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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을 안고 떠나온 길
원종택
에세이
국판/276쪽
2026년 6월 26일
979-11-6855-478-8(03810)
20,000원
■ 출판사 서평

원종택 작가는 낯선 풍경을 따라가지만, 끝내 도착하는 곳은 사람과 삶의 안쪽이다. 그는 히말라야와 갠지스강, 유럽의 오래된 성당과 아시아의 시장 골목을 지나며 화려한 장관보다 그곳에 깃든 노동, 슬픔, 신앙, 그리움의 결을 먼저 바라본다. “내가 만난 것은 결국 / 풍경이 아니라 사람이었고, / 사람을 통해 비춰 본 내 삶이었다”는 고백처럼, 이 책의 여행은 관광의 기록이 아니라 삶을 되묻는 성찰의 여정이다. 독자는 그가 걸어온 길 위에서 세상의 넓이보다 마음의 깊이를, 풍경보다 오래 남는 사람의 온기를 만나게 될 것이다.
—청어 편집부


어디서 왔는지 알지만
언제 끝날지 모르고,
무엇을 얻을지 모르지만
계속 가야 하는 길

길은 언제나
내게 질문을 던졌고

나는 그 질문을 품은 채
또다시 길을 떠나야 한다는 것을

—‘여정을 시작하기 전에’ 중에서


■ 작가의 말

여정을 시작하기 전에

나는 왜 여행을 떠나는가?

세월이 흐를수록 알게 된다.
사람은 앞으로만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지나온 시간을 품고 살아간다는 것을.

젊은 날의 꿈도,
가슴 뛰던 순간들도,
사랑했던 사람들도,
어느새 추억이 되어 마음속에 쌓여간다.

어떤 것은 손에 남고,
어떤 것은 세월 속으로 사라진다.

나 역시 살아오면서 많은 것을 얻었고
또 많은 것을 잃었다.

기쁨도 있었고,
눈물도 있었고,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이별도 있었다.

그래서일까.

어느 날부터 나는
관광지를 보기 위해 여행을 떠나지 않게 되었다.

유명한 건축물을 보기 위해서도 아니고,
아름다운 풍경을 사진에 담기 위해서도 아니다.

낯선 길 위를 걷다 보면
평소에는 들리지 않던 마음의 소리가 들린다.

산길을 걷다가 문득 지나온 인생을 생각하고,
낯선 도시의 불빛을 바라보다가
그리운 사람을 떠올리고,
이름 모를 사람들의 삶을 보며
내 삶을 돌아보게 된다.

길은 사람을 겸손하게 만든다.

내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내가 가진 것들이 얼마나 감사한 것인지,
그리고 사랑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다시 배우게 한다.

나는 여행을 통해
세상을 만나러 가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잊고 살았던 나 자신을 
만나러 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마음 깊은 곳에 묻어두었던
그리움과도 다시 마주하기 위해
길을 떠나는 것인지도 모른다.

히말라야의 설산 아래에서도,
갠지스강의 물결 앞에서도,
태평양의 석양 속에서도,

내가 만난 것은 결국
풍경이 아니라 사람이었고,
사람을 통해 비춰 본 내 삶이었다.

그래서 오늘도 길을 떠난다.

어쩌면 인생도 여행인지 모른다.

어디서 왔는지 알지만
언제 끝날지 모르고,
무엇을 얻을지 모르지만
계속 가야 하는 길.

인생이라는 길 위에 수많은 갈래가 있듯,
내가 걸어온 여행의 궤적 역시 
저마다 다른 색깔과 모양을 하고 있다.
단어와 문장의 결은 매번 다를지라도, 
그 안을 흐르는 온기만큼은 
닮아있기를 바란다.

이 책은 그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풍경들,
그리고 그 길이 내게 들려준 
이야기의 기록이다.

나는 아직도 답을 찾지 못했다.

행복이 무엇인지,
사랑이 무엇인지,
인생이 무엇인지.

다만 한 가지는 알 것 같다.

길은 언제나
내게 질문을 던졌고,

나는 그 질문을 품은 채
또다시 길을 떠나야 한다는 것을.


