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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포럼
작가포럼
문예지
신국판/296쪽
2021년 6월 30일
9772765701003
15,000원

■ 축사


썼다가 지우기 _ 이동하
(...)

주로 자기 이야기만 쓰는 작가가 있고 생판 남의 이야기만 쓰는 작가가 있다. 굳이 가르자면 그렇다는 거다. 나는 물론 전자에 속한다. ‘나’의 이야기를 ‘우리’의 이야기로 만드는 데에 나의 소설공법은 집중된다. 나의 체험을 디딤돌로 삼지 않고는 소설적 상상력이 발동되지 않는 거다.
문제는, 이 답변이 아직도 유효한가에 있다. 스무 해쯤 전에 내뱉은 말들이다. 아니라고 부인하기 어렵다. 우선, 판타지 류의 서사가 판치는 세상에서 여전히 리얼리즘의 소설미학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 그 증거다. 소설에 대한 인식이 너무 경직돼 있다는 생각도 그래서일 것이다. 역사나 사회적 불의에 대한 폭로, 저항, 분노 등 다분히 상투적인 정의감과 엄숙주의가 내 안에서 자주 고개를 쳐들곤 한다. 그것만도 아니다. 약자의 상처와 비명과 눈물이 질척하게 묻어나는 문장들도 지겹다. 이 나이에도 여전히 징징거리고 있는 꼴이다. 이우환 화백의 말처럼 이거야말로 ‘진지한 척’ 하는 게 아니랴. 한때는 그렇듯 절절하게 나를 사로잡았던 것들이 지금은 신파조 몸짓같이 느껴지는 것이다. 내가 무수히 썼다 지우기만을 되풀이하고 있는 까닭이다.

미당 선생의 다음 말을 소개하는 것으로 이 글을 마치려고 한다. 타계하시기 불과 두어 달 전 사당동 댁으로 찾아간 제자(시인 이경철)에게 한 말씀이라고 한다.

-시인이란 똑같은 소리 되풀이하지 말고 계속 새로운 세계를 찾아나서야 되는 것이야. 기웃기웃거리며 남의 것 좋다 흉내 내지 말고, 무엇에도 흔들림 없는 ‘절대적 자아’를 가지고 끝없이 떠돌라는 것이지. 아직 덜 되어서 무엇인가 더 되려고 떠도는 것이 시이고 우리네 삶 아니겠는가.”(이경철, 서정주 시인의 아스라한 에스프리, 그 살가운 정. 문학의 집 서울, 2021.2.)

생애의 끝에서 대 시인이 남긴 마지막 선언이다. ‘절대적 자아’를 지닌 존재가 ‘아직 덜 되어서 무엇인가 더 되려고 떠도는 것’ 그것이 시이고 우리의 삶이라고!
썼다가 지우고 또 썼다가 지우기를 멈추지 못함은 못나기 짝이 없는 내 존재에 대한 자각, 그러므로 무언가 더 되고자 하는 내 영적 갈망의 불이 아직은 꺼지지 않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설사 때늦은 변신의 꿈으로 끝날 망정 이 작업을 결코 접어버릴 수 없는 이유다.(이 말 또한 괜히 비장한 척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창간사
함께 하는 작가포럼 _ 이덕화

철학자이자 미학자인 루카치는 저작 『소설의 이론』에서 이런 말을 했다. 별이 빛나는 창공을 보면서, 갈 수 있고 또 가야만 하는 길의 지도를 읽을 수 있던 시대는 얼마나 행복한 시대인가. 이런 시대에는 모든 것이 새로우면서도 친숙하고, 또 모험으로 가득 차 있으면서도 결국은 자신의 소유가 된다. 세계는 광대하지만 마치 자기 집에 있는 것처럼 아늑한데, 그것은 영혼 속에 타오르는 불꽃은 별들이 발하고 있는 빛과 본질적으로 동일하기 때문이다. 즉 세계와 자아, 천공의 불빛과 내면의 불꽃은 서로 뚜렷이 구분되지만, 서로 낯설지가 않다. 그까닭은 모든 불은 빛 속에 감싸여 있기 때문이다. 한동안 잊히지 않고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은 구절이다.
(...)
『토지』 속에서 스피노자의 철학의 핵심적인 용어 ‘능동적 공동체’를 발견하고, 서희가 길상과의 관계를 절대적 관계라고 지칭하는 ‘절대적 관계’가 스피노자에게 이르러 해석이 되었다. 대단한 경이로움이었다. 스피노자가 말하는 ‘절대적 관계’란 ‘절대적 구성’을 말하며, 자신을 구성하는 힘이 증가함에 따라 더욱더 타인에 대해 열려있는 구성이다. 이것은 박경리의 자신의 존엄이 귀하면 귀할수록 타자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생명 사상과 관련이 된다. 만일 두 사람이 자신의 힘을 모으는 데 뜻을 합친다면 그 둘은 서로 떨어져 있을 때보다 더 강한 힘을 가지게 된다. 힘을 키우는 것은 자유를 향한 염원 때문이다. 이런 염원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공동체가 바로 ‘능동적 공동체’로의 지향이다. 즉 높은 형태의 자유의 구성을 목적으로 하는 자유로운 인간들의 구성체이다.
(...)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함으로써 누리는 일상은 얼마나 달콤한가. 나를 포함한 작가들이 자신의 작품뿐만 아니라 많은 다른 작가들의 작품들까지 향유하며 또 자신의 글 쓰는 일에 최선을 다한다면 그 또한 행복하지 않은가. 대가의 반열에 끼지 못하면 어쩌랴. 그런 생각으로 시작한 작가포럼이었다. 벌써 4년째로 조선희, 오정희, 최시한, 이순원, 고은주, 은희경, 구효서, 김숨 등의 작가들을 초빙해 창작과정을 듣는 세미나를 이어왔다. 그러다가 코로나 상황으로 비대면 세미나를 개최하다 보니, 뭔가 새로운 계기가 필요했다. 이번에 창간하는 작가포럼 잡지 기획은 이러한 바탕에서 출발한 것이다. 다행히 많은 회원들이 호응하면서 큰 힘을 보태주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의 글을 통해 새로운 힘을 키워나가며 그 안에서 자유를 누리는 데에 이 작가포럼이 한 점 보탬이라도 된다면 좋겠다. 그것으로 충분히 만족하겠다. 이것은 나 혼자만의 힘이 아닌, 여러분과 함께할 때 가능하리라고 생각한다. 미미하지만 탄탄한 모임이 되기 위해서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작품으로 스스로의 힘을 키워나가야 한다. 함께 노력해 보자. 최선의 삶으로 진정한 행복을 누릴 수 있도록.


