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는 글 창가에 신록으로 어우러진 유월의 햇살이 따사롭다. 2016년 6월 『외갓집 가는 길』이란 첫 수필집을 내면서 많은 분에게 따스한 격려와 응원으로 문학에 더 매진하여 오던 끝에, 그동안 서투른 글이나마 틈틈이 모아 이번에 두 번째 수필집으로 『살며 생각하며』라는 책을 선보인다.
문학이란 ‘사상이나 감정을 언어로 표현한 예술체’라고 한다. 이번에 두 번째 수필집은 나의 소소한 일상생활 속에서 보고 느낀 그대로의 삶을 글로 엮어 보았다. 어릴 때부터 누런 공책에 꼬박꼬박 일기를 쓰던 게 오늘에 나를 문학인으로 만든 동기가 아니었나 생각해본다. 문학에 전문적인 지식이나 배움은 없지만, 이번 두 번째 수필집은 나의 사생활이나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작은 감정들을 가감 없이 글로 표현해 보았다. 이 책이 나오기까지 물심양면으로 애를 써 주신 모든 분과 내 사랑하는 세 아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2023. 8. 섬진강이 어우러진 곳에서 박윤수
■ 본문 중에서
*어느 봄날의 단상(斷想) 1
개구리가 긴 겨울잠에서 깨어난다고 하는 경칩(驚蟄)이 엊그제 지나갔는데 자연의 순리에 따라 겨우내 기다리다 저절로 찾아온 이 봄인데 뭐가 그리도 못마땅해서일까? 겨울이란 계절은 반달만 한 눈 흘기며 사나운 기세로 섬진강 자락에 바람이 몰아친다. 갓 깨어난 눈엽(嫩葉) 고사리 같은 새싹 들이며 나지막한 논두렁길 따라 한쪽에 고인 웅덩이에서 이제 막 알에서 깨어난 새 생명은 어찌하려고 바람은 그리도 매몰차단 말이냐? 어쩌면 이토록 수상한 자연의 형상들은 정녕 지금 이 나라가 처한 고달픈 삶의 현실을 마치 대변이라도 하는 양 내 눈에 비취인 거울 같아서 울컥 내 맘이 침울해진다. 그러니까 작년 12월 9일이던가 이 나라에는 큰 변이 일어났다. 그것은 현직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의 탄핵소추를 받아 대통령 업무가 정지된 사건으로 사상 두 번째로 대통령이 없는 나라 꼴이 되었다. 작년 겨우내 서울 도심 한복판인 세종로나, 청와대, 헌법재판소 등 주변에서는 주말이면 수많은 민초들이 거리로 나와 대통령 물러나라는 성난 외침 속에 온 나라가 그야말로 난리법석이다. 수백만 군중들의 저 성난 민심을 누가 잠재워 줄 것인가? 1948년 이 나라 초대 이승만 대통령이 12년 동안 독재자로 권좌에 있으면서 3·15 부정선거 등 온갖 부정부패를 저질러 급기야 1960년 4·19 학생의거로 도화선이 되어 국민의 저항을 받아 큰 항쟁으로 이어지더니만 이승만은 더 버티지 못하고 급기야 국민이 원한다면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비정한 말을 발표한 뒤에 하와이로 망명을 하고 만다. 아마 이 사건은 필자가 아직은 나이가 어릴 때인 열 살 무렵으로 기억이 된다. 그 당시 대다수 가정에선 통신시설이 발달 되지 못한 시절이라 나무로 대충 만든 네모난 통 속에 들어있는 조그만 스피커에서 흘러나온 대통령의 목소리가 온 나라에 울려 퍼졌다. 우리나라 역사는 이날이 곧 최초 민중들이 독재자의 불법에 항거하여 얻은 위대한 승리의 날이요, 민주주의 초석을 연 큰 사건이라고 역사는 쓰였다. 이러한 어수선한 정치적인 틈새에서 박정희는 1961년 5·16 군사혁명을 일으켜 군부독재의 대통령이란 권좌를 움켜쥔다. 바른 민주인사들의 외침이나 잡음을 아예 차단해 버리기 위한 수단으로 듣기에도 무시무시한 중앙정보부란 통치기관을 만들어 말을 안 듣는 인사들이나 부정을 외쳐대던 사람들은 가차 없이 쥐도 새도 모르게 숙청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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