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의 말 목련이 화사하게 봄을 몰고 왔더니 어느새 라일락이 진한 향기를 발산합니다.
먼 길 돌아 이 자리에 선 나는 겨울 지나 봄맞이하는 진달래 같은 마음으로 순수를 전하고자 함입니다.
어려운 글귀도 아닌 격조 있게 유식한 표현도 아닌 그저 이웃집 누군가가 얘기하듯 편한 글을 써보려 노력했습니다.
글 잘 쓰는 문장가도 아닌 제가 흉내를 내본들 그것은 이미 내 글이 아닌 거죠.
못써도 나는 내 글을 쓰고 내 표현을 하고 싶었습니다. 자기만의 색깔을 갖고 싶은데 아직은 여무는 단계라서 부족함이 많습니다.
책을 낼 때마다 부족함에 부끄러움이 앞서지만 그래도 노력하는 자신을 독려하며 전진하려 합니다.
감히 내어놓는 글들이 또록 하진 못하지만 일부분이나마 공감 가는 글이 되기를 소망하며 채찍으로 키워주시길 바랍니다.
늘 챙겨주시고 힘을 주시는 한국문협 문학 선배님들과 충청북도 시인협회 회원 여러분, 행우 문학회 회원분들, 청주 시문학협회와 청주 시인협회 회원 여러분께 감사를 드리며 특히 늘 조력을 아끼지 않는 제 처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 본문 중에서
**장미는 거기 있었지
어느 날 우연히 장미를 본 거야 장미 향기가 내게 온 건지 내가 그를 보고 있는 건지 장미는 오래전부터 거기 있었고 나는 장미향에 취해간다 장미가 내게서 멀어지기 전까지 화려했던 봄부터 성난 장마철까지 그 알싸한 향기 검도록 붉었던 장미 그 아름답던 5월의 모습들
**새벽길
안개 낀 새벽 거리 고요를 넘어 적막강산 아직 여명은 멀지만 떠나야 할 몸 길 잡아 재촉한다 차도 사람도 강아지도 없는 뻥 뚫린 시가지 나를 오라 등 밝혀 두었나? 나를 따라오라고 나 먼저 길을 나서 미련으로 흔적 남겨둔다 잎새 맺힌 이슬 따라 나서라고 가로등 불빛 뒤로 그림자 흘려둔다
**항구
곰소항, 한진항, 대천항, 강구항, 모항, 홍원항 무창포, 꽃지, 드르니항, 왜목항, 후포항, 통영항 삽시도, 소매물도, 제부도, 선유도, 서귀포항…
그곳엔 알싸한 비린내와 쿰쿰한 바다 냄새 그리고 갈매기만 있을 뿐 사진이 있고 추억이 있고 향기는 있는데 항구에 배는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