■ 발행사


작은 밀알이 되길 희망하며 _ 이영철

만나면 반갑고 즐거움 넘치는 지인들 모임이었다.
그들은 각자의 분야에서 최고라고 자부하는 전문가들이고 비교적 경제적 풍요를 누리는 부류였다. 주기적으로 만나 인연의 깊이를 쌓아가며 주제 또한 다채로워 대화거리는 늘 풍성했다. 작가는 나 혼자였다. 그들은 문학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출판사를 하며 소설을 쓰는 나에게 누군가 물었다.
“뭣 땜에 골치 아프게 소설을 쓰고 책장사를 해요. 그냥 편히 살면 안 돼요?”
모임이 끝나고도 한동안 ‘골치 아프게’라는 그의 말이 귓전에 맴돌았다.
그래, 소설가들은 뭣 땜에 죽자살자 골방 의자에 송곳처럼 박혀 머리를 쥐어뜯으며 자청해서 끙끙 앓고 있는 것일까.

길은 언제나 늘 그 자리에 있다.
움직이는 건 언제나 늘 우리였다.
소설가들의 모임인 작가포럼에서 문학지 『작가포럼』 창간호를 발행했다.
이 척박한 환경에서 소설을 쓴다는 것이, 잉태한 작품을 지면에 활자화한다는 것이 어떤 위로가 될지는 누구보다도 서로가 잘 안다.
22년 동안 출판사를 하면서 그동안 고마움과 소중함을 느끼게 해준 작가들을 위해 작은 밀알의 역할을, 『작가포럼』을 통해 소통하고자 한다. 동료 작가들이 보내온 한 작품 한 작품을 읽으며 노고에 대한 안쓰러움과 존경스러운 마음을 동시에 느꼈다.

누가 뭐래도 소설가들은 대단한 존재이다.
내 결론은 그렇다.
이제 한땀한땀 수놓은 작품들이 힘찬 날갯짓으로 훨훨 날길, 개인의 소중한 소설집으로 다시 탄생하길 기대한다. 또한 이 작은 밀알 한 톨이 훗날 한국문단의 우람한 밀밭을 가꾸는 초석이 되길 희망한다.

작가포럼 문학상·신인상 모집

*축사
이동하 | 썼다가 지우기
*창간사
이덕화 | 함께 하는 작가포럼
*발행사
이영철 | 작은 밀알이 되길 희망하며

작가포럼 세미나

*특집 1 구효서 풍경소리
구효서 | 구효서 작가와의 특별한 만남, [풍경소리] 그리고
*특집 2 재외 교포 작가 작품
이정숙 | 재일교포 가족사 소설 『파친코』의 상처 받은 인물들
*창작노트
이순원 | 이순원의 창작노트

*단편 소설
노순자 | 기억의 바닥
이재연 | 부서진 세월의 흔적
허정수 | 붉은
서기향 | 감성돔
권채운 | 제비
윤혜령 | 리큐르 만드는 밤
이하언 | 개
이수안 | 모나로부터, 모나에게
강나윤 | 네 찌찌를 찾고 싶다면 신도림역 4번 출구로 와라

*미니 픽션
오은주 | 도덕의 바깥으로
김 경 | 푸른바다거북
주수자 | 미스 방의 묘지
엄현주 | 온리 원
이연숙 | 거울 속 학장님
한성규 | 아르마니 바지

*해외 작가 리뷰
최문희 | 베른하르트 슐링크의 ‘주말’ 고독이라는 유배지

*영화 리뷰
박명희 | 시대의 아픔을 넘어 - <작가 미상>

*연극 리뷰
김지수 | 닫힌 사회의 열린 무대 - 주수자 <공공공공>

*문학과 미술의 만남
한영자 | 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를 보고서

작가포럼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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