■ 본문 중에서


1. 비교 대상이 없는 세상의 행복에 대하여(네팔, 인도)

1) 카트만두의 부다나트
카트만두 공항은 우리나라의 작은 지방 공항보다도 비좁아 보였다. 입국 비자를 받는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신청서를 작성하지 못해 난처해하는 분을 도와 함께 수속을 밟았다. 다행히 그분도 무사히 통과하셨다. 참 감사한 일이었다.
느리고 불편한 절차 때문에 일행 모두가 비자를 받는 데 한 시간 이상이 걸렸지만, 낯선 땅에 발을 딛자마자 작은 도움을 나눌 수 있었던 것이 오히려 이 여행의 가장 소중한 첫 기억이 되었다.
밖으로 나오니 거무스름한 피부의 안내자가 피켓을 들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를 따라 차에 타고 보니 일행은 총 16명이었다. 다른 분들은 이미 수속을 마치고 와서 탑승해 계셨다. 네팔 및 인도 전 일정을 안내할 사람은 인도인 ‘산토스’라고 했다. 네팔에서는 네팔인 현지 안내원이 한 사람 더 동행했다.
오후 4시가 넘어서야 공항을 출발했다. 거리는 남루하고 초라했다. 수도라기보다는 빛바랜 촌 동네 같은 느낌이었다. 차들은 일본처럼 왼쪽으로 통행하고 있었고, 전력 부족으로 신호등이 전혀 없었다. 사람과 차가 뒤죽박죽 섞여 적당히 눈치껏 길을 건넜고, 간혹 경찰이 수신호로 차량을 통제할 뿐이었다.
제일 먼저 간 곳은 부다나트 사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특이한 원형 돔 형식의 사찰이었다. 건물의 조각들은 예술적인 아름다움보다는 다소 조악해 보였지만, 메리골드 생화를 목걸이처럼 엮어 사원 벽을 장식한 풍경은 이채로웠다. 그곳에는 몇몇 서양인이 염주를 돌리며 명상을 하는지 기도를 하는지, 눈을 감고 앉아 있어 눈길을 끌었다.
이어서 쿠마리 사원으로 가려고 했으나 중간에 길이 막혔다. 버스가 골목으로 우회하려 했지만, 골목이 워낙 좁아 도저히 지나갈 수 없었다. 한참을 후진해 나와서야 겨우 차를 돌릴 수 있었는데, 이미 어둠이 짙게 내려 결국 관광을 포기하고 호텔로 향했다. 이렇게 첫날이 지나갔다.
인도인 가이드의 설명에 의하면 네팔에는 눈과 기차가 없다고 한다. 눈은 히말라야 정상에만 있을 뿐, 평지에는 전혀 내리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는 네팔인들이 비록 가난해 보일지라도 충분히 행복하게 살아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울에 다녀오면 오히려 불행해진다는, 꽤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 또한 한국에서 한국어를 배우며 서울을 경험한 후부터, 비로소 현실에 불만을 품고 불행을 느끼기 시작했다는 고백이었다.
바깥세상을 모를 때는 자기 처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사는데, 더 나은 다른 세상을 보고 나면 자신이 처한 현실이 얼마나 열악한지 깨닫게 되어 불행해진다는 논리였다.
비교 대상이 없는 것이 진정한 행복일까.
아니면 부족함을 알고 더 나은 삶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행복일까.
도대체 행복이란 무엇인가. 순례자는 아니더라도 이번 여행을 통해 사람 사는 모습을 보고 앞으로 내 삶의 방향성을 깨닫고 싶었다. 인생의 답을 얻고 싶었으나, 첫날부터 머릿속은 더 복잡해질 뿐이었다.

비교 대상이 없는 것이 진정한 행복일까.
아니면 부족함을 알고 더 나은 삶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행복일까.

도대체 행복이란 무엇인가. 순례자는 아니더라도 이번 여행을 통해 사람 사는 모습을 보고 앞으로 내 삶의 방향성을 깨닫고 싶었다. 인생의 답을 얻고 싶었으나, 첫날부터 머릿속은 더 복잡해질 뿐이었다.

