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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잔해
최장호
시집
양장 국판변형/160쪽
2025년 3월 18일
979-11-6855-320-0
16,000원

■ 서문


인간은 시간 속에서 살아간다. 잠시도 시간 곁을 떠난 적이 없다. 시간은 모든 생물체와 무생물체의 동반자다. 인간이 시간과 이별하는 날은 인간이 세상과 이별하는 날이다. 시간은 나를 사춘기에 데려다주고 황혼기에 데려다주었다. 오래 머물렀으면 하는 시간도 있고 빨리 지나갔으면 하는 시간도 있다. 시간은 정지를 모르고 역사를 만들고 추억을 엮어낸다. 추억은 시간이 만들어 내는 귀중한 가치이며 인간의 자산이다.


흐르는 시간 속에서 자연상과 인간상을 본다. 자연사회와 인간사회의 모습은 모두 시간 속에서 자연과 인간이 살아가는 모습이다. 인간은 자연 생태환경 속에서 살아가고 자연환경은 인간이 통제하기 어렵다. 그러하니 인간은 자연환경의 지배를 받게 되고 자연의 눈치를 보고 운명을 이야기하고 화두를 만들어 낸다.
근래 폭우, 산불, 지진, 쓰나미와 같은 자연재해와 코로나 같은 세계적인 전염병 등의 피해를 보며 충격을 받는다. 자연에 의한 인류에 대한 재앙이 아닐 수 없다. 지구온난화 및 유엔기후변화협약과 탄소중립, 지구 위기, 맹그로브 숲, 산림조성 등 자연생태 환경의 중요성을 다시 생각하며 어떻게 자연과 고령화사회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가를 고민한다. 그리고 지구의 위기를 절감하며 지구 살리기에 동참하고픈 생각이 앞선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산림청 나무 심기 행사에도 동참하고 시흥산림조합 산림문화체험단에도 참가한다.
한편 부모와 자식 간의 살인, 영아 유기와 어린이 학대, 묻지마 살인, 교사들의 학부모 관계 자살, 저출산 등을 보며 멘탈 붕괴에 빠진다. 인간의 자기 위주 이기심이 주원인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인성과 양심의 회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절감한다. 인간의 순수한 정을 새삼 그리워한다.
숲속에서 홀로 멍때리기를 즐기며 종교 특히 불교는 생활철학이며 허무주의를 배제하지 않는다는 체험에 이른다. 또한 ‘신은 죽었다’고 외친 니체와 쇼펜하우어를 떠올린다. 쇼펜하우어는 ‘사람은 혼자 있을 때만 진정한 자신이 될 수 있다’고 나를 대변한다.
자연생태 환경과 인간사회의 위기의식이 나의 정신세계에 스며들고 은연중 내 시의 주제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시는 시인의 삶을 소재로 한 문학작품이라는 말도 있지만 시를 쓴 시인의 정신세계이며 시인의 철학의 산물이기도 하다. 시 속에는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시인의 철학이 녹아있고 정신세계가 스며있다. 그 점에서 시는 쓰는 것이 아니라 쓰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시인이 천착하는 분야나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는 분야가 그의 주요 정신세계라 할 수 있고 시의 주제 내지 시 감이 아닐 수 없다. 시집은 또한 시인의 시 세계이며 정신세계의 집대성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시는 감성과 사유의 결과물이고 느낌과 생각의 자식이라 할 수 있다. 시를 읽을 때마다 시를 쓴 시인은 무엇을 보고 어떻게 느끼고 무슨 생각을 하였나를 궁금해한다. 또 그 사유의 폭과 깊이를 헤아려본다. 사유의 폭과 깊이가 크고 진하게 느껴질수록 울림이 크다.
땅과 나무를 벗하며 숲속에서 살면서 자연사회와 인간사회를 보고 느끼고 생각하며 시를 쓴다. 보이는 대상은 같아도 느낌은 볼 때마다 다르다. 심지어 보이는 대상의 각도에 따라 사물은 달라지기도 한다. 인공위성에서 촬영한 지구의 모습도 시간과 각도에 따라 달라 보인다. 생각은 가변적이며 이는 단순한 개념을 넘어 분석과 구성, 추리 등의 이성 작용을 포함하는 시적 사유(思惟)로 이어진다. 사유는 머리나 가슴속에 내장된 영상을 두고두고 종합적, 입체적으로 분석하고 추리하며 생각해 낸 결과물이다.

시를 쓴다는 것은 자기의 느낌과 생각을 안과 밖을 향하여 외치는 것이다. 내가 나를 향해서 또한 남을 향해서 도장을 찍는 것이다. 내가 나를 일깨우게 하고 잊히지 않게 의식 속에 사진을 찍어 놓는 것이다. 사회를 향해서, 나라를 향해서, 세계를 향해서 그리고 미래를 향해서 절규하는 것이다. 이러한 나의 외침은 내 몸에 옹이가 생기게 하여 나와 남을 새삼 깨닫게 한다.


