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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포럼 6 겨울호
작가포럼
문학지
국판변형/224쪽
2024년 2월 5일
2765-7019
15,000원

■ 시인의 말


늘 글밭 주위에서 맴돌기만 하다가
발목 잡혀 예까지 왔습니다.
창고에 움츠려 쌓여 있던 시들을 한데 묶어
세상 밖으로 첫걸음을 내보입니다.


처음 글을 쓰던 그때를 떠올립니다.
아픔과 그리움으로 삶에서 엮은 빗소리들이
단 한 명의 독자분에게라도
긴 울림 있는 시가 되기를 바랍니다.


내가 쓴 문장이 주관적이든 객관적이든 공감을 끌어내어
소낙비 그치고 햇살 비친 하늘처럼
가슴으로 와 닿기를 바라며
환하게 웃어보렵니다.


2023년 겨울
청본 김정희



■ 본문 중에서



**특집1 : 명작 다시 읽기
*난세의 고통과 불안, 그리고 작가의 탄생-이동하의 『장난감 도시』


이동하의 연작 장편 『장난감 도시』는 시골 살던 초등학교 4학년 어린이가 휴전 직후의 도시로 ‘이식’되어 척박한 ‘장난감 도시’ 환경에서 고통스러운 경험을 거듭하면서 세상의 이치를 서서히 발견해 나가는 이야기이다. 그 과정에서 빛나는 작품을 쓸 문학적 양식을 비축하고 고통의 심연에서 문학의 이파리를 틔워내는 형상을 보인다. 「장난감 도시」(『신동아』 1979), 「굶주린 혼」(『한국문학』 1980), 「유다의 시간」(『문학사상』 1982) 등 세 중편으로 나뉘어 발표된 이 연작은, 각각 19개, 17개, 16개의 짧은 삽화들로 짜여있다. 말하자면 총체성 지향의 장편 형식에서 비껴나 파편들의 불연속적 연속으로 구성된 형국이다. 왜 작가는 그런 단속(斷續)의 스타일을 구성했을까. 무엇보다 총체성이 철저하게 훼손된 전후 상황이라는 시대적 밑그림, 시골에서 도시로 이식되어 혹독한 허기와 궁핍, 그리고 아버지의 일시적 부재와 어머니의 죽음을 속절없이 체험해야 했던 가족 환경, 초등학교 4학년이라는 어린이의 시선과 성정의 한계, 고통스러운 소년기의 기억을 막힘없이 재현하기 어려운 성년 화자의 심리 등등이 어우러진 복합적 스타일이 아닐까 싶다.
『장난감 도시』는 척박한 전후 도시에 갑작스럽게 이식된 어린이의 고통스러운 통과제의 서사이다. 느닷없이 뿌리 뽑힌 아이가 감당하는 고통의 스펙트럼이 무엇보다 인상적이다. 전후 도시 생태의 질곡을 생생하게 보여줌과 동시에 궁핍한 시대의 인간 생리의 현장을 실감 나게 안내한다. 그런 난세에 인간의 자존과 위의를 어떻게 지킬 수 있는가 하는 윤리의 문제를 환기한다. 아울러 우리는 이 연작을 읽으면서 이런저런 생각에 몰입하면서 질문하게 된다. 뿌리 뽑힌 삶으로 인해 상처받은 내면 아이가 적절히 감정을 치유하고 자기를 성장시켜 나갈 계기를 어떻게 마련하는가? 고통스러웠으되 함부로 울 수도 없었던 상처받은 내면 아이의 고통을 애도하는 작업이 지연되는 가운데 이동하의 문학적 상상력은 어떻게 깊어지는가? 그리고 그 난세에 축적된 고통과 응결된 눈물이 어떻게 훗날 언어의 연금술로 미학화되는가? 등등…



**특집2 : 해외 문학
*소비에트문학의 SF: 스트루가츠키 형제의 『노변의 피크닉』(1972)


소비에트의 SF 문학을 대표하는 스트루가츠키 형제, 즉 아르카디(1925―1991)와 보리스(1933―2012)는 각각 일본 문학, 천문학 전공자이다. 1950년대부터 공동 창작을 시작한 형제의 대표작이 쏟아진 1960~70년대다. 블라디미르 멘쇼프 감독의 <모스크바는 눈물을 믿지 않는다>(1979)를 참고하면, 브레즈네프(1906―1982, 집권: 1964~1982) 시대에는 지방 출신의 세 여성, 특히 여주인공 카탸의 인생역정을 통해 ‘촌년’조차, ‘미혼모’조차, ‘공순이’조차 자신의 열정과 노력으로 기업의 경영자 자리에 오를 수 있을뿐더러 새 남자를 만나 제2의 인생을 시작할 수 있었다. 그야말로 눈물을 믿지 않은 곳이 그 시대의 모스크바였다.
물론 철저히 체제 찬양적인 관점이지만, 스탈린식 엄혹한 공포 정치가 끝났음은 분명하다. 스트루가츠키의 소설이 비교적 검열에서 자유로웠던 것은 이런 시대적 분위기에 덧붙여 SF가 순문학의 열외로 취급된 까닭도 있었던 듯하다. 대체로 다른 채널을 통해 미래에 대한 자유분방한 상상을 시도할 수 있었던 서방보다 SF가 더 활성화되었다는 의견도 있다. 당대에도 대단한 인기를 누린 스트루가츠키의 소설은 가독성과 참신함에 있어 지난 세기에 대학 강의실에서 읽었던 소비에트 소설과는 놀라울 정도로 다르다. 동시에 영미권의 SF 소설(가령 필립 K. 딕)과도 차별되는, 러시아문학만의 독특한 지점이 있다.

■ 차례


권두언
허정수 동사(動詞)에게 반항하다 2


*특집
[특집 1] 명작 다시 읽기
우찬제 난세의 고통과 불안, 그리고 작가의 탄생 10
[특집 2] 해외 문학
김연경 소비에트문학의 SF: 스트루가츠키 형제의 『노변의 피크닉』 20
[특집 3] 노근리 포럼
임재희 『세 개의 빛』 ―임재희 작가와의 대담 29
이덕화 전쟁과 폭력 43


*작가포럼문학상 심사평
제3회 수상작 『참 좋은 시간이었어요』 ‒ 엄현주 56


*단편소설
박경숙 고모가 죽었다 60
박정규 인간탁본‒태고 76
박찬순 채티와의 한판 94
백종선 하쿠나마타타 111
이찬옥 팔월에 송이 124
이현신 음악에 갇힌 남자 139
최승랑 그 밖의 다른 사람 155


*미니픽션
원희재 아이스버그 W 3.0 176
성혜령 마지막 성묘 179
이보리 최후의 변(便) 182
민규윤 데스매치 184
김생 산세비에리아와 백합이 한 화분에 어울려 피어 있습니다 189


*에세이
박용수 아! 눈물밥 194
정훈모 어느 지루한 날의 오후 196
이재연 길 너머 저쪽 198
이정림 사라진 내 우체통 201
김선주 빨래 소동 ―호주편 204


*인접 장르
[연극] 의붓자식
유창선  ‘의붓자식’으로 돌아본 작가 김명순의 삶과 문학 210
[영화] 당신얼굴 앞에서, 우리의 하루
임재희 ‘당신’을 보내고 마주한 ‘하루’ 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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