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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의 에뜨랑제 세상을 향해 나아가다
심규식
산문집
신국판/280쪽
2019년 08월 30일
979-11-5860-682-4(03810)
13,000원

작가의 말

 

지난 밤 기다리던 좋은 비가 흠뻑 내렸다. 희우(喜雨).

며칠 전 텃밭에 심어놓은 고구마순이 번쩍 고개를 들었다. 고구마 두렁 옆에 심어놓은 감자들도 꽃이 피었다. 상추, 고추, 부추, 쑥갓, 땅 콩, 도라지, 더덕, 들깨, 아욱, 오이, 가지, 토마토, 호박 등도 빗물을 흠씬 빨아올려 생신한 모습이다. 별로 넓지 않은 텃밭이지만 우리 집 엔 두 군데 텃밭이 있고, 우리 부부는 봄부터 가을까지 이 텃밭을 가 꾸며 즐겁다. 그 작은 씨앗에서 땅을 뚫고 나오는 새싹이며, 부지런히 자라나는 갖가지 잎이며, 어느 날 수줍은 듯 벌어지는 꽃과 앙증스럽게 매달린 열매…….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하는 텃밭이다. 잠깐 나가서 잡초를 뽑아주고, 상추와 쑥갓을 뜯어다 점심을 먹었다. 소박하나 만 족스런 점심이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나의 체험이나 생각을 기록한 것들이다. 자전(自傳)적인 글들이다. 나같이 평범한 사람이 이런 글을 쓴다는 게 외람되지 않을까 적잖이 망설였다. 그럼에도 내가 이 글을 쓸 작정을 한 것 은, 위대하고 훌륭한 사람들의 삶 못지않게 모든 평범한 사람들의 삶 또한 그 나름의 의미와 가치가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 세상은 소수의 비범한 사람들보다는 오히려 평범한 대다수의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고, 그들의 삶 또한 비범한 사람들의 삶 못지않게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장미나 모란이 그 화사한 자태와 눈부신 색깔로 우리의 사랑을 받지만, 이름 없는 야생화 또한 그 나름의 빛깔과 향기로 스스로의 존재를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특히 우리 세대는, 전통적인 농경사회가 근대적인 산업사회로 전환하는 격변기를 살아왔다. 해방과 6·25전쟁 직후의 피폐한 상황에서 태어나, 경제 성장과 민주화의 진통을 온몸으로 겪으면서 오늘날에 이 르렀다. 좋은 작품을 쓰진 못했지만, 글 쓰는 것에 의미와 가치를 두 는 사람으로서, 나는 그간 내가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한 것을 기록해둬야 한다는 부채감 같은 것을 가지고 있었다. 이글의 내용은 나와 동시대 사람들은 거의 누구나 지니고 있는 체험일 것이다. 그러나 산업사회에서 태어나 성장한 나의 아들이나 딸에게는 옛날 일처럼 느껴질 것이다. 나의 자식뻘인 젊은이들에게 그들의 앞 세대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보여 주는 것도 전혀 의미 없는 일은 아닐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이 글을 쓰게 되었다.

 

공자의 말씀에 ‘술이부작(述而不作)’이란 말이 있다. 있는 그대로 말하되 거짓을 꾸미거나 없었던 일을 창작하지 않는다는 뜻이겠다. 또한 공 자가 <춘추(春秋)>를 저술할 때의 엄정한 자세를 ‘춘추필법’이라 한다.

아무리 막강한 권세를 휘두른 황제나 왕이라 해도 잘 한 것은 잘 한 것 으로, 잘못한 것은 잘못한 것으로 기술하지 않으면 사서(史書)로서의 의미가 없다는 말이다. 역사적 진실을 왜곡하거나 창작한다면 그것은 한 편의 작품은 될지언정 이미 사서(史書)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이 글을 쓰면서 내가 마음에 새긴 말이 바로 ‘술이부작’과 ‘춘추필법’이다. 가능한 한 과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쓰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분명한 기억에 의존한 기록이란 인상주의적이고 단편적이 되게 마련이다. 또한 인간이란 태생적으로 나르시스적인 존재가 아닌가. 눈살 찌푸리게 하는 자화자찬이 있더라도 너그럽게 웃어넘겨주길 바 란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내 유년 시절의 체험과 농촌 풍경, 학창 시절 정신적 편력과 사색의 궤적, 그리고 우리 시대의 역사적 사건에 대한 나의 생각, 그리고 살아오면서 내 마음에 머물렀다가 간 여러 기억의 편린(片鱗)들이다. 요즈음 쓴 것도 있고 전에 쓴 것도 있다. 두서도 없 고, 정리되지도 않은 글들이지만, 내 삶의 모습을 거칠게나마 조감(鳥瞰)할 수 있어, 나에겐 나름의 의미가 있다.

