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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별
정아솜
시집
국판변형/144쪽
2022년 6월 20일
979-11-6855-040-7
15,000원

■ 시인의 말


처음으로 시집을 낸다.
오래 전에 쓴 시도 있고 최근에 쓴 시도 있다.

고향집에 빨랫줄이 있었다. 넓은 마당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매어놓은 긴 빨랫줄이었다. 가운데쯤에 바지랑대도 세워놓았었다.
여름날 새벽이면 빨랫줄 가득히 제비들이 모여앉아 어찌나 시끄럽게 떠들어대던지 온 세상의 제비란 제비는 다 우리집으로 몰려온 것 같았다. 늦잠을 잔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었으며, 잔다 해도 꿈속까지 제비소리가 들려오기 일쑤였다.
그들은 그렇게 새벽회의를 마치고 이른 아침이면 대개 해산하였는데, 언뜻 보면 흔적없이 날아간 듯 하였지만 실은 빨랫줄에 무수한 흙발자국들을 남기고 떠났다. 하여 깜빡 잊고 그냥 빨래를 널었다가는 꼼짝없이 빨래를 다시 해야만 했다.

이제는 그리움이 되어버린 그 여름날의 시간 속에서 아직 어린 내가 시인을 꿈꾸고 있다. 빨랫줄을 깨끗이 닦고 나서 이런저런 빨래를 널며 나풀나풀 날아가는 흰나비에게 중얼중얼 나의 시를 들려주고 있다.

그동안 도와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정아솜



■ 본문 중에서


*봄바람


무슨 봄바람이 이리도 부는지
하루 종일 창문이 덜컹거린다

고향집 마당으로 남풍이 불어오면
빨랫줄의 빨래들이 펄렁거리고

마루에도 우물에도 장독 위에도
수북수북 송홧가루가 쌓이곤 했었는데…

지금 창문을 흔드는 이 바람은
고향집 마당을 지나왔을까



*매미


베란다에서 빨래를 널다 보니
방충망에 매미 한 마리가 붙어 있다

저 푸른 나무들을 어찌 잊고
삭막한 이곳으로 날아왔는지…

차라도 한 잔 대접하고 싶지만
그리할 수도 없고

신세 이야기나 들어보고 싶지만
그리할 수도 없고

그저 놀라 달아날까 저어되어
조심조심 빨래를 펴서 넌다



*은행잎이 예쁘다고 말하고 싶었다



은행잎이 예쁘다고 말하고 싶었다
너와 함께 보고 싶다고

작년에도 이랬었다고 말하고 싶었다
네가 나를 두드리던 몇 주일 동안…

너의 편지를 읽으며
너를 꿈꾸던 그날 밤도

은행잎이
꼭 이랬었다고 말하고 싶었다


아마도 너는 잊어버렸겠지
대설大雪 무렵
장미
누이
홍초의 뜰
칠월마늘
사프란
비행기별
고향집
그대를 꿈에 본 날은
시내버스 여행
친구 기희에게 보내는 편지
첫눈
모닝커피
무명작가
유럽 여행
들찔레꽃
여름밤
우란분절
호우특보
입추立秋
난장 구경
초가을 서정
문각시
어릴 적 추석에는
늦가을 저녁
우리 엄마
소설小雪 무렵
역사
방랑
뭐가 되지 못한 죄
내 구두엔 당신의 눈물이 들어 있네
잃어버린 고향
나의 별

가난
삶은 순간이라고들 하지만
내가 바라는 것
춤추는 호수
두 소녀에게
나뭇잎점
초여름 초저녁
유월의 한나절
시골 예찬
갓 태어난 딸아이에게
첫돌맞이 딸아이에게
첫돌 지난 딸아이에게
두 살 된 딸아이에게
잠든 딸아이에게
네 살 된 딸아이에게
밀짚모자
오징어
한국사람의 속쓰림
너도 어리고 나도 어렸을 때
슬픈 영화
애벌레
우수雨水

봄바람
봄비
봄날은 간다
너의 전화
망초꽃
하지夏至 무렵
너의 입맞춤은 백합꽃
백합이 피면
문차일드
자귀꽃
둥글레풀꽃
금산사 가는 길
금산사 딱따구리
법문
매미
나의 슬픔을 안다 해도
임영웅의 노래
친구들의 모습
카레라이스를 먹으며
커피타임
가양주 미련
우기雨期
구름나라
물거품
장님놀이
보름달
상강霜降 무렵
은행잎이 예쁘다고 말하고 싶었다
아직도 하나 둘
발자국눈
눈사람
신문 스크랩
컴맹
섣달 그믐
설날
설날 아침
석공
제 3의 눈
『마담 보바리』의 마지막 몇 줄
머플러를 고집하는 어린 왕자
머플러를 휘날리며 서 있는 어린 왕자
머플러를 벗어던진 어린 왕자
시를 쓴다는 것
나는 쓸 수밖에 없는가
삼촌의 시
한 조각의 시간 속에서
스킨케어
얼음 트리
공평한 세상
컵의 왕

정아솜


시인·소설가
전북 부용 출생
전북대학교 문리대 영문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월간 《문예사조》 소설 부문 신인상 수상
소설 『연정 아주머니』 출간
MBC 라디오 ‘책과의 만남’을 진행했다.
‘헤르만 헷세 문학상’ 시 부문 최우수상 수상
한국문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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