■ 차례


여정을 시작하기 전에 4

1부
길에서 묻다, 행복의 정체

1. 비교 대상이 없는 세상의 행복에 대하여(네팔, 인도)
1) 카트만두의 부다나트 18
2) 살아 있는 신과 인간의 슬픔 20
3) 히말라야의 일출, 깨달음의 어려움 21
4) 거룩한 신과 누추한 인간의 슬픔 23
5) 광활한 들판 26
6) 사원에 새겨진 본능과 거룩한 희생 29
7) 순백의 대리석에 새겨진 눈물 32
8) 시간에 새겨진 조상의 지혜 36
9) 칼을 찬 신랑, 장막 뒤의 사원 37
10) 18시간 닭장 기차와 닫혀버린 석굴 39
11) 엘로라의 경이로움, 그리고 귀국길의 씁쓸함 41

2.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 그리고 풍경(포르투갈, 스페인)
1) 별빛 아래 첫 도시 44
2) 바람 부는 땅끝에서 47
3) 황금빛 사원과 사람의 그림자 49
4) 불의 도시, 밤의 노래 53
5) 절벽과 비극의 얼굴 56
6) 빛과 그림자의 궁전 59
7) 오래된 도시들 62
8) 가우디와 산 위의 침묵 66

3. 풍경은 지나가고 마음은 남는다(동유럽, 발칸)
1) 일상의 그림자를 지우고 70
2) 쇤부른, 좌우대칭의 영원과 지워진 이름 71
3) 황금빛 강물 위의 쓸쓸함 73
4) 상처와 아름다움 사이에서 76
5) 별빛 아래 머문 밤 84
6) 블타바강을 건너며 87

4. 달팽이 걸음으로, 꽃의 눈빛으로(터키, 그리스)
1) 시간이 흘러 밤이 된 것일까, 우리가 밤으로 흘러간 것일까 92
2) 바위 밑 어둠 속에서 꺼내 든 거울 93
3) 바람이 허락하지 않아도 풍경은 남는다 94
4) 달팽이의 걸음으로, 꽃의 눈빛으로 95
5) 폐허에 새겨진 지독한 유혹 97
6) 밤새 푸른 바다를 건너는 일 98
7) ‘알지 못하는 신’을 찾는 어리석은 등대 98
8) 공중에 매달린 고독 100
9) 석회칠 속에 숨겨둔 찬란함 100

5. 길 위에서 저문 한 해, 길 위에서 열린 생각(중국)
1) 독립운동가의 눈물 104
2) 번영의 상징 뒤에 가려진 그늘 105
3) 예상치 못한 험난한 여정 106
4) 서호에 비친 서른두 개의 달, 그리고 허탈함 108
5) 인간의 한계와 서글픈 완벽함 109
6) 지극한 효심, 그리고 남겨진 아쉬움 110

6. 비고 고요한 웅대함(중국 백두산)
1) 백두산 가는 길 112
2) 흐린 천지와 쓸쓸한 위로 113
3) 천지의 침묵 117
4) 고구려의 그림자 120
5) 일정에 없던 압록강 122

7. 계수나무 향기를 따라서(중국)
1) 항공기에서 새운 첫날 127
2) 계수나무 향기를 따라서 128
3) 유토피아를 찾아서(백룡동에서 세외도원까지) 130
4) 세계 최장 리프트를 타고 134

8. 돌로 지은 우주(베트남, 캄보디아)
1) 바다 위의 수묵화 138
2) 삶과 죽음이 깃든 풍경 140
3) 비에 젖는 길, 돌로 만든 우주 141
4) 황톳빛 물 위의 삶 145
5) 슬픈 역사 앞에서 147


제2부
먼 나라, 가까운 사람들

1. 빗속에서 만난 평화의 여정(오키나와)
1) 전통의 향기와 전쟁의 짙은 그늘 152
2) 비 내리는 유적지에서 154
3) 복원의 의미와 남국의 흥취 156

2. 라벤더보다 오래 남은 것들(홋카이도)
1) 후라노의 라벤더 158
2) 선물로 받은 아름다운 풍경 160
3) 삿포로의 장미 161
4) 푸르름을 잃지 않은 신센누마 161

