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ICK

MENU

 Home > 발행도서 > 문학 > 소설
없는 여자
최진욱
소설집
4*6판/296쪽
2018년 1월 30일
979-11-560-616-9(-03810)
13,000원

 

‘작가의 말’을 쓰면서, 작가가 굳이 무슨 말을 해야 하 나? 하는 생각을 했다. 작가는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이 다. 그러므로 작가가 만든 이야기들이 독자들에게 말을 거는 것이 옳을 것이다. 이번에 나는 9개의 짧은 이야기를 만들어서 내놓았다.

 

학창시절에 흠모했던 한 홍콩 여배우가 문득 떠올라 서 어떤 무더운 여름날들을 꼬박 새우면서 추억을 되새김질해보았다. 40대에 과부가 되어 우리 4남매를 홀로 키운 엄마의 사연은 어느덧 세상의 모든 엄마들에게 바치는 이야기가 되었다. 생명공학의 지식은 한없이 엷지 만 DNA를 소재로 한 짧은 글도 나름대로 꿰맞춰 봤다. 인터넷이 극도로 발달된 세상에서 진실한 사랑이 과연 있을까? 라는 의문에서 존재하지 않는 여자와의 사랑 이야기를 상상해봤다. 소외된 인간의 마지막 몸부림을 슈퍼맨이라는 히어로로 대치도 해봤다. 아버지와 아들, 그 오묘하면서도 애틋한 관계를 묘사해봤다. 개의 눈과 입을 빌려 저항과 혁명의 파노라마도 만들어봤고, 비둘 기와 인간의 전쟁이라는 매우 비약적인 이야기를 통해 서 인간의 욕망을 고발하고자 했다.

 

이렇게 내가 만든 이야기들은 각자 하고 싶은 말들을 독자에게 건넬 것이다. 독자들은 반응하겠지. 뭐야, 이 거? 이런 것도 소설이라고, 나도 쓰겠다. 그저 그러네. 근데 돈 내고 사보긴 거시기해. 딱 돈값만 하는 소설이 네. 야, 이거 대단한데. 책값이 전혀 아깝지 않아. 기 타 등등.


어떤 반응이 나오더라도, 나는 계속 이야기를 만들어낼 것이다. 그리고 염치없더라도 독자들에게 계속해 서 말을 걸 것이다. 내가 목표로 하는 독자의 반응은 딱 돈값정도 하는 소설이다. 고슴도치도 제 새낀 예쁘다 고 했나. 나 역시 내가 잉태한 나의 9명의 자식들이 귀 하고 어여쁘다. 귀한 내 자식들이 어디 가서라도 냉대 는 받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어설픈 미숙아를 인큐베이터에서 잘 길러서 세상에 내준 유능한 닥터인 도서출판 청어의 이영철 대표님과 편집장을 비롯한 모든 분들에게 감사를 드리며, 앞으로도 ‘거 꽤 괜찮은 이야기꾼이네.’라는 평을 듣는 소설가로 거듭날 것을 홀로 다짐해 본다.

 

 

 

본문 중에서

 

엄마를, 쓰다

 

엄마를 써보자고 중론이 모아졌다. 다들 이견 없이 찬성 하는 분위기라, 그도 입을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딱히 반대할 명분이 없는 주제다. 인류에게 모태란 신성한 것이다. 모성은 어떤 것도 범접해선 안 되는 불가침이니까. TV의 예능프로그램에서도 ‘어머니’ 이야기가 나오면 눈물바다가 된 다. 노래방에서도 엔딩은 ‘불효자가 웁니다’ 류가 꽤 많은 퍼센트를 차지한다. 너도나도 불효자가 되어 어머니를 목이 터 져라 부르고 나면, 효자는 물론 진짜 불효자들도 일종의 면죄부를 득한다. 이렇게 면죄부를 득한 불효자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와서 불나방처럼 유흥을 쫓아간다. 하룻밤 지친 욕정을 쏟아 넣을 구멍을 찾아서……. 그러면서도 그들에게 어머니의 자궁은 언제나 불가침이다.

“이번 우리 동인지의 주제는 어머니로 합시다. 다른 의견 없죠?”

소설 동인 ‘맥’의 곽 회장이 주제를 정했고, 동인 7명 전원 이 동의했다. 엄마 없이 태어난 생명체가 어디 있으랴. 모성 은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폭풍 감동을 일으킬 수 있는 주제이고, 그러므로 문학이나 예술의 숱한 모티프가 되었다. 그를 포함한 7인은 주제를 정하고 나서 어둠이 살짝 걸치기 시 작한 거리로 나섰다. 가을이 쏟아지고 있는 거리는 야릇하게 을씨년스러운 쾌감을 느끼게 했다.

“회장님, 이런 날씨엔…….”

종로에서 포목상을 크게 하는 속이 꽉 찬 알부자 조상호가 술잔 꺾는 시늉을 맛깔스럽게 내면서 막 터지기 시작한 가을 냄새와 함께 유혹한다.

“그럽시다.”

곽 회장이 시원하게 대답하고 나서 좌중을 둘러본다. 그러나 선뜻 나서는 이가 없다. 조상호를 뺀 나머지들의 주머니 사정은 안 들여다봐도 뻔하다. 다들 알바로 버티면서 문학이랍시고 붙들고 있는 이름 없는 글쟁이들이니까. 그나 마 사립 대학교 교수로 퇴직한 곽 회장은 매달 나오는 연금 이 효자다.


 

작가의 말_ 4

 

진추하, One Summer Night_ 10

엄마를, 쓰다_ 40

없는 여자_ 72

인류학적인 김씨_ 98

그녀의 입술_ 118

아버지와 두부_ 140

슈퍼맨, 날다_ 162

비둘기의 꿈_ 188

라이온이라고 불린 개_ 234

 

최진욱

 

1962년 생

배재고등학교, 한양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졸업

문예계간지 오늘의 문학으로 등단(단편소설 흔적)

스포츠서울 주관, 2회 한국인터넷문학상 대상(장편소설 다미의 세계)

 

저서

마흔 살 남자에겐 이모가 필요하다(장편소설)

다미의 세계(장편소설)

거꾸로 간 남자(단편소설집)

회사소개 개인정보취급방침 출간문의 찾아오시는 길 사이트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