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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까닭
이성남
에세이
신국판/432
2020년 7월 20일
979-11-5860-868-2
15,000원

■ 머리글

 

한(恨)스러움이 시(詩)적 동반자로

봄이면 문경 앙친(仰親) 문학 서실 별채 뜰에는 오월 덩굴장미가 한창이다. 앞마당까지 늘어진 느티나무 가지엔 여린 잎들이 제법 청순미를 자랑한다.
살아온 시간만큼이나 삶의 편린들이 구석구석에서 토를 달고 세월의 모퉁이를 돌아서고 있다.
나를 태어나게 한 함경도를 도망치듯 등진 것은 일곱 살 무렵이다. 문경 산골짝 작은 협곡으로 이어진 강줄기가 동그라미 그리듯 마을을 품고 흐르는 곳에서 성장기를 보냈다.
높은 산자락 아래 시뻘건 황토 빛깔로 꿈틀거리며 흐르는 장마……. 수백 년 자란 아름드리 느티나무가 뿌리가 뽑힐 듯 몰아치는 거센 바람……. 하얀 주렴을 친 듯 폭우를 동반한 생동감 넘치는 자연…….
지금도 질펀한 자갈길을 지나 골짜기로 들어서면 빨간 산딸기가 군침을 돌게 한다.
여고를 졸업하며 밀어닥친 불운을 비껴가기 위해 불가(佛家)에 몸을 담았다. 행자 생활을 하면서도 그 또한 인연이 닿지 못하고…….
숱한 울음과 회오(悔悟), 절망을 감지하며 시(詩) 습작기를 보냈다. ‘님에게’를 마지막으로 시상(詩想)조차 메말라 절필하였다.
현실과 이상의 괴리감 속에 방황하던 젊음, 아픔을 망각하기 위해 술로 벗을 삼기도 했다. 그러나 또한 해결책은 아니었다.
긴긴 세월 속에 옹이로 박힌 한(恨)……. 좀처럼 지워지지 않는 지난 세월 속 잔영들은 나에게 시(詩)적 동반자로 다가왔다.

하늘과 땅 / 드넓은 사이 / 뉘있어 / 한껏 보듬기랴 //
오늘 / 지친 마음 따스히 감싸는 / 눈길이 있어 / 한 가닥 바람이고져 //
님의 / 옷자락 끝에서 / 지는 해 모르고 / 삼매(三昧)에 드노니
(‘삼매’ 전문)

불교 인연으로 전국 사찰에 불교용품을 판매하면서, 수행이 높은 주지 스님들과 교류하게 되었다. 삼청동 도사님 말씀처럼 나를 둘러싼 인연들이 예사로운 만남이 아니란 얘기도 들었다. 숙명(宿命)이라면 당면한 현실에 충실하기로 마음먹었다.
깊은 산 속 절, 덕망 높은 노장 스님은 말했다.
“세월이 많이 흘러 부처님 인연이 진하게 들어오면 뿌리치지 말고 받아들여라.”
“저요, 게을러서 새벽 3시에 못 일어납니다.”
문경서실에서 포교당 절을 운영하라고 말씀하셨다. 사찰운영 또한 새로운 어려움의 시작이다. 나는 조용한 노년 안식처로 문학 서실을 택했다.

생업에 전념하던 차 뜻밖에도 <원효대사의 광명진언>을 접하게 되었다. 수행이 높은 법사 스님 가르침을 접목시키고 ‘자시(子時)기도’를 실천하였다. 그 후 꿈속에서 하얀 화관을 쓴 분들이 나타나서, “책으로 엮어라. 왜 안 쓰느냐!”고 다그치기도 하였다.
나는 ‘자시 기도 체험’한 신도들 경험들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광명진언 자시 기도’를 안내한 지도 21년 되었고, 많이 망설이다가 몇몇 사례를 대중 앞에 내놓기로 했다.
자칫 사이비로 인식될 수도 있는 염려를 무릅쓰고, 내가 이번 생애 꼭 해야만 하는 필연적 인연이라면, 그것이 내가 ‘사는 까닭’이라면 애써 용기를 가져 본다. 독자들께 마음의 불편을 안겼다면 양해를 부탁드린다.