3. 태양과 푸르름의 땅, 큐슈를 걷다(큐슈 나가사키)
1) 흔들리는 다리 위에서 배운 삶의 균형 165
2) 안개 속에 가려진 비경과 길 잃은 저녁의 만찬 166
3) 영웅의 호연지기, 그리고 종이학에 담긴 역사의 진실 168

4. 계절을 잊은 다테야마 무로도
1) 쿠로베 알펜루트를 가다 171
2) 푸른 하늘과 쿠로베 댐 173
3) 계절을 잊은 무로도의 설산 175
5. 가을을 건너는 다리, 이바라키 단풍 기행
6. 선조의 얼을 찾아


제3부
함께여서 행복했던 가족여행

1. 함께여서 행복했던 가족여행
1) 과거의 시간 속으로 189
2) 찬란했던 참파 왕조의 흔적들 193
3) 비에 젖은 바나산(Bana Hills) 197
4) 어둠 뒤에 숨은 불상, 그리고 아쉬운 마무리 198

2. 뜻밖에 만난 경이로움(베트남 나트랑)
1) 바다를 품은 분에 넘치는 쉼터 202
2) 새벽 바다에서 만난 경이로움 203
3) 나트랑의 역사와 종교, 그 평화로운 융합 204
4) 무더위 속에 피어난 가족의 웃음과 고향의 맛 207
5) 아쉬운 구름 장막과 친형제 같은 사돈들의 정 209

3. 어머니의 웃음 그것으로 충분했다(블라디보스토크)
1) 환상적인 야경 213
2) 선열들의 자취를 찾아서 214
3) 백화점, 그리고 초조히 기다리는 어머니 218
4) 전쟁의 아픈 기억 219
5) 강제 이주의 아픈 기억 220

4. 흐린 날도, 맑은 날도 있는 인생길처럼(태국)
1) 태국을 향하여 227
2) 살아 있는 왕비와 죽은 신의 땅 227
3) 목이 길어 슬픈 여인들 229
4) 전설 어린 불교 사원 230
5) 세 나라의 젖줄 232
6) 빛나는 불교 예술과 뒤틀려버린 일정 233

5. 짧은 여행, 긴 생각(하와이)
1) 아내가 즐거우면 충분했다 240
2) 검은 용암 앞에서 241
3) 여행은 마음을 비춘다 243
4) 노을은 천천히 불을 밝히고 244
5) 돌아오는 길의 부끄러움 245


제4부
그리움 안고 떠난 길

1. 폭포도 지우지 못한 그대 이름(필리핀)
1) 낯선 낮과 느린 시간 248
2) 협곡의 숨소리와 물줄기에 새긴 그리움 249
3) 허명(虛名)의 밤 251
4) 길의 끝에서 후회하지 않기를 252

2. 그리움이라는 동행자(서유럽)
1) 네카어강의 바람 258
2) 바다 위에 세운 도시 259
3) 천재들의 도시에서 260
4) 멈춰버린 시간 앞에서 261
5) 영원의 도시를 걷다 263
6) 기울어진 것들의 아름다움 266
7) 만년설 아래에서 268
8) 화려함과 허무 사이 268
9) 센강의 불빛 아래 270
10) 여행의 끝에서 272
원종택

삶의 대부분을 공직자로 살아왔습니다.

일본에서 사는 동안에는 그곳의 이웃과 함께 길을 나섰고, 때로는 가족과 함께, 때로는 홀로 여러 나라의 길을 걸었습니다. 

인도와 네팔, 동남아시아와 유럽의 낯선 풍경 속에서도 화려한 볼거리보다 그곳 사람들의 삶에 더 깊이 마음이 머물렀습니다.

여행은 세상을 구경하는 일이 아니라 사람을 만나고, 삶을 배우고, 결국 나 자신을 돌아보는 과정이었습니다.
아내와 함께 걸었던 길의 기억, 가족과 함께한 따뜻한 시간들, 그리고 아내가 먼저 떠난 뒤 홀로 걸으며 품게 된 그리움은 어느새 내 삶의 조용한 동행자가 되었습니다.

『그리움을 안고 떠나온 길』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풍경, 함께한 시간의 추억과 이별 이후의 그리움, 그리고 그 모든 시간을 지나며 배운 삶의 이야기를 담은 첫 번째 여행에세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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