원로 김양식 시인이 내게 들려준 말이 잊히지 않는다. 캐나다의 명사 시인을 만나 우리나라 최고 시인의 영어 번역 시집을 보여주었을 때 멜랑꼴리하다, 센티멘탈하다고 하며 시는 힘이 있어야 한다고 말하였다 한다. 시의 힘이란 무엇인가? 시의 내용과 시작기법에 모두 해당하는 말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나는 사물을 나의 시각과 안목으로 관찰하고 그 감각을 시로 표현하기도 하지만 사회상을 직시하고 사회성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려고도 한다.


시간이 떠나간 흔적을 뒤쫓는다. 겨울에도 쭈글쭈글하게 매달려 있는 홍시처럼 다 떠나간 후 남아 있는 시간의 잔해를 발견한다. 그리고 화두를 좇듯 시간의 촉매작용을 추적한다. 시간은 무엇을 남기고 떠나갔을까? 시간의 냄새를 따라가 본다. 이 시집은 그러한 의식과 감각 속에서 탄생하였다. 특히 코로나와 지구의 위기를 절감하며 자연 세계와 인간세계를 시로 탐사하였다. 시를 읽으며 바로 공감할 수 있도록 난해하지 않게 시를 쓰고자 하였다. 난해시보다는 시를 읽으며 가급적 전두엽까지 동원하지 않고 눈에서 이해하도록 하는 편에 섰다.
돌이켜보면 중학교 2학년 때부터 학교신문에 시와 수필을 발표하기 시작하고 문예반에 들어가기도 하였으나 그 후 반세기 넘어서야 늦깎이로 등단 절차를 밟고 본격적으로 시와 수필을 쓰고 발표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여생과 동반하게 되었다. 그간 모아놓은 수필 원고를 정리하여 2006년에서야 수필집을 발간하였다. 그다음 그간 가지고 있던 시 원고 일부를 간추려 2018년에 이르러서야 첫 시집을 내놓았다. 그로부터 1년 후 제2 시집을 발간하고 이제야 제3 시집을 선보인다.
이번에 내놓는 시집이 얼마나 울림이 있을지 모르지만, 자연과 인간에 대한 위기의식, 고민, 사유의 결과물이다. 특히 코로나, 노인 문제, 범죄 그리고 태풍, 화재, 지진 등의 기후 이변, 환경 파괴와 같은 지구 생태계에 대한 위기감을 시로 숙성시키고자 애썼다. 술은 세월이 숙성시켜 주지만 사람은 고민 내지 사유가 숙성시킨다. 고민 내지 사유를 많이 한 사람은 그것을 덜 한 사람보다 숙성도가 높다. 시 또한 그러하다.


이 시집에는 《월간문학》, 《PEN문학》, 인터넷 신문 《시인뉴스》, 《문학공간》, 《문학생활》 등에 발표한 시들이 포함되어 있다. 또한 원고 청탁에 따라 시를 쓴 것도 있다. 한국문인협회 시 분과위원회, 한국산림문학회 등에서 어머니, 독도, 경주 유적이나 명승지, 산림 등 주제를 정해주어 원고 청탁자의 요구를 의식하여 시를 쓴 것이다.
4년여에 거쳐 만들어진 시 원고가 150여 편에 이르러 표현보다 의미 위주로 여섯 개의 주제로 간추려 114편을 묶는다. 이 시가 문학을 통하여 독자의 공감을 얻고 우리가 선한 인성을 회복하며 생태환경 보전에 애쓰고 인간과 지구를 살리는 데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다.


특히 이번 시집에는 4살짜리 귀염둥이 외손녀 나은이로부터 받은 영감 내지 모티브로 쓴 시가 여럿 있다. 아기 보기가 밭일하기보다 힘들다지만 아기 보는 기쁨이나 소득 또한 그에 못지않다. 나은 이를 보살피는 최민영, 홍등불 가족 그리고 우리 오 남매 가족이 언제나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빈다. 원제와 가영이가 끝없는 도전으로 인간과 자연사회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2025. 2
반달(半月)숲에서



■ 본문 중에서


*이슬


드러나지 않는 설움이
옹이 되어 들어앉고
켜켜이 쌓인 세월이
나이테만 남기고 떠나가면
맺히고 맺힌 천년 한은
눈물로 내려와
안개 서린 풀잎 위에
동글동글 자리 잡는다


