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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으니 참 좋다
형근혜
에세이
신국판/320쪽
2022년 6월 10일
979-11-6855-044-5(03810)
18,000원

■ 작가의 말


치열하게 살아냈던 삶이었다.
그 모든 하루들이 빛나고 아름다웠던 날들이었다는 것을 그때는 왜 몰랐을까. 다른 나로 살아가야 함을 인정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
참 많은 시간이 걸렸다. 일기처럼 적어놓았던 이야기다. 많은 용기도 필요했다. 하지만 단 한 사람에게 만이라도. 그 단 한 사람 만에게라도 내 이야기가 도움이 될 수 있기를 기도한다. 이젠 도움을 받는 사람에서 도움을 주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
내 글이 누군가에게 힘이 될 수 있다면 그것으로도 족하다. 아픈 이 옆에 그저 말없이 곁에 있어 주는 그런 사람. 그런 묵묵한 사람처럼.


노을이 비껴서는 서재에서
형근혜


■ 본문 중에서


터키 악사라이 병원. 모르핀을 맞아서일까. 요추 1번 뼈가 돌출되어 부러져 수술을 받았는데 아직 통증은 잘 모르겠다. 현희와 영종씨는 여전히 울며 곁을 지키고 있다. 내게는 너무도 긴 시간이 흐른듯한데. 이 모든 일이 하루 만에 다 일어났다는 게 믿겨지지 않는다.

추락 직후 왼쪽 엉덩이와 허리에 참기 어려운 고통이 밀려왔고 눈앞이 캄캄해졌다. 그리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날, 누군가가 내 손을 꼭 잡고 정신을 잃지 않도록 계속 말을 시켰었다. 이름이 뭐냐, 어디서 왔냐, 움직일 수 있냐. 그 아픈 와중에도 한국에서 왔다 하니 구급차가 올 때까지 한국 음악을 검색해 들려주고 ‘괜찮을 거야, 힘을 내라’며 안정시켜주었다.

오늘은 처음으로 뒤집기가 되었다. 나는 지금 엎드려 글을 쓰고 있다. 허리가 아프기는 하지만, 매일 등을 침대에 붙이고 천장만 쳐다보다 이렇게 엎드리니 너무 기분이 좋았다. 요즘은 행복지수가 높아졌다. 이전의 기대치가 바닥이었던지 아주 작은 변화만 있어도 난 행복한 기분이 든다.

“난 당신이 한 번은 크게 다칠 줄 알았어. 워낙 위험한 스포츠잖아. 어쩌면 각오를 하고 있었다고 해야 할까. 당신이 터키에서 다쳤을 때 별일 아닌 것처럼 말해서 난 이렇게 심하게 다쳤을 줄은 몰랐는데 막상 닥치니까 올 것이 왔구나 싶었지.”
“근데 왜 다시는 비행하지 말라고는 안 해?”
“다시 잘 걷게 되면 또 비행하고 싶겠지? 난 한편으로는 설마 이 고생을 하고 또 탈까 싶다가도 어쩔 땐 오히려 당신이 다시 훨훨 날게 되면 그게 더 좋겠다 싶기도 해.”
“또 고생시키면 어쩌려고.”
“본인이 더 고생이지 내가 뭔 고생이야. 얼른 나아서 훨훨 날아 다니슈. 아파서 이러고 있는 것보다는 그게 훨씬 당신다워.”
하지만 도전하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될지 안 될지는 해봐야 알 수 있는 것이니까. 난 힘이 들어도 도전해 보려고 한다. 해보고도 안 되면 그때 포기해도 늦지 않을 테니 일단은 해 보자며, 머릿속으로 계속 생각해 본다. 혼자서 이동하는 모습, 씻는 모습, 옷 갈아입는 모습, 벗은 옷을 챙기고 가져간 옷을 입고 머리를 말린 후 혼자 나오는 모습을 떠올려 본다. 왠지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다. 지금껏 잘해왔고 잘못할 이유도 없다.

아… 너른 들판과 푸르른 바다. 게다가 여기저기 떠 있는 아름다운 섬들. 눈부시게 맑은 하늘과 새하얀 구름들. 그 모든 것들이 내 가슴속으로 넘실대며 들어왔다. 너무도 아름다워 나도 모르게 탄성이 터져 나왔다. 터질 것 같은 내 심장소리가 들렸다. 앞을 바라보니 지금까지 보아온 세상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크고도 넓은 세상이 있다. 삼차원적이었던 나의 삶이 순식간에 사차원의 세계로 옮겨가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렇게 나는 하늘을 알아버렸다.

지난번엔 화장실 가고 싶을까 봐 먹지도 못하던 콜라와 팝콘. 하하하. 이제는 영화 보면서 먹는다. 그제야 제대로 영화 보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 영화란 게 이 맛이지. 혼자 기뻤다.
노을이 곱게 물들어 간다. 아, 저 낮은 봉화산 정도라도 스스로 올라갈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모든 것을 다 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난 그 모든 것을 꿈꾼다. 내게 불가능해 보이는 그 모든 것들을. 그 예쁜 것들을.

저자의 말


제1부 날마다 새로운 하루
제2부 To be or Not to be
제3부 재활, 그 치열함에 관하여
제4부 버킷리스트
제5부 아, 살아있으니 참 좋다

형근혜


단 한 사람에게만이라도.
그 단 한 사람만에게라도 내 이야기가
도움이 될 수 있기를 기도한다.
이젠 도움을 받는 사람에서
도움을 주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
내 글이 누군가에게 힘이 될 수 있다면
그것으로도 족하다.
아픈 이 옆에 그저 말없이
곁에 있어 주는 그런 사람.
그런 묵묵한 사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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