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내기까지 꽤 많이 망설였다. ‘이 책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까?’라는 것이 가장 큰 고민이기도 했는데, 사실은 무엇보다 나 자신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다는 점도 참 중요한 고민거리였다. 글을 쓴다는 것은 굉장한 상상력과 구상력을 가진 사람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일이 아니라면, 반드시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 깨달음 이후에는 그러한 글을 쓰는 일은 자제하게 되었다. 한 해 두 해 나이가 들다 보니 철이 든다고나 할까. 느려지고 조심스러워지는 모습에 노파심이라는 단어의 의미 그리고 왜 그런 의미에 그 단어가 선택되었는지 절로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왕이면 써놓은 글이니 에라 모르겠다 하는 심정으로 그 많은 서가의 책 중에 한 권으로 자리잡아두는 것도 개인적으로는 영광스럽고 썩 나쁘지 않은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어서, 어쩌면 이 책을 서가에서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영문학을 전공하고 금융업을 생업으로 살아오며 나는 늘 내가 선 자리가 버거워 숨 쉴 공간을 찾아다녔다. 아들이 어릴 적에는 육아와 직장을 병행하는 일이 특히 더 힘들었고, 그럴 때마다 나에게 숨 쉴 공기가 되어준 것이 피아노였다. 틈틈이 피아노를 공부해오다 기회가 되어 교회 부속 문화센터에서 피아노를 가르치기도 했으며, 이 책은 피아노를 공부하고 가르치며 보낼 수 있었던 최근 몇 년간의 이야기를 담은 글이다.
영국 왕립음악원의 체계적인 음악교육 프로그램인 ABRSM에 대해 소개하고 싶었는데, 학문적인 논문이 아닌 영리 목적의 책에서는 악보를 인용할 수 없다고 하여 악보를 싣지 못하고 글로만 설명할 수밖에 없었던 몇몇 글은 아쉽기만 하다.
글의 순서가 썩 정돈되지 못한 점도 아쉽긴 하지만, 이해를 부탁드린다. 하나의 글이 하나의 완성으로 단락 지어져 전후를 맞추어 읽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목차를 보고 마음 내키는 대로 읽어도 괜찮으며, 49개의 글 중 어느 것을 먼저 읽어도 크게 상관없는 것은 장점이다.
세상에서 가장 위험하고 긴 항해를 한 번 끝냈다 해도 뒤에는 두 번째 항해가 기다리고 있을 뿐이며, 두 번째 항해를 끝냈다 해도 뒤에는 세 번째 항해가, 그 뒤에도 또 다른 항해가 영원히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그렇다. 세상에서의 우리의 노고란 그처럼 끝이 없고 견뎌내기 힘든 것들이다. -허먼 멜빌의 『모비 딕』 중에서
지루하기 짝이 없고, 견뎌내기 힘든 것들로 가득 찬 세상을 견디며, 살아내기 위해 애써왔다. 소소한 나만의 방법들을 하나씩 함께 공유하고 싶다. 수줍게, 그 첫 번째 방법을 공유해본다.
박신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