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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밀린 상상이 그물되는 아침
오영미
시집
신국판변형/104쪽
2019년 08월 29일
979-11-5860-688-6(03810)
10,000원

시인의 말

 

떠밀린 상상이 그물 되는 아침,

길 위에 밥상을 차린다

아무도 가지 않았을 길

검은 안개가 할퀴어 놓은 길

어둠이 숲을 가둔 끝없는 길

빗소리에 불안이 깊던 험한 길

빛을 벗긴 어둠이

비탈길을 빛나게 하는

칠흑 속 하얀 길

아무도 가지 않았을 것 같은

아무도 가지 않았을 것만 같은

그 밤을 홀렸던 길

그러나,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은 없다

길 위에서 밥을 먹는다

 

2019. 가을

오영미

 

--

 

물꽃

 

장맛비 내리는 날 나는 보았네

아스팔트 위 처절하게

떠내려가는 물꽃들

여름 날 풀물 든 밭 개망초 피듯

하얗게 튀어 오르는 물꽃

거친 바닥일수록

강렬하게 부딪치는 징소리

익사한 고기떼처럼

떠밀려 가는 풍장

때때로 자동차 바퀴에 물려

물보라를 일으켰네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찢김이었네

콸콸 쏟아지는 빗줄기가 추락하듯

콱콱 자결하며 떠나는 꽃들이었네

총총히 떼 지어 피난 가는 송사리 떼 같았네

장맛비 그치니

그 꽃 사라져 볼 수가 없네

 

 

1부

 

너의 주소는 부재중

하얀 사월이 검붉다

큰개불알꽃

물꽃

이것은 봄에만 가능한 일입니까

그 말을 하고도

고탄력 팬티스타킹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가을을 만나기 전

어머니

 

 

2부

 

그가 좋아했다는 이유만으로

제이드가든에서

영실이가

예쁜 귀

아무 일 없이 그냥

다시, 능소화

물박달나무

너를 기다린다

극한왕갈비치킨

물티슈와 땅콩캐러멜

여미리 수선화

주검

 

 

3부

 

꿈에 본 빛나는 것들

시 불알

누구나 다 그럴 수 있다

나만 흑백사진

도로 위에서 친구

해루질

생명 나무

날개

고갱과 단두대

돌아오는 길

녹색 연못

밥 생각은 없는데 팔베개

호수공원 청벚꽃이 울고 있었네

 

 

4부

 

왜 하필

비행기 안에서 창밖을 보다

나오미

루손섬 바나웨

그 날

학교 가는 어린이가 웃었다

바타드 풍경

오지마을 흑돼지

길 위의 본톡

바나웨

행잉 코핀스

사가다 동굴

 

 

5부

 

여름에 얼어 죽다

길 위에서 밥

도마뱀과 바퀴벌레

이푸가오족 목공예

아위촌 촌장

한 마리 학이 거기 살았네

그 길

쉰셋, 나에게 묻는다

섬 속에 성을 쌓고 살았었네

뜬금없이 다음 생

아낙

 

에필로그(epilogue)

*시작노트, 나의 시 창작세계

 

 

오영미

 

오영미 시인은 충남 공주에서 태어나 공주에서 성장하였고, 충남 서산에 살고 있으며 보령 오천면 원산도 섬을 오고 가며 시 창작을 하고 있다. 계간 『시와정신』 시 부문 신인상으로 등단하고, 한남대 대학원에서 문예창작학 시를 전공하였다. 한국문인협회 서산지부장을 역임하였으며 한국시인협회, 충남문인협회, 충남시인협회, 한남문인회, 시와정신회, 소금꽃동인 활동을 하고 있다. 시집으로 『상처에 사과를 했다』 『벼랑 끝으로 부메랑』 『올리브 휘파람이 확』 『모르는 사람처럼』 『서산에 해 뜨고 달뜨면』이 있고, 에세이집으로 『그리운 날은 서해로 간다 1, 2』가 있다. 충남문학상 작품상, 충남문화재단 문예창작기금 수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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