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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아무도 없이
김다경
소설집
4*6판/328쪽 양장
2018년 11월 20일
9791158605902
14,000원

당신의 남은 삶에게 전하는 위로와 공감

 

소설가 김다경이 『공중 도시』 이후 9년 만에, 소설집 『아무도, 아무도 없이』로 독자들에게 찾아왔다. 이번 소설집을 통해 작가는 인간의 내면과 사회 모순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우리네 일상을 통해 흥미롭게 다뤄, 책을 펼친 후의 재미뿐만 아니라 책을 덮은 후의 사색까지 독자들에게 다양한 감정의 변화를 느끼게 해준다.
『아무도, 아무도 없이』는 「영어 학당」, 「그해 겨울」, 「그린 망고」, 「모래 사람」, 「아무도, 아무도 없이」, 「벽이 말을 할 수 있다면」 등 총 5편의 단편과 1편의 중편 소설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작품의 인물과 사건들은 각자 다른 강력한 색을 발하는 저력을 발휘한다.
『아무도, 아무도 없이』를 통해 독자들은 자신을 되돌아보고, 삶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될 것이다.

 

 

그동안 오래 책상 앞에 앉아 있었던 일이 무리가 되었던지 허리가 몹시 아팠다. 글을 마무리할 때마다 이 힘든 소설은 그만 쓰자, 하고 생각했다. 마침표를 찍으며 나는 또다시 책상 앞에 앉을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아마도 이 일만은 그만둘 수 없을 것 같다.          -‘작가의 말’ 중에서

 

본문 중에서

 

▶「영어 학당」

“지난겨울에 자스민이 눈이 내리는 것을 보고는 얼매나 좋아한지 꼭 강아지같등만이라우. 알고 보니 필리핀이라는 나라는 눈이 안 온다 안 하요.”
나는 그냥 듣고 있고 김 노인은 얘기를 계속했다.
“인자는 선생님을 안 봐야것다 생각했제만 나도 몰게 와부러요. 왜냐, 선생님은 내 속을 알고 있능게요.”
주름진 눈가에서 진물 같은 물기가 얼룩지고 있었다.


▶「그해 겨울」

“씨피알, 씨피알……”
갑자기 어둠 속에서 여자 아나운서의 음성이 쏟아진다. 또 누군가 생사의 경계선을 오르내리고 있는 모양이다. 심폐소생술이 있는 것처럼 양심 소생술은 없을까?


▶「그린 망고」

주말이면 추위에도 불구하고 광화문 앞에서 촛불을 들고 있는 시민들의 아우성은 여전했다. 그러나 이곳은, 지구 밖의 얘기처럼 평온하다. 낮이면 골프를 하고 밤이면 마사지를 받고 잠드는 사람들.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과연 어느 나라 사람들일까?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귀국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모래 사람」

“어서 빨리 재판을 받았음 좋겠어요.”
그녀는 애써 미소를 지어 보이려고 했지만 경직된 근육이 풀리지 않는지 찡그린 표정이 되었다. 가냘픈 어깨에 내려앉은 공기도 그녀에겐 버거워 보였다. 나는 혼란스러움을 느끼면서도 셔터를 누르고 싶단 강렬한 충동으로 손이 떨렸다. 만약 카메라가 있었다면 내 오른손 검지는 이미 셔터를 눌렀을 것이다. 셔터를 누른 순간 피사체는 정지된다. 이 흐름도 잠시 멈출 것이다.


▶「아무도, 아무도 없이」

나는 외롭고 쓸쓸할 때면 성경을 읽었다. 성경에서 찾아낸 한 문장 때문에,
지금은, 나의 남은 삶은, 외롭지 않을 것이다.
‘용기를 내어라.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마태오 14, 27)
이 한 문장을 붙잡고 일어섰느니라.
너희들도 어려운 일이 닥치거나, 고아처럼 외롭다고 생각될 때,
이 말씀에 의지해라. 사랑한다.


▶「벽이 말을 할 수 있다면」

파란은 커튼을 올렸다. 푸른 하늘이 아득히 펼쳐졌다. 그 하늘로부터 맑은 기운이 서서히 가슴으로 스며들었다.
불현듯, 루카치의 말이 홀연히 떠올랐다.
‘여행이 끝나자, 길은 시작되었다.’

 

 

추천사


「그해 겨울」은 디테일의 묘사와 의인화를 결합하여 흥미로운 소설적 시도를 감행한다. 심폐소생술을 변형하여 양심소생술이 필요하다는 지적에서 작가의 재치가 느껴진다. 세밀한 묘사를 통해 독자의 머릿속에 병원에 대한 생생한 감이 형성될 수 있었다. 환자, 보호자, 간병인으로 이루어진 인물 구도가 마치 잘 짜인 연극 무대를 떠올리게 했다.

-장두영(문학평론가)


타자를 타자로 바라보는 것, 타자의 몸을 통해서 우리 심연에 존재하는 몰이해를 들여다보는 일, 그것이 김다경 소설이 놓인 자리이다. 그 타자들이 모여 연대와 위로와 공감 전하는 모습(벽이 말을 할 수 있다면)은 김다경 소설의 다음을 기대하게 만든다. 여기, 아직도 우리 주위의 수많은 아픈 여성들이 존재한다. 누가 그들을 보고 있는가? 누가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있는가? 김다경이 묻고 있다.

-이기호(소설가)

 

영어 학당
그해 겨울
그린 망고
모래 사람
아무도, 아무도 없이
벽이 말을 할 수 있다면

작가의 말

 

김다경

 

전남 해남에서 출생했으며, 광주대학교와 동 대학원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광남일보에 중편소설 「깊은 문」으로 등단했으며,
저서로는 에세이 『치자꽃 향기 속에서』, 『산티아고, 영혼을 부르는 시간』,
장편소설 『순바의 연인』, 창작집 『공중도시』, 『아무도, 아무도 없이』 등이 있고, 광주문학상을 수상했다.
호남대학교에서 소설론을 강의하다 현재는 집필에만 전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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