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롤로그 어쩌면 나는 섬에 포위된 채 한평생을 살아왔는지도 모른다. 비록 삶의 터전은 육지였지만 마음속 심연深淵에는 섬과 바다가 늘 껌딱지처럼 내 곁에 붙어 다니고 있었다. 왜 그토록 오랜 세월 질기게도 나를 놓아주지 않았는지 지금도 잘 모르겠다. 나 혼자만이 간직한 유년 시절의 그리움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원초原初부터 내 영혼을 거기에 두고 떠나온 것이었을까? 그곳은 동해의 먼 끝 쪽 섬 은둔의 소왕국 ‘울릉도鬱陵島’다. 그래서일까, “울릉도를 사랑하는 사랑방 모임”인 ‘울사모’ 카페를 15년간 운영하며 오늘도 울릉도와 함께 아침을 열고 있으니 전생에 난 이 섬의 노예가 틀림없으리라. 울릉도에 그 어떤 이슈가 있을 때면 조금씩 써왔던 글들이 꽤 모였다. 오래전에 써둔 것들이어서 시사성이 떨어지긴 하나 내 나름대로 한 번쯤 정리하고 싶었다. 언제나 내 영혼은 바람을 타고 귀향歸鄕의 해로海路를 찾아 헤매어왔다. 이제는 돌아갈 수 없지만 삶이 다할 때까지 내 마음을 실은 해풍海風은 흔적 없는 바닷길을 더듬고 또 더듬어 그곳을 찾아갈 것이다.
2023년 2월 홍상표
■ 본문 중에서 **섬개야광나무
달빛이 고운 밤에 살며시 들여다보면 광채가 난다는 나무가 ‘섬개야광나무’다. 국내에서는 멸종위기 희귀식물이 되었으나 미국 식물원에 있다는 보도가 조선일보 2008년 7월 7일 기사가 나왔다. 이 ‘섬개야광나무’는 미국의 아놀드 수목원까지 애써 가지 않더라도 울릉도에 자생하고 있어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울릉도에는 희귀식물이 꽤 많이 있는 것 같다. 희귀 및 멸종 식물 37호인 ‘섬말나리’만 해도 세계에서 보기 드문 울릉도 자생의 노란색 나리꽃이 아닌가? 2004년도에 대구은행이 주관하고 푸른울릉도독도가꾸기모임이 나리분지에 수백 개의 ‘섬말나리’ 복원행사를 했다고 한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울릉도에서 자생하는 ‘섬시호’는 어떤가? 1916년에 발견되었으나 이미 멸종된 줄 알았던 섬시호가 아직도 울릉도에 자생하고 있다는 소식도 몇 해 전에 들은 바 있다. **출향인은 울릉도의 자산이자 미래다
지난 10월 3일 중앙일보에 게재된 재외동포재단 권영건 이사장이 쓴 “재외동포는 민족 자산이다”라는 칼럼을 읽었다. 간략하면서도 아주 설득력 있게 재외동포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었다. 재외동포는 ‘민족의 역사’이며 ‘민족의 자산’ 그리고 ‘민족의 미래’라고 갈파하고 있는 것이다. 무언가 가슴 속으로 다가오는 짙은 동감이 다가왔다, ‘재외동포’를 ‘출향인’으로 바꿔 몇 가지 자귀만 고치면 그대로 울릉도를 두고 하는 말 같아서 신기하기도 했다. 출향인은 ‘울릉도의 역사’이며 ‘울릉도의 자산’ 그리고 ‘울릉도의 미래’라고 고쳐 써도 재미있을 것 같아 몇 가지 생각해본다. **발해 1300호 선장 이덕영 안타깝게도 이 대원들 중에는 발해 1300호와 함께 바닷속으로 사라진 우리 울릉도 사나이 이덕영李德榮 선장이 포함되어 있었다. 탐험, 탐사, 모험, 이런 것들이 우리 곁에 다가오는 순간 우린 가슴이 설레기도 하고 그곳이 어디든, 무엇이든 도전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된다. 비록 무모하게 보일지라도 모두 나름대로의 꿈을 찾아서 모험을 시도하고 싶어 한다.
**‘눈꽃축제’는 이어져야 한다
표면상의 이유야 신종플루로 인한 일시적인 중단이라고 하였지만, 실상은 여러 지자체들이 너도나도 유사한 축제를 남발함으로써 막대한 예산을 낭비하게 되었고 이를 행자부가 지방교부세 삭감이라고 하는 엄포성 행정지도를 실행하려는 것은 지원액에 비해 효과가 크지 않은 점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조금은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일본 홋카이도에 가서 겨울축제를 연구하고 오는 등 울릉군이 심혈을 기울였음에도 조기에 막을 내린 것이 아쉽다. 그래서 개인이 나섰다. ‘울릉매니아’라는 울릉도 출신 젊은이들로 구성된 여행알선업체가 눈꽃축제를 승계하여 맥을 있겠다고 일어선 것이다. 그것도 이 비수기에 자체적으로 1인당 5만 원의 선임을 보조하여 눈 내린 울릉도를 소개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고향
지나쳐 가는 일상의 조그만 것들로 인해 이렇게 마음의 파장이 일어나고 계절의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하는 것은 초등학교를 끝으로 일찍 고향을 떠나 육지로 나온 탓일지 모르겠다. 더욱이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인 동해의 외로운 섬이 그 근원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아침저녁 약간 쌀쌀하긴 해도 아직 겨울의 내음을 미처 느끼지 못했는데 올해 들어 울릉도에 첫눈이 내렸다는 소식이 텔레비전에서 나온다. 방송이나 신문에 ‘울’ 자만 보여도 혹여 ‘울릉도’ 소식이 아닌지, 좋은 소식인지 나쁜 소식인지 가슴이 벌렁대는 걸 보면 고향에 대한 연민이 꽤 깊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토록 그리운 고향임에도 자주 찾아보지 못하는 것은 늘 ‘고향 섬’이 안개 자욱한 ‘환상의 섬’으로 저만치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