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머리글
삼천대천(三千大千) 세계가 늘 가득한 산사 천상천하(天上天下) 만물이 소생하는 절도량에서 물소리 들리니 만상의 눈을 떠 새싹이 태어나기에 흐르는 계곡물에 내 마음에서 일어나는 것을 글로 표현하여 낙엽에 적어 저만큼 떠내려 보내니, 어느새 수북이 쌓여 가라앉은 낙엽들 햇빛 내리는 날 다시 건져 말려봅니다. 수행자의 삶 한자리에서 가진 것이라고는 이 몸 하나밖에 가진 것 없으니 버릴 것도 없이 누더기 한 벌이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불멸의 길을 찾기 위한 수행의 길 위에서 보이는 대로 들리는 대로 그때그때 느끼다 보니 이제 노승이 되고 보니 모두 무상하답니다. 하루해가 길고 짧은 줄도 모르고 살아온 한 수행자의 일지가 불생불멸 글이 되었으니 아쉬운 마음에 한 장씩 닦아서 경전 속에 다시 넣어둔 글귀로 남겨 책으로 다시 엮어봅니다.
■ 본문 중에서
*마음자리 내 마음의 본체는 무엇인가? 내가 바라본 세상의 모습은 무엇인가? 내가 지금 살아가는 세상은 하루하루가 변화무상한데 그 속에서 과연 나는 공을 찾을 수 있을까? 바다에서 바람 따라 파도치는 바닷물 찻잔에서 잔잔하게 우러나는 찻물 모두 똑같은 물이듯이 내 마음이 둘인 것처럼 마음을 닫아놓고 이것이 있으니 저것이 있다고 망상만 부리고 번뇌에 꽉 차 한 치 앞을 볼 수 없구나 하나밖에 없는 마음 문 열어놓고 다시 한번 일어나는 파도에 모든 것 띄워 보내고 내 마음속 화두 하나 움켜쥐고 싸우는 운수납자(雲水衲子)로 돌아가 우주 대천세계가 모두 진여 불성인 것을 빨리 깨닫자 천지 만물 불성 아닌 것이 없으니 모든 변화를 지배하는 것 또한 내 마음 중심에 있으니 일시적인 감정에 사로잡혀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내 마음 중심에서 나의 본 면모를 찾아 언제나 한 마음자리 열고 닫고 조용하게 공즉시색(空卽是色) 모두 하나임을 공에 두고 수행 정진하리라
*지금도 수행 중이요 나는 아직 수행 중입니다 회색 먹물 옷 걸쳐 입고 속을 감춘 채 수행 중입니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몸 추슬러 걸어 다녀도 수행 중입니다 이따금 먹은 것 소화되지 않아 옷 찢어지는 소리를 내며 걸어도 수행 중입니다 저녁이 되면 이 수행자 놀까 감시하던 새들도 둥지 속으로 갔으니 요사채 따뜻한 불빛 나를 부릅니다 빨리 들어가 그대로 누워 명상에 잠겨도 수행 중입니다 찰나의 순간 수행은 끝이나 피안의 세계에서 또 수행하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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