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놀랑(시인)의 말
서정시가 흐르는 오월 아침 시간에 물을 주어 꽃을 피우는 꽃의 신이 말했다. “자세히 봐야 예쁘다는 나태주처럼 모자란 시심 2프로 채워보라”고 애를 써도 2프로를 채울 수가 없어 남원골 복효근 시인을 찾아가 물으니 “초등학교도 못나온 둘째형 알아보는 시를 쓰다 보니 2프로 채워지더라”고 새벽에 운동장을 돌면서 모자란 2프로 생각에 골몰한 나를 본 소사나무의 새가 “2프로를 채우려면 나처럼 날아보라”고 새도 아닌데 미친? 그래 미쳐야해.
- 「2프로 모자란 시」 졸시 전문
낯선 순우리말 시 읽어보려 그간 힘들었다고 말하는 꽃의 신인 아내를 위해 읽기 쉬운 시 쓰려고 애썼지만 또 2프로가 모자란다. 재주 없는 시인 어쩔 수 없나 보다.
-김종선(감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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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해 겨울
그 해 겨울에 나가 악마의 참모습을 본, 꽃처럼 향기 나는 순한 양이 독사처럼 마귀 모습으로 바뀐, 하나님 말씀 듣는 강단에 올라 목자를 물어뜯는 악귀 형상을 본, 추운 혹한을 견딘 성령의 현장에 매화꽃 향기로운 봄날이 오는 장편 소설을 쓰고도 남을 내용 생생한 이야기 내가 알고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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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에 내리는 비
활활 산불처럼 푸르게 치솟는 불길 휘발유 끼얹어 무섭게 타오르는 4월의 불꽃 불길을 잡으려는 듯 물을 뿌리는 하늘나라 119도 불길 못 잡고 푸르게 타오르는 열아홉 살 물오른 사랑의 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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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사냥꾼
자산어보에 빈 하늘 까마귀 잡아먹는다하여 별명 오적, 오징어는 척추가 없어 물고기에 끼지도 못하고 명이 짧은 난류성 한해살이 타원형의 몸통 긴 지느러미 한 쌍은 헤엄치며 달리는 젯트 엔진 수정체가 둥근 눈은 넓은 데를 다 보지만 거리감 없는 게 흠이다 저인망 그물을 슬쩍 비껴가는 영민하고 빠른 움직임의 싸움꾼 오적, 바다 물비늘에 주파수처럼 물결 일으켜 느낌으로 먹잇감을 잡는 오적, 먹잇감을 낚는 두개 촉수가 초속 이백오십미터 가속이 붙는 빨 빠른 오적, 열개의 다리 외투자락 펄럭이는 춤바람에 바다가 춤 추는 기막힌 춤꾼 오적, 적을 만나 목숨이 위태로우면 먹물을 풀어 물길 흐려놓고 금세 사라지는 오적, 삼십 만 립 알주머니 수초 밑에 붙이고 말미잘더러 잘 지키라 이르고 죽는 오적, 고아가 된 새끼들 너른 바다로 나가다가 잡히고 산목숨만 펄펄 바다를 누비는 오적, 바다에 낚시 드리운 집어등 타오르는 불빛에 춤추려고 달려가는 낭만파 신사 오적, 울릉도 덕장 하늘 높이 걸려 해풍에 붉은 피로 다시 사는 오적의 당당한 외침소리 “십자가에 달린 예수처럼 시인의 술안주로 짝짝 찢어진다 해도 나 죽어 거듭나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