 

앙친문학서실에서
석엽(汐葉)

 

■ 본문 중에서

 

1부 뿌리편

 

1. 함흥차사 해결한 이백(李伯) 할배

 

개요(槪要)
1398년경 이태조는 옥쇄를 간직하고 고향인 함흥궁궐에 있었다. 이태조를 한양 조정으로 모셔오는 과정에 일어난 행위가 ‘상왕을 짐승에 비유했다’는 죄목이 되었다.
조정 근심을 해결하고도 영덕에서 함흥으로 쫓겨 가야만 했던 엄연한 역사적 진실은 과거 속에 묻혀 있었다. 참혹했던 역사를 새롭게 들추어 진실성을 알리고자 족보 인(人) 말미(末尾)에 유사록(有司錄) 원문을 싣는다.
‘단종 복위 모의’ 발각으로 금성대군과 함께 영주 순흥부사 영천이씨 보흠(甫欽)이 참수(세조 3년-1457)되고 가솔들은 노비로 전락 되었다. 숙종(1674~1720) 때 복권되기까지 300여 년간 노비로 전락 되는 바람에 영천이씨 집안 조상 내력 문서도 불확실해졌다.
1765년 예조정랑 이창례(李昌禮-입북 판서공 영덕이씨 11세손)가 지참한, 관북 가승보(家乘譜)에 의해서 선세계보(先世系譜)와 각파의 계보가 고증되었다.

■ 입북(入北) 영천이씨 족보 발행-판서공파관북(關北) <가승보(家乘譜)>-1539년
■ 예조정랑(繡衣之行-李昌禮, 판서공 11세) 지참 <선세계보> 고증- 1765년
■ 관북보(關北譜) 선대(先代) 계보 정확도 확인 <갑자대동보> 발행- 1924년
■ 영천이씨 대종회(02.736.0202) <영천이씨 유적총람> 발행-2009년
(참고: 문경문원 9집, 2019 발행, 영천이씨 족보, 100p)

1) 입북시조(入北始祖) 이백(李伯) 족보

‘입북(入北) 영천이씨 족보’는 천(天), 지(地), 인(人), 3권으로 나누어 있다.
함흥차사(咸興差使) 사건(1398년경)을 해결한 후, 영덕에 살던 이백(李 伯)은 태조(이성계) 고향 함흥으로 살림집을 옮겼다.
영천이씨(永川李氏)에서 영덕이씨(盈德李氏)로 관향(貫鄕-본적)을 바꾸었다. 성조(聖祖) 개국 초(開國 初) 원종공신(從從功臣) 공조판서(工曺判書) 겸(兼) 도제조(都提調) 휘(諱) 이백공(李伯公) 집안 내력이 족보에 기록되어 있다.


