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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일어서게 하는 것들
이영상
에세이
신국판변형/216쪽
2021년 1월 10일
979-11-5860-918-4(03810)
15,000원

■ 저자의 말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던 그해 여름,
드넓은 소래 염전, 구석에 있던 사각형의 거무튀튀한 소금 창고 앞에서 한 청년이 자전거에 기댄 채 소리를 지릅니다.
“안녕하세요?” “더우신데 꽈배기 드시고 하세요.”
“튀긴 게 싫으시면 찐빵하고 만두도 있어요.”

어설픈 표준말을 쓰는 모습이 안쓰럽게 느껴졌는지, 겉만 어른인 청년의 공허한 외침이 자신들의 중노동보다 더 힘들어 보였는지는 몰라도 대개 혼잣말처럼 “거기 창고에 골고루 놓고 가” 한마디 던지고선 하던 일을 계속하였습니다.

고교 졸업 후 상경한 난 처음 본 사람과 눈 맞추기도 어려워했을만큼 촌뜨기 중 촌뜨기였지요. 하지만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주말이면 가리봉삼거리, 춘의오거리, 소사삼거리 등 식당에서 음식을 배달하였고, 비디오 가게 점원도 하면서 낯선 곳에서 꽈배기를 외상으로 팔 정도로 금세 얼굴이 두꺼워졌습니다.

민주화 운동이 정점을 향해 치닫던 86년, 의경으로 입대를 한 것이 경찰관으로 일을 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습니다.

제복이 주는 묘한 매력에 이끌렸고, 어깨너머로 배운 경찰업무는 단순한 호기심 충족을 넘어 직업으로 삼기에 충분할 만큼 재미있었습니다.

제대 후 순경으로 근무를 시작하였고, 10개월 정도 일한 뒤 사표를 내고 간부후보생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아마 그때가 가장 열심히 살았던 때였던 것 같습니다. 만사 제쳐두고 오직 공부에만 몰두했으니까요.

경기도 수원에서의 첫발, 1년간 합숙 교육을 마쳤으니 의욕 충만하여 현장에 나가고 싶었으나, 동료 한 명 없는 텅 빈 사무실로 첫 발령을 받았고, 시간이 날 때마다 경감 승진시험을 준비했는데 운 좋게도 꽤 치열했던 경쟁률을 뚫고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근무 중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함께 근무한 선후배 동료들의 도움으로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현장은 늘 외롭습니다.
현장은 늘 아픕니다.
현장은 늘 활시위처럼 팽팽합니다.
한 곳을 정리하면 또 다른 곳이 기다리고 있고, 정신없이 밤을 지새우고 나면 몸도 마음도 파김치처럼 축 늘어집니다.

거침없이 달려가야 하는 숨 가쁜 현장, 도움을 기다리는 국민이 있는 곳, 그곳이 바로 경찰이 태어난 곳이자 돌아가야 할 곳이라는 것을 늘 가슴 깊이 새기고 있습니다.

꽤 오래 장거리 출퇴근을 하면서 대중교통을 이용하였고, 목적지 두어 정류장 전에 내려 이리 걷고 또 저리 걸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생각할 여유가 많았습니다.

어느 순간, 사방을 둘러보니 온통 스승들이었습니다. 풀 한 포기의 작은 흔들림에서, 개미 한 마리의 부지런한 움직임에서, 푸른 하늘의 드넓은 품 안에서 웃고, 울고, 배우고, 용기와 지혜를 얻었습니다.

우리의 몸 안엔 냉철한 이성과 충동적 본능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이성이 냉철함을 유지할 땐 평온한 일상을 누릴 수 있지만, 잠시라도 한눈을 팔면 순식간에 본능에 잠식당해 일탈의 길로 들어서고 말지요.

이성을 살찌우고 유지하는 데는 독서와 글쓰기가 으뜸이라고 생각합니다. 부끄러운 이 책이 독자들의 평온한 삶을 유지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끝으로 항상 곁에서 힘이 되어주는 아내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 본문 중에서


○ 수제화 거리

낡은 염천교를 지나면
100여 년 된 수제화 거리가 있다.

가죽 냄새 맡으며 한 땀 한 땀
장인의 손을 거친 구두는 보물이었다.

하이칼라 멋쟁이 아저씨도
빡빡머리 이등병도 신었으리라.

봄바람 가을 햇살 떠난 자리엔
빛바랜 낡은 간판이 버티고 있다.

