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가의 말
눈물 한 방울이 그리운 아름다운 세상에 내게 주어진 하루가 있음을 감사하련다. 밥과 몇 가지 반찬, 풍성한 식탁은 아닐지라도 오늘 내가 허기를 채울 수 있는 세 끼 식사를 가족과 함께할 수 있음에 감사하자. 태양의 따스한 햇볕을 감사하고 바람의 싱그러운 속삭임에 감사하자. 이토록 아름다운 세상에 태어났음을 커다란 축복임을 깨닫고 주변 모든 이들에게 조그마한 행동 하나에도, 가느다란 별빛 하나에도, 소소한 빗방울 하나까지도, 눈물겨운 감동과 환희를 느낄 수 있는 맑고 맑은 영혼의 내가 되고 싶다. 평생을 살아오면서 만났던 사람들을 기억할 수 있는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 70여 년을 살아오는 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을 만났을까 헤아려 보았다. 깜짝 놀랐다. 예상외로 너무 적었다. 미운 사람, 고운 사람, 별로 기억에 남는 사람들도 없다. 남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에서 인(仁)이 비롯되고, 부끄러워하는 마음에서 의(義)가 비롯되고, 사양하는 마음에서 예(禮)가 비롯되고, 옳고 그른 것을 아는 마음에서 지(智)가 비롯된다. 모든 사람으로부터 배울 수 있는 사람은 가장 현명한 사람이며, 모든 사람을 칭찬하는 사람은 가장 사랑받는 사람이며, 자기의 감정을 조절할 줄 아는 사람은 가장 지혜로운 사람이라고 한다. 참담할 때 눈을 감아 보자. 아무것도 안 보일 것이다. 그게 삶이 아닌가 싶다. 삶이란 흐르는 강물 같고, 바람과도 같고, 시간과도 같다. 흘러갈 뿐이다. 오직 지금 순간만 있을 뿐이다. 바람이 불지 않을 때 바람개비를 돌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앞으로 달려 나가는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만 온다. 나는 연기자다. 배역에 따라 연기를 하는 배우다. 결국 70대 중반에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Nothing)이다. 인생무상(人生無常) 재물도, 명예도, 가족도, 친구도 모두가 떠날 때는 아무것도 가져갈 수도 없을뿐더러 동행자도 없다. 길 없는 길을 오직 홀로 걸어가야 한다. 그러니 살아생전 베풀어서 덕(德)을 쌓아두자. 반드시 은혜로 되돌아오리라. 똑같이 살아온 삶, 기왕이면 영정(影幀) 앞에서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산 자들이 “참 좋은 분이었는데” 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하지 않겠나.
자유인이 되고픈 시인 안호원
■ 본문 중에서
**늙지 말고 멋진 노인이 되려면
나이가 들면 아는 게 많아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나이가 들면서 알고 싶은 게 더 많아졌다. 나이가 들면, 삶의 경륜으로 모든 게 이해될 줄 알았는데, 나이가 들면서 오히려 이해하려 애써야 할 것들이 더 많아졌다. 20여 년 삶의 젊은이들에게 어떻게 80여 년의 삶을 이해하기를 바라는가. 오히려 더 많은 경험을 한 어른들이 이해를 해야 한다. 세월이 이렇게 소리 없이 필자를 휘감아 가며 끊임없이 변화시키고 있다. 나이가 들면 모든 게 편해질 줄 알았는데, 나이가 들면 들수록 더 많이 공부해야 하고, 더 많이 이해해야 하고, 진정한 어른이 되기 위해 더욱더 애써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나이가 들면 젊었을 때보다 자신의 생각과 말과 행위에 더욱더 엄격해져야 한다.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 귀찮아도 많이 걷고, 음식도 챙겨서 먹고 마셔야 하고 몸도 마음도 늘 닦아, 깨끗하고, 게으르지 않아야 한다. 노년의 삶을 스스로가 해결해야 한다. 생활의 외로움은 아무도 해결해 줄 수 없다. 외로움은 노인에게는 공통의 운명이자 최대의 고통일 것이다. 매일 함께 놀아 주거나 말동무 해줄 사람을 늘 곁에 둘 수는 없다. 나름 목표를 설정해서 노후에 즐거움을 주는 방법을 스스로 찾아야 한다. 아무도 없어도 어느 날 낯선 동네를 혼자서 산책할 수 있는 고독에 강한 인간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혼자서 즐기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나이가 들면 친구도 한 사람 한 사람 떠나간다. 결국은 자신도 떠난다. 죽음은 두려운 것이지만, 죽는 것은 단 한 번뿐이다. 노인에 있어서 정말로 상대가 되어 줄 수 있는 상대는 노인뿐이다. 깨끗하고 점잖고 재미있는 노인으로 남길 바라며 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