2. 1985 고등법원 항소

1) 함정
-거절 못한 인정

영하 15도 오르내리는 추운 겨울밤 동두천행 막차 버스를 탄 것은, 구치소에 들어가 있는 둘째 오라비 주변에 무언가 음모가 있음을 짐작했기 때문이다. 나는 칠흑 같은 어둠 속 차창 밖을 내다보며 구치소에서, 추위와 공포에 떨고 있을 오라비를 생각하였다.
그러니까 40여 년 전 일이다. 1947년 12월 하순, 그날 밤은 하늘에서 눈덩이가 쏟아붓듯 내렸다. 둘째 오라비와 나는 어머니를 따라 보초병을 피해 산길로 접어들었다. 빼곡히 들어선 아름 들이 참나무 시커먼 등걸을 보고 어머니는 보초병인가 싶어 놀라곤 하였다. 먼저 남하한 아버지를 찾아 삼팔선을 넘던 길이다.
1945년 8월 15일, 해방되면서 장진면 신하리 산골 마을을 버리고, 우리 가족은 장진에서 하갈이 고토리를 지나 큰집이 있는 함흥으로 이사를 했다.
집안 장손은 단원을 모아 공산당 반체제 운동을 시작했다. 서른한살 아버지는 비밀요원을 피해 도망치듯 함흥을 떠났다.
어머니가 생계수단으로 큰집 과수원 자두를 광주리에 이고 함흥 만시게다리 근처에서 파는 것을, 비밀요원은 ‘남조선에서 도망친 가족이 파는 물건이다’라며 빼앗아 사람들한테 나눠 주었다.
젖먹이 아기가 홍역을 앓는데도 ‘반동분자 가족’이라며 여름 뙤약볕 강제 노역을 시켜 아기를 잃게 했다.
당시에는 삼팔선을 몰래 넘나드는 물물교환 상인들이 있었다. 연천 쪽 접경지대 댐 공사장에 취업한 아버지는 상인들과 교분을 쌓았고, 함흥으로 기별을 보낸 것이다. 비밀요원들은 상인들 속옷과 양말까지 벗기며 북조선 탈출자를 캐려고 조사를 했다.
아버지는 상인 옷고름 속에 증명사진을 증표로 넣고 기별을 보냈다. 아버지 사진을 받은 어머니는 가다가 죽는 한이 있더라도, 찾아갈 테니 그곳에서 기다려 달라고 부탁하였다.
그 당시 열두 살 큰오라비는 홍원 큰고모 댁 소몰이꾼으로 숨어 있었다. 아침에 주먹밥과 물통을 허리춤에 매달고 소 등에 함께 묶인 채, 소를 모는 소년들이 십수 명이라 했다.


5. 백일기도 인연

나는 조계사 큰 법당에서 총무원장 스님의 저녁 법문을 듣게 되었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정확한 목표를 세워 봐! 목숨 내놓고 죽을 힘 다해 노력해 봐! 안되는 게 없어! 그것도 못 하겠으면 당장 죽어삐리.”
1980년 중반 창충동에서 복덕방 직원으로 있을 때였다. 당시 ‘복덕방 직원’으로 미래 세 아이 대학 학자금은 어림없었기에 어떤 묘수가 있을까 하여 퇴근 시간 ‘거사 불자회’에 참석하였다.
큰스님의 우렁찬 고함이 마치 내게 내려치는 몽둥이 같았다.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백일기도를 올리기로 하였다. 오늘도 내일도 일과를 마치면 조계사 큰 법당 부처님 전에 ‘지혜와 방법’을 찾았다. 100일 동안 세 아이 도시락은 물론 식탁에도 고기와 달걀을 금했다.
100일 회향하는 날 꿈을 꾸었다. 오십만 원 보증금에 오만 원 사글세방, 쪽마루에 냉장고를 놓고 부엌처럼 사용하고 있었다. 쪽마루에 올려진 냉장고가 마당으로 넘어졌다.
“아이고, 냉장고 안에 보물 들었는데.”
“네? 보물요?”
힘센 장정 두 명이 넘어진 냉장고 좌우에 엎드려 안을 살펴보더니,
“보물? 그냥 있는데요.”
그 후 나는 복덕방을 정리하고 염주 장사를 하게 되었다. 우연히 벽조목(霹棗木) 염주를 각 사찰에 납품하면서 세 아이를 대학에 보내게 되었다.
중국산 가짜 벽조목 염주가 난립하면서 무량사 주지 스님은 염주 공장을 중단하였다. 단골로 수년간 거래한 노장 비구니 큰스님은 ‘백일기도’를 시작하면 두 달쯤 지나서 새로운 제품이 나타난다고 했다.
스님의 예언대로 두 달 지나서 조계사 총무원 경비 하 실장한테서 연락이 왔다. 마침 총무원 강당에 ‘불교 미술전’이 열리고 ‘도실(桃實-개복숭아) 염주’가 전시되고 있었다.