올 겨울 보물 하나 장만하면
장인의 환한 미소 볼 수 있으려나


○ 한결같이

동녘을 붉게 물들이며
세상을 밝혀주는 일출

서녘을 곱게 수놓으며
하루를 마감하는 일몰

찬란하게 나타났다가
수줍게 사라지는 모습

시작과 끝이 변함없으니
늘 새롭고 반가운가 보다.
○ 운전과 인생

제 속도로
운전하다가도
뒤차의 움직임에
과속할 때가 있습니다.

여유롭게
살아가다가도
주변의 부추김에
무리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다
사고가 나거나,
탈이 난다면
모두 내 손해입니다.

너무
뒤차 눈치 보거나
주변 신경 쓰지 마세요.
어차피 내 갈 길이잖아요.


○ 달과 별

밤하늘엔
달과 별이 숨바꼭질하네요.

반짝반짝 작은 별 도망가면
성큼성큼 큰 달이 쫓아갑니다.

외로울 땐
밤하늘을 보세요.

달이 보이고요.
별이 보이고요.
고향 친구들이 보이고요.

하늘나라
엄마, 아빠도 보인답니다.

저자의 말

 

*제1부 일상에서

첫인상 ● 항해 ● 성에 ● 경청 ● 청계천에서 ● 있는 그대로 ● 수제화 거리 ● 타인 느낌 ● 선택 ● 마음 ● 말 타기 ● 부자 되는 법 ● 한결같이 ● 유능하다는 것 ● 이해 ● 현명한 어른 ● 운전과 인생 ● 치유 ● 망설임 ● 첫 실패 ● 포기 ● 관행을 바꾼다는 것 ● 이사 ● 결정 ● 음양의 법칙 ● 충고 ● 신기루 ● 적응 ● 누군가 눌러주겠지 ● 다시 일어서게 하는 것들 ● 뻘쭘 ● 담쟁이 넝쿨 ● 우리 집 그녀 1 ● 뜨거웠던 그 밤 ● 여우와 두루미 ● 첫사랑 ● 우리 집 그녀 2 ● 탬버린에게 ● 망초야 ● 허수아비 ● 겨울 아침 ● 새똥 ● 날파리증 ● 늦 모기 ● 아뿔싸 ● 우리 집 그녀 3


*제2부 자연에서

가을 ● 꽃이 된 당신 ● 봄꽃 ● 휴식 ● 가을, 코스모스 ● 나눔 ● 허기진 하루 ● 염치 ● 제자리 ● 옷장 ● 쟁기질 ● 해당화 ● 찔레꽃 ● 장미의 전쟁 ● 우주로 가는 길 ● 물방울 ● 하늘은 ● 절벽에 핀 꽃 ● 일출 ● 달과 별 ● 처마 밑 메밀 가족 ● 재래시장 ● 귀로 ● 사랑한다면 ● 검정 고무신 ● 모성애 ● 유혹 ● 연애편지 ● 공존 ● 빈 의자 ● 이별 ● 내 사랑 ● 무지개 ● 복분자 ● 수확 ● 김삿갓 방랑기 ● 배려 ● 둘이 사귄다는 것 ● 잘 되길 바란다는 것 ● 고마움 ● 괜찮아 ● 커피 한 잔 ● 향수 ● 동행 ● 무서리 ● 우리 과장님 ● 나비 ● 울보의 계절 ● 전당포


*제3부 촌뜨기의 도시 적응기

보증금 200에 월 12만 원 ● 양복 한 벌 값으로 세 벌 ● 중고 유모차 ● 장미꽃 한 송이 ● 나이 50에 첫 해외여행 ● 열다섯 번의 이사 ● 매일 5시간 20분 여행 ● 촌뜨기의 도시 적응기 ● 전철 개찰구


*제4부 직장에서 자연으로 향하는 내비

준비 배경 및 시기 ● 입지 선정 ● 집 크기 및 구조, 업체 선정 ● 이웃과의 관계 ● 심어야 할 나무, 피해야 할 나무

*어머니 아버지께

소원 ● 선잠 ● 후회

이영상


중앙대학교 졸업
의경, 순경, 간부후보생,
경기청, 서울청, 경찰청을 거쳐
현재 대구경찰청 청장으로 재직 중
2020년 제20회 경찰문화대전 산문 부문 특선

<저서>
『나를 일어서게 하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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