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개글
일상의 선택에서 삶의 지혜를 얻다 : 선택하다 종(終)치는 인생 현대인의 잃어버린 마음 찾기 : 십우도(十牛圖)
이 책은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가르치지 않는다. 대신 이미 살아온 삶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를 조용히 묻는다. 『선택하다 종(終)치는 인생』은 하루하루 반복된 선택들이 결국 어떤 삶의 울림으로 남는지를 차분히 짚어간다. 크고 극적인 결단보다, 사소해 보였던 선택들이 쌓여 한 사람의 인생을 형성해 왔다는 사실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그 과정에서 독자는 자연스레 자신의 선택들을 떠올리게 된다.
『십우도(十牛圖)』는 그 선택의 바탕에 놓인 마음의 움직임을 따라간다. 잃어버린 마음을 찾고, 마주하고, 길들이고, 다시 놓아주는 여정은 수행자의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내면과 맞닿아 있다. 불안과 혼란, 성찰과 회복의 과정이 과장 없이 이어지며, 삶의 속도를 잠시 늦추게 만든다. 이 책은 삶을 바꾸라고 말하지 않는다. 다만 이미 충분히 살아내고 있는 자신의 삶을 더 또렷하게 바라보게 한다.
■ 머리글
『선택하다 종(終)치는 인생』
인생(人生)은? 매 순간 스스로에게 종(終)을 울리는 ‘선택의 연속’입니다. 아침에 눈을 뜨는 짧은 찰나에도 우리는 보이지 않는 길 위에 서 있습니다. ‘오늘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무엇을 우선할 것인가?’라는 물음이 끊임없이 찾아옵니다. 이것은 단순한 일상적 고민이 아닙니다. 삶의 방향을 결정하는 깊은 물음입니다. 사소(些少)해 보이는 선택도 사실 인생 전체의 향방을 은밀히 결정하는 시발점이 되는 것입니다.
이처럼 선택은 단순한 행위가 아닙니다. 이는 우리의 존재를 규정하고, 자신을 자신답게 만드는 근본적인 결단이기도 합니다. 가령 대학 진학이나 직업 선택, 사랑과 혼인, 자녀 양육과 같은 큰 사건들 속에서 우리는 늘 갈림길에 섭니다. 그리고 이런 순간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원초적인 질문들을 마구 쏟아냅니다. 결국 선택은 삶의 조건이 아닌 ‘삶의 본질’을 드러내는 거울입니다.
돈과 명예를 좇을 것인가? 자유와 공동체를 지킬 것인가? 신념과 타협 사이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 죽음은 또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인간은 수없이 많은 선택의 기로에 섭니다. 인생은 이처럼 복잡하게 얽힌 선택들의 연속이며, 결과는 하나의 거대한 울림이 됩니다. 종(終)소리가 메아리치듯 우리의 선택은 순간을 넘어 삶 전체에 흔적을 남깁니다. 흔적은 과거의 길을 증언하고 미래의 길을 밝히는 길잡이가 됩니다.
이 책은 선택을 강요하지 않습니다. 다만 선택의 무게를 직시하고, 이 안에 깃든 철학적 의미를 성찰하도록 안내합니다. 종(終)을 울린다는 건 끝을 선언하는 행위이자, 동시에 다음 삶의 국면을 여는 신호이기 때문입니다. 매 순간 울리는 이 종소리를 외면하지 않고 귀 기울일 때, 우리는 타인의 삶이 아닌 ‘나의 인생’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선택하다 종치는 인생은 바로 이 각성의 순간을 함께 사유하기 위한 여정입니다.
2026년 새해 우만동(牛滿洞) 승영철학사상연구소에서 김해영
『십우도(十牛圖)』
살다 보면 종종 마음이 흔들립니다. 이럴 때 마음을 잡아 줄 그 무엇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낍니다. 삶은 누구나 예측 불가한 파동을 품고 있고, 우린 이 파동 속에서 방향을 잃기도 하고 스스로에게 실망하기도 하며 어찌해야 할지 모를 때도 있습니다. 사실 이런 때마다 ‘마음이란 무엇인가’를 자문합니다. 여기서 마음을 생각한다는 건 나를 이해하려는 것이고, 나를 이해하려는 건 ‘다시 살아낼 힘을 되찾는 과정’입니다.