눈물의 무게를 지탱하는 풀잎은
힘에 겨워 띠뚱 거리고
광합성작용을 준비하며
억센 생명력을 일깨운다
 
얼굴에 피멍 들어 친정으로 쫓겨온 누이동생의
깊숙이 응어리진 새까만 한(恨)과
남에게 들어내는 가슴앓이가 부끄러워
아침 햇살이 찾아올 때쯤이면
스스로 자취를 감춘다



*폭우


벼린 칼날이 빗살무늬로 내리치니
온 세상이 단칼에 풀이 죽는다


풀 죽은 세상은 폐기물로 던져지고
생명의 터전도 둥실둥실 떠나간다


드러나지 않은 온갖 사연과
숨겨진 꿈도 밖에서 헤맨다

차곡차곡 쌓인 추억조차
한순간 와르르 무너져 내린다


하늘이 추락하고
바다가 실성하던 날
세상의 미래도 깨어지고
순한 역사는 울부짖는다

■ 차례


2 서문


1부 숲과 산림문화


16 이슬
17 슈퍼맨
18 백합나무
20 선재길
21 단풍
22 감악산 출렁다리
23 간벌
24 아카시아의 계절
25 숲의 운명
26 가을 본색
27 할미꽃
28 파랑새 수목장



2부 시간과 역사


32 족보
33 시간의 잔해
34 붉은 4월
35 상모돌리기
36 병풍
37 행복의 복기
38 물때 씻기
39 사하라
40 겨울밤
42 상처
43 백목련의 은덕
44 이력서
46 익어가기
47 세월
48 행복 배송
49 눈이 내리면
50 신분 파괴
52 집
54 말의 전설
56 소리의 세계사
57 폐가 2



3부 자연사회


60 폭우
61 새벽안개
62 코스모스의 읍소
63 박애
64 별도 외로워
65 보름달
66 가을의 전령
67 밭
68 매미 소리
69 구름과 하늘의 케미
70 희망
71 목련꽃
72 나체시위
74 물결
76 자연의 공격
78 바람의 윽박질
79 해후
80 징검다리



4부 고령사회와 인간


82 젊은 초상
83 가을밤
84 씽씽한 노마드
86 아버지의 일기장
87 반전
88 자카란다의 행복
89 자유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90 구름 품에 안기어
91 보온 덮게
92 늙는다는 것
94 과속방지턱
95 돌잡이
96 하직
97 찻잔
98 와이파이(WiFi)
100 부모님 곁으로 돌아가고파
102 분리수거
103 얼굴
104 아버지의 아바타
105 고리
106 용도폐기
108 번호 인생
110 시치미 떼다
111 엄마의 손질
112 청춘 낚시
113 압력
114 그대 얼굴
115 책갈피
116 황혼



5부 생명과 환경


118 절토
119 나팔꽃 에어컨
120 사회적 고통
121 수몰지구
122 도시의 흘수선
123 진통
124 천적
126 바람
128 마두금
129 바다를 삶으며
130 나뭇잎 커튼
132 겨울의 꿈
133 인기
134 모종
135 독도
136 안개
137 지구의 반란



6부 종교와 치유


140 슬픈 디아스포라
142 부활의 계절
143 임종키스
144 코마(Coma)
145 원
146 사순절의 기억
147 거룩한 일생
148 술래 피하기
149 사랑의 에너지
150 노아의 방주에 승선할 수 있을까
152 태아도 코로나는 무서워해
153 마스크가 새로운 신이다
154 별을 가지고 놀다
156 죽어가는 겨울
157 종교와 코로나
158 암보다 무서운 병
159 얼빠진 사랑

서암(瑞岩) 최장호(崔章鎬)


고려대학교 졸(법학사, 경영학 석·박사)
하와이대학교 아시아태평양국제경영원 수료


現:
『문학생활』 발행인, 한국문학생활회 고문
한국문인협회 문학생활화위원회 위원
국제펜클럽한국본부 경기지역위원회 운영위원
(사)한국수필가협회 이사, 한국수필작가회 이사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사)해동공자 최충기념사업회 이사
해주최씨 대종회 부회장
단국대학교 명예교수


前:
한국문학생활회 상임회장, 한국수필작가회 부회장
한국생활문학회 회장
단국대학교 경상대학장·율곡도서관장
한국관세학회 회장 등
미국 콜럼비아대학교 객원교수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 객원교수
행정고시, 5급, 7급 공무원 시험 출제 및 채점 위원
관세사 시험위원
대외무역분쟁 조정인
(사)젊은농촌살리기운동본부 공동대표
푸른천안21실천협의회 상임회장
천안시민시회단체협의회 상임대표
천안시 주민참여예산지원단 단장


수상
신인문학상(시, 수필), 생활문학상, 근정포장, 교육공로자 표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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