 

2019년 여름

심규식

1. 소년, 세상에 눈뜨다

 

마을 풍경

치알봉과 빨치산

감나무와 대나무

할아버지의 손

아버지와 어머니

무명 장사 유기홍 아저씨

내 동무 진돗개 진구

시골 초등학교의 추억

유래 깊은 사찰 관음사

모래찜질밭이 좋은 섬진강

공산주의와 자본주의

그때 궁금했던 일 두 가지

활동사진 <독립협회와 청년 이승만>

4·19와 이승만 대통령의 하야

5·16 군사 쿠데타

 

 

2. 낭만의 에뜨랑제, 세상을 향해 나아가다

 

소년, 시골을 떠나 도시로 가다

광주고 친구들과 도서관

문학에 눈뜨다

지방 음악가 심대영

음악과의 인연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하였다

한일회담과 베트남 파병

나의 대학 생활

3선 개헌과 유신체제의 출발

기독교와 예수

문학 동아리 <수요문학>

공주 토박이 조동길 교수

전태일, 또는 선성장 후분배 정책

실존주의 철학과 문학

1500년 만에 빛을 보다, 무령왕릉

그녀와의 인연

 

 

3. 소설을 쓰며, 아이들을 가르치며

 

카투사에 가다

가르친다는 것

<신인문학> 활동

<천안문학>과의 인연

<백매문학> 결성과 문학지 「좋은 문학 좋은 동네」

<충남소설가협회>와 <충남문인협회> 활동

 

 

4. 보다 나은 삶을 향한 우리 시대의 항쟁

 

민청학련과 인혁당 사건

박정희 대통령의 사망

전두환 장군의 등장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비극

1987년 6월 민주항쟁

청천하늘에 날벼락 IMF 사태

 

 

5. 그대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한국인의 신분 상승 욕구와 노블레스 오블리쥬

도적과 영웅

좌우 이데올로기와 우리 소설

소설이란 무엇인가

말에 대한 몇 가지 편상

나의 요술상자 컴퓨터

바둑 이야기

낚시터에서 만난 노인

사주팔자

명당 이야기

평범한의 생활 철학

종교에 대한 나의 생각

향토애와 지역감정

 

 

6. 언론에 발표한 나의 짧은 생각들

 

삶의 현실과 당위

부패 불감증

낮은 데를 바라보자

‘하면 된다’ 유감

시련과 고난의 참 의미

먹는 것과 마음

‘빨리 빨리’와 소걸음

참다운 신앙

이상주의와 현실주의

시골 초등학교의 황혼

아이들, 어른의 거울

아이들에게 책을 읽히자

이제 부패를 뿌리 뽑을 때다

조기 퇴출 현상과 학생들의 진로

무엇을 표현할 것인가

 

7. 심규식 소설에 대한 평설

 

역사의 어둠과 시대의 타락에 대한 성찰 _윤성희(문학평론가)

 

8. 부록_심규식 연보

 

심규식 沈奎植

 

1951년 5월 4일 생

공주사대국어과, 단국대 대학원 졸업

1992년 『문예사조』 6월호에 <소설신인상> 당선

1992년 제7회 <청구문화상> 소설 당선

1996년 제12회 <충남문학대상> 수상

2003년 제13회 <허균 문학상> 소설 본상 수상

현재 한국소설가협회, 한국문인협회 회원

2006년 한국예총 회장 표창패 수상

2008년 36.5년간 공립고교 교사로 재직 후 명예퇴직(옥조 근정훈장)

1996년부터 15년간 공주사대 국어과 강사 역임

 

<창작집>

『그곳에 이르는 먼 길』(도서출판 이서원, 1995)

『돌아와요 부산항에』(도서출판 이서원, 1995)

『사로잡힌 영혼』 (도서출판 효성, 1999)

『네 말더듬이의 말더듬기』(녹원출판사, 1991, 4인 공저)

대하소설 『망이와 망소이』(좋은 문학 좋은 동네 연재) 『낭만의 에뜨랑제 세상을 향해 나아가다』(도서출판 청어,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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