『십우도』는 자문의 길 위에서 오랫동안 품었던 화두(話頭)이자, 동양사상에서 아름다운 마음의 지도를 담고 있는 하나의 그림입니다. 하지만 이 그림은 단순한 수행자의 그림[길]이 아닌,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내면적 여정을 상징합니다. 마음을 잃어버리고, 흔적을 발견하고, 붙들고 길들이며, 마침내 나와 마음이 함께 사라지는 투명한 자리까지, 이 모든 단계는 지금 이 시대를 호흡하는 모두에게 유효한 길입니다.
우린 이 글을 쓰면서 ‘수행’이란 단어를 다시 소환합니다. 수행은 특별한 공간에서만 이뤄지는 것을 뜻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매일 지나치는 아주 작은 순간 속에서 마주하는 변화의 과정을 말합니다. 누군가의 말에 상처를 받은 날, 마음이 복잡해 도무지 정리되지 않는 밤, 이유 없이 불안한 아침 등등. 바로 이런 ‘순간들이 수행의 자리’이고, 『십우도』는 이런 일상 속에서 제대로 ‘길을 찾을 수 있도록 해주는 나침반’입니다.
아울러 『십우도』는 독자 스스로가 질문하도록 돕기 위해 쓴 글이기도 합니다. 마음이란 무엇인가? 나는 누구인가? 사람의 길은 무엇인가? 이 질문들은 오래되었지만 결코 낡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 질문들에 대한 해답은 늘 ‘지금 바로 여기’서 호흡하는 이들의 시간 속에서 드러난 결과물입니다. 부디 독자들이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가운데, 『십우도』가 작은 등불처럼 함께 비춰주길 기대하고 또 고대합니다.
2026년 새해 우만동(牛滿洞) 승영철학사상연구소에서 김해영·김동숙
■ 본문 중에서
‘왜 더 도전하지 않는가.’ ‘왜 더 나아가지 않는가.’ 하지만 지루한 삶을 선택한 이는 ‘나는 지금 삶의 깊이를 만드는 중’이라 답할 것입니다. 이처럼 지루함을 선택하는 삶은 성숙입니다. 즉 자극의 크기보다 리듬의 일관성을, 성공의 속도보다 자신만의 흐름을 중시하는 태도야말로 어른스러운 삶의 방식이기도 합니다. 말하자면 지루함 속에서의 인간은 어떤 방식으로 시간을 쌓아가야 하는지를 명확히 알고 있는 것입니다.
결국 지루한 삶을 선택한다는 건, ‘삶을 질적 구도로 바꾸는 것’이기도 합니다. 인간은 빠르게 살수록 많은 것을 놓치고, 느리게 살수록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따라서 반복되는 듯한 일상에서 서서히 응축되는 감정과 사유의 결은 시간이 지나면 고유한 색을 띱니다. 인생의 갈림길에서 종종 자극적인 것을 선택하도록 요구받고 있습니다만 때로 ‘나는 천천히 가겠다고 주저 없이 주장할 필요’가 있는 이유입니다.
-『선택하다 종(終)치는 인생』 66쪽
철학적으로 ‘찾기’란 ‘부재의 인식’에서 출발합니다. 무언가가 사라졌다는 느낌이 없다면 찾는다는 행위는 필요치 않습니다. 가령 ‘찾기’ 이전엔 막연한 결핍으로 존재하지만, ‘찾기’가 시작되면 결핍은 분명한 대상이 됩니다. 여기서 잃어버린 마음에 대한 자각은, 곧 ‘찾기’의 의지를 낳습니다. 의지는 곧 ‘찾기’란 질문의 형태를 갖추고, 질문의 형태가 갖춰지면 방향이 정해지며, 방향이 정해지면 존재는 발걸음을 옮깁니다.
-『십우도(十牛圖)』 134쪽
깨달음을 얻은 수행자는 더는 ‘깨달음을 유지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없습니다. 무언가를 붙들고 유지하려는 것은 깨달음의 삶이라 할 수 없습니다. 깨달은 삶은 모든 것이 변하며, 모든 순간이 새롭게 태어난다는 사실을 인정합니다. 이 인정은 삶을 가볍게 하고, 실패나 상실조차 부드럽게 받아들이는 에너지가 됩니다. 즉 깨달음 이후의 삶은 완전함이 아닌, 완전하지 않음을 편안히 받아들이는 삶을 뜻합니다.
-『십우도(十牛圖)』 207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