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새, 손에 들린 건-
“그대 있음에 시가 있네” 지난 2012년 두 번째 시집을 내고 난 후 지인으로부터 받은 덕담이다. 이 글귀는 그저 종이 위에 쓰인 것이 아니라 밤을 새워 한 땀 한 땀 손수 수를 놓아 예쁜 액자에 담아준 것으로 평생 잊을 수 없는 감동의 선물이다. 그녀는 고등학교 동기생의 아내이다. 평소 순수하고 음전하기에 마음속으로 존경의 뿌리를 내리고 있었는데, 이토록 시심 깊은 선물이 다시금 붓을 잡게 만들었고, 그런 날들이 쌓여 작고 설익은 과실 같은 또 한 권의 시집을 내는 원동력이 되었다.
한 편의 시 속에 인생이 담겨 있다면, 한 권의 시집엔 수많은 인생의 곡절이 담겨 있다. 이번 시집은 편집상 주제별로 모은 것도 있지만, 대부분은 시집 1, 2와 마찬가지로 격식 없이 시를 지은 날짜의 순서대로 가감 없이 실었다.
요즘은 여러모로 편리한 세상이다. 그 편리함이 좋아 시도 편리하게 짓는 탓인지 육필보다는 톡톡 자판을 두드리고 클릭 한 번이면 멋지게 복사가 되어 시 한 편이 뚝딱 책상 위에 떨어진다. 하지만 알량한 양심이 심상 깊은 곳에서 눈알을 부라리는 것만 같아, 옛 시인이 걸었던 산중 고난을 떠올리며 고뇌하는 공감의 시간을 느껴보려고 여러 시를 육필로 긁적여도 보았다. 격려는 용기가 되어 다시금 책상 깊숙이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는 시의 몸을 털어주며 세상 밖으로 날려 보냈다.
시를 짓고 시집을 내는 일은 어쩌면 저 좋아서 하는 행위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시 속에 들어 있는 자신을 찾는 애처로운 몸부림임을 부인할 수 없다. 나를 찾아보고 나를 꺼내 놓고 양쪽 어깨에 날개를 붙여주고 훨훨 날려 보낸다.
'작은 얼굴 가진 작은 새야, 손거울 비추며 멀리 날아가거라.'
2012년 8월 시집을 내고 이번 시집까지 오는 데 근 6년 반이 소요되었다. 결코 짧은 공백이 아니다. 그 사이에 수필집을 내느라 심신의 여력이 없었던 변명이 고개를 든다. 수필에 심취하다 보니 솔직히 시보다 재미도 나고 절절이 하고 싶은 말도 늘어놓을 수 있어서 시집을 내려는 마음속 자양분이 상대적으로 적었나 보다.
이제 다시 시에 눈을 돌려 나만의 느낌과 감상을 공유해 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나에게서 너에게로' 내 마음의 손거울을 세상에 건넨다. 내게서 다 비추지 못한 세상 더 많은 사람의 손에서 더 멀리 더 높이 더 아름답게 비추어지기를 소망한다.
이번 시집 속에도 여러 사람의 땀과 수고가 들어 있어 또 한 번의 빚을 지게 되었다. 먼저 레인보우 레이델의 이병구 사장님과 아시아나 항공의 신수정 님이 척박한 이국땅으로 틈틈이 문학책을 보내주어 시심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더불어 시 한 편이 지어지면 보낼 곳을 주저할 필요 없이 지음인 미라벨 님에게 날려 보냈다. 그녀의 고견이 피가 되고 살이 되었으며 교정을 보는 내내 문우의 정을 더해갔다.
예부터 책을 내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유나 목적을 금전으로 결부시키지 않는 경우라면 자신의 외적 명예로 삼을 수도 있겠지만, 효도의 방편이었다는 사실에 시안이 꽂힌 건 사실이다. 부족한 글재주이지만 이토록 낳아 주신 부모님의 은혜에 보답하는 일 중 하나라는 옛 선비들의 경우에 비추어, 이번 시집을 부모님 영전에 바치며 가벼운 마음으로 홀로 떠간다.
근심 없는 마음에 수심이 없는 건 책 없이도 절로 아는 세상 이치이지
뜬구름에 뜬풀로 내 몸 가벼워 두둥실 떠간다.
2019년 4월 호주 시드니 외진 곳에서 도담 김화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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