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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대 위의 산책
정연순
시집
국판변형/128쪽
2023년 5월 8일
979-11-6855-150-3
13,000원

■ 시인의 말


시는 나의 정원
거루고 뿌리고
가꾸고 기다립니다


가끔 오시는 손님
신선한 긴장
거름기 족한 여운을


날 새도록 곱씹어도
여전히 지독히도 목마른
가난한 정원입니다



■ 본문 중에서




*새



새는 새벽에 뜨는 별
종일 노래하는 별이네


호수에 흔들리는 무늬나
허공을 켜는 바람
현의 긴 떨림의 시간을


개밥바라기에 노래를 건네고
둥지에 들앉아 왁자지껄
오늘 감당한 세상을
가족이니까 시시콜콜


내사
적지 못하여
다만 귀를 기울이네


늙어서 죽은
새의 무덤은 어디인가


거미줄의 새벽 저 이슬방울 속인지
누구도 닿을 수 없는 숲의 신전인지


사라지는가 새는
해가 돌아가는
노을 깊은 데로
거기 하늘과 내통하는 집인지


내사
알지 못하여
다만 가슴을 여네
새는 노래하는 별이네




*잉어들의 수다



워낙 볕이 좋았거든
장수천 박차고 공중제비로
세상 구경 이만저만


느티도 벚나무도 알몸인데
어쩌자고 수수는 낯만 붉히는지
여태 망사 베일을 쓰고


해바라기도 못 하는 해바라기
꽃이었던 날들의 일기장
제 발등만 읽어 쌓고


웃자란 고층 아파트
벽 안에 할머니 오도카니
유치원 차 시간만 꼽더라


떠나는 가을향기 모르기는
내 콧구멍 작아서인지
암만
허망 벗지 못한 탓일 거야


등짝 시리다
탯자리 깊이 가서
봄이나 기다려야지
대지가 그러하듯이




*평균대 위의 산책



코로나 올무 속 겨울나기
봄은 꽃을 이고 저 혼자 쓰러지고
아직도 섬이어야 하는 나날


빈 집을 노리는 도둑처럼
빈 길을 바라고 밤을 도와
갯가 공원을 걷는다


어둠이 흔들리는 인기척
안녕하세요?
밥 한번 먹읍시다


굴뚝같은 정감을 밀어내며
날카로운 촉을 세우는
평균대 위의 산책
안전한 착지는 어디쯤인가




*11월의 숲



떠나서 더 아름다운 자유
외길의 끝을 향하고
단풍이 내려온다


희열은 잠시
한사코 견디어낸
인고의 한 살이
영별의 시간을 서성이다


나무의 뼈들이 잘게 자른
하늘이 내려와
빗방울 듣자 눈을 감는다


비올라 선율의 섬집 아기
나지막이 낙엽을 도닥이며
괜찮아
자고 나면 봄일 거야


초록이 비어가고
또 모든 소식이 끊어지고
겨우내 기억으로 바라볼


숲을 나오면서 골똘하다
떠나야 할 것과
떠나는 것들로

5  시인의 말


제1부 느림 우체통


16  에미
18  눈예수
20  새
22  정답과 오답 사이
24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27  은어
28  나무는 나무다
30  느림 우체통
31  손수건
32  호박꿈
34  가오리연 하늘을 날다
36  쉬파리



제2부 표선리 수선화


38  젓가락행진곡
40  도시락
43  표선리 수선화
44  7월이 오면
46  빙하의 강
48  잉어들의 수다
50  남창역(南倉驛)
54  알비노 공작새
56  어떤 길
58  옥합
60  유목의 노래
62  모두 오라



제3부 가을걷이


64  밤의 아마존
67  평균대 위의 산책
68  늙은 벚나무의 시
70  가을걷이
72  지금 나는 깨끗합니까?
74  광란기
76  새로이 붉다
78  봉쇄 도시에서
80  헐벗음에 대하여
81  그 해 폭설
82  이수
83  우태



제4부 노두길 건너서


86  11월의 숲
88  노두길 건너서
90  살생고백
92  백로
94  거기 국경마을
95  비린내
96  야영
98  육아일기 1
99  어느 노인의 생일
100  나의 안녕은
102  4월의 그 며칠
104  다시 9월에는



제5부 너의 초상


106  내 친구 이반
108  비엘리치카 염부들
110  채혈
112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114  여우 소동
116  묵은 해야
118  훠어이 훠어이
120  너의 초상
122  너의 희망이 무엇이냐
124  울산바위도 근심이다
126  시스루 룩
127  하 궁금해들 하시니

정연순


시인, 수필가
1990년 《수필문학》 2009년 《문학시대》 등단
한국문인협회, 한국가톨릭문인협회
문학의 집·서울, 한양수필 회원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회원


수필집
『파래소를 그리며』 『수필 같은 하루』
『살다 보면 가끔은 부끄럽다』
『생각하는 두 방법』 『아무 일 없는 듯이』
『우리 같이 걸을까』


시집
『하느님 옷 한 벌 주시면 안 될까요』
『참새는 짹도 못했다』 『평균대 위의 산책』


기도서
『부부를 위한 십자가의 길』
『하느님 우리 아이를 돌보아 주소서』
『우리 아이를 위한 기도 레시피 100』


수상
한국수필문학상, ME문학상
황금찬시문학상본상, 서울문화재단 창작지원

WWME 서울대표 한국부대표 역임
금오공대 구미1대 사회교육원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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