머리글 - 한(恨)스러움이 시(詩)적 동반자로

1부 - 뿌리 편

1. 함흥차사 해결한 이백(李伯) 할배 14
   1) 입북시조(入北始祖) 이백(李伯) 족보 15
   2) 함흥차사 내용 20
   3) 암행어사 수의지행(繡衣之行) 무덤 소송 24
   4) 무덤 찾기 승소 후손의 시(詩) 28
   5) 입북 영천이씨 족보 원문 30
   6) 시조공 제단소 참배 45
2. 1985 고등법원 항소 50
   1) 함정 50
   2) 반전 55
   3) 회유 61
   4) 항소 64
   5) 승소 72
3. 아뢰야식(씨앗)과 윤회(輪回)의 고찰 80
   1) 아뢰야식(阿賴耶識 alaya-씨앗) 83
   2) 몸과 마음의 실체 86
   3) 저승 갈 때 마음은 어디로 95
4. 한(恨)을 풀어줘라 103
5. 백일기도 인연 106
6. 윤회(輪廻)의 실상(實相) 116
7. 기인(奇人) 121
8. 천형(天刑)의 비밀통로 125
9. 노인의 초상 135
   1) 지관(地官) 136
   2) 일상(日常) 144
   3) 나들이 153
   4) 덕토노인문학상 당선소감 163


2부 - 줄기 편

1. 시와 수필로 쓴 독백 168
2. 블랙홀 184
   1) 동거 190
   2) 토혈 194
   3) 위암 진단 195
   4) 회생 202
3. 자살 213
4. 성폭력 위기 216
5. 첫사랑 그림자 223
6. 귀신과 백차 228
7. 삼청동 전생 점괘 233
8. 마산에서 온 전화 245
9. 아들의 색정 253
10. 규명된 사실 263
11. 외할머니 신살(神殺) 268
12. 내연의 시아버지 274
13. 중양절(重陽節) 위령제(慰靈祭) 279


3부 - 잎새 편

1. 한호 석봉(韓濩 石峰) 284
2. 현석동(玄石洞) 예학(禮學) 293
3. 등록금 297
4. 잘 먹이길 했어, 잘 입히길 했어 315
5. 나의 문학수업 322
6. 짝짓기 희열 326
7. 신록에 마음을 씻고 330
8. 금강산 통일 유람기 332
9. 봄과 더불어 345
10. 영금정 유혹 348
11. 기다림의 연모(戀慕) 350
12. 휴가 352
13. 삿갓방의 모의 358
14. 평양 나들이 361


4부 - 낙엽 편

1. 사는 까닭 370
2. 술 도락(道樂) 377
3. 복수극 382
4. 지리산 의신골 386
5. 꽃상여 암시 390
6. 한강의 로렐라이 언덕 395
7. 눈 속에 피는 메밀꽃 400
8. 의료사고 405
9. 화엄 사랑 409
10. 아버지 임종 413
11. 봉암사 행자 시절을 아쉬워하며 419


편집후기

1. 유산(有産) 422
2. 족적(足跡) 428

이성남 李成南


본관(本貫): 영천(永川)
호(號): 석엽(汐葉)

함경남도 장진 출생(1941)
함흥 탈출(1947. 12)
경북 문경 정착(1948. 봄)
문경여고 졸업(1963. 3회)
한국불교 교육대 포교사 과정 수료(1995)
문예대학 10여 년간 수강(1983년 여성 문예원~1992년 현대문학 부설 문예대학)
시대문학(현재 문학시대) 봄호 시 신인상 수상 등단(1990)

한국문협 문인저작권 옹호 위원, 국제펜문학 한국회원
사)현대시협 이사, 농민문학 이사, 서문협 자문위원
문경문협 회원, 시대시인 회장 역임
문경 사)국학연구회 이사

상패: 6회 시대문학 신인상(1991), 한맥문학 우수상(1996), 불교문협상(1996), 덕토노인문학상(1997), 서문협문학상(2012), 농민문학 작가상(2013), 37회 백화문학상(2014), 서대문문학협회상(2019. 12)

시집: 새벽 창가에 서다(1991, 혜화당), 길을 열어라 바람아(1993, 백두문화), 비몽(2002, 한국문화), 사는 까닭(2007, 청어), 천형의 비밀통로(2012, 월간문학), 귀촌일기(2019, 경북기획)

에세이
사는 까닭(2020, 청어)

단편
노인의 초상(1997, 덕토노인대학)

논문
아뢰야식과 유전에 관한 고찰(1993, 불교교육대학)

문학서실(문경 앙친정사-문학행사 수시 개방)
현재 생활불교 광명진언 기도용품 상담 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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