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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속의 눈
김정애
시집
국판변형/104쪽
2023년 3월 28일
979-11-6855-140-4
13,000원

■ 시인의 말


그동안 쌓여온 시간들이 문지방을 넘어
세상 밖으로 나아가려 합니다
아껴두었던 내 안의 언어들을 털어놓고
가슴 후련하게 웃어보려 합니다
봄이 가까이 오고 있는지 해가 길어지고 햇볕도 따뜻합니다
봄을 기다리는 따뜻한 마음으로 자연을 사랑하겠습니다



■ 본문 중에서


**거울 속의 눈


빛이 반짝이던 유리 너머를
의심의 눈초리로 쏘아보곤 했다
뾰족한 것들이 흩어져 있고
부드러운 이파리도 날아다닌다
하루에도 몇 번씩 침범하며 넘보았다
누구에게도 주목받지 못한 그 여자를
뚫어져라 바라보며 빨아들인다

거짓은 부끄러운 꼬리처럼 감추고
겉치레만 웃고 있는 고통스런 슬픈 눈
조금씩 건너뛰어 보이지 않는 빛과
영원 사이를 오고 간다
환상을 숭배하고 자아도취에 목마른
여자들을 안아주고 눈물 닦아준다
버릴 수 있을 만큼 버린 자는 유리벽에 부딪혀도
깨지지 않는 비법을 배운다

어디까지 왔는지 길을 잃었을 때도
또렷한 눈빛으로 친절하게 바로 세워준다
점점 바보가 되어가는 머리 위에
그동안 먹은 쌀밥 무게만큼
이팝나무 꽃이 하얗게 내려앉았다
고인 물 한 방울도 없는 얼굴이 파랗게 웃는다
뒤쪽에 누가 숨어있는지 손으로 만지며
아무도 없는 빈 유리 속으로 들어간다



**그대와의 푸르른 날


그대 먼 길 떠난 뒤
나는 바다의 섬으로 남았습니다

하얗게 밀려오는 파도
때 없이 돋아나는
해초의 청정함을
막을 수도 없습니다

밀어내고 쓸어안고
잠잠할 날 없는 마음 밭
보내고 또 보내면
생각도 멀어질까요

그대와 푸르른 날
지울 수 없어
썰물에도 씻겨가지 않은
그런 날을 추억하며 삽니다

물 마르고 향기 잃으며
그대 가까이 가고 있는 세월
바다 끝 어딘가에 앉아서
날 기다리고 있는지 그립습니다



**눈 내리는 날


밤새 뒤척이며
잠이 오지 않은 것은
소리 없이
눈이 내리고 있었던 거야

창밖의 세상은
하얀 종이 위에
멋대로 그린 그림이었어

그 속에서 꿈을 꾸고
희망이 자라는 것은

온 천지에
마음에 드는 그림 하나쯤
그려볼 수 있음이야

시인의 말


제1장 철쭉이 지던 날


침묵

철쭉꽃 지던 날
거울 속의 눈
그대와의 푸르른 날
편지
기억이 사는 집
란(蘭)
친구
거꾸로 박힌 못
중심의 무게
퇴근
돌아간 그녀
비무장 지대
능주역
구절초는 피었는데
그의 부재



제2장 눈 내리는 마을


어느 자화상
꽃이 하는 일
폭우
해갈(解渴)
그림자
눈 내리는 날
만해 마을에서
아버지
신발
백담사 가는 길
유리벽
어떤 출구
까치
비둘기를 보며



제3장 길 밖으로


주머니

봄날
길 밖으로

산에는
마음이 얼어붙다
4월
폭염
능소화
목이 없는 나무
시간의 굴레
담쟁이
흑백사진 한 장
나의 일상을 모두 알고 계시는 당신



제4장 겨울나무


가을은
끝없이 가면 잎이 나고 꽃이 핀다
어둠의 의미
국화꽃
하늘과 바다
봄을 꿈꾸며
나무
생각의 나무 키우며
뿌리
내 마음속에는
매립지
카페인
겨울나무
사랑
접종
반려꽃 바이올렛
유통기한

김정애


전북 김제 출생
2009년 순수문학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
신세계아카데미 시창작회 회원
시집 『거울 속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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