 보면 세상사 찌든 가슴에 맑은 샘물 한 바가지를 맞이하는 느낌이다. 연세가 있음에도 시 한 편마다 어쩜 그리 아직도 소녀적 여리고도 풍부한 감성이 남아 있는지 참으로 부럽다. 그런 의미로 보면, 민 시인은 어쩔 수 없는 천생 타고난 시인이다. ‘해를 보고 울지 않아도 달을 보면서는 운다고 했다’ 이 말은 해는 이성의 시선이고, 달은 정감의 시선이다. 민 시인의 시를 대하는 시선이 바로 ‘달을 보는 시선’이다. 기억은 머리에 남지만, 추억은 가슴에 남는다고 했는데, 민 시인은 바로 ‘추억을 노래하는 시인’이다. 민 시인의 머리카락은 어느새 바닷가 모래 언덕에 핀 찔레꽃이 만발하지만, 벚꽃 풍장 중인 봄날, 지는 꽃세상이 슬프지만 아프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고 노래하는 시인이다. 앞으로도 막 뽑은 무청처럼 푸르른 날의 일상에서 종달이 알 속에서 새소리를 듣는 ‘침묵의 언어’들이 새 떼가 되어 비상하기를 기원한다. -이영철(소설가, 한국소설가협회 부이사장)
■ 본문 중에서 *소소한 행복
코로나 전염병 확산으로 세상은 온통 우울증에 시달린다고 아우성인데 그제는 고종사촌 여동생이 찹쌀떡 두 상자나 보내오더니 어제는 팔순이 훌쩍 넘은 선배가 자랑스러운 후배라고 맛난 호두과자 상자를 보내왔네
내일은 우리 집 노총각이 형님 부부와 함께 우리를 1박 2일로 수안보 온천을 시켜준다고 하네 이래저래 남들은 코로나19 증후군으로 울상인데 이렇게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 우리 가족은 얼마나 다행인가 그저 매사에 감사한 일이로다 (2021. 3. 6.)
*『금혼식』 일 년 동안 일기 쓰듯 써 모아 정성을 다해서 퇴고해 출판사에 보내놓고 기다리고 기다리던 다섯 번째 시집 더미 『금혼식』이 도착했네
『꽃시』와 똑같은 표지 장정 이제 붉은 팥죽색은 소정 시집 이미지 고정 대충 정리해 놓고 한 권을 뽑아 들고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해보니 그렇게 심혈을 기울여 살폈었건만 딱 한군데 조사 선택 잘못, 옥에 티네 비바람과 눈보라 맞으며 반세기를 지내고 보니 박토가 옥토 되고 호랑이가 토끼가 된 화호월원(花好月圓) 꽃밭에 우리 부부 서 있네 이곳이 극락이고 천당인 줄 예전엔 미처 몰랐지
*아들딸을 낳고
아들과 딸을 낳았으니 나는 일단 인간의 자격을 확보한 여자 아닐까 세상에 나온 의무이자 보람으로 사후에라도 길이길이 좋은 씨앗을 전해줄 수 있으니 다행이다 흔히 하는 말 가운데 딸을 낳으면 비행기 탄다 아들보다 딸이 좋다는 말에 나는 아들과 딸 모두 있어야 한다고 하지 아들은 생활을 책임져 주고 딸은 속말을 나누며 힘든 일을 해주니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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