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의 말
그동안 내 삶의 여백에 혼자만의 꽃은 피고 지고 얼마이든가 평탄한 길도 있었지만, 숨쉬기도 버거운 가파른 길 넘고 넘어 어언 지금 여기 내가 있다. 몸은 비록 고달파도 마음은 물 같이 흘러 하늘로 오르는 꿈을 꾸며 여백에 마음의 꽃을 피워오지 않았나, 비록 마음 밭에 심고 가꾼 시목(詩木)이 관심을 끌지 못할지라도 스스로 위안을 하며 혼자만의 독백처럼 피운 꽃들, 지금에 와서 버리기엔 마음이 아프고 아쉬움이 앞을 가려 마음 창고에 잠들어 있는 꽃들을 일깨워 피운 시로 쓴 회고록이라고나 할까. 미흡하지만 순수한 열정으로 돌아가 다시 피워본다.
전반부는 70년대 이전의 센티하고 꿈 많은 청소년기의 감성을 되살려 추억을 반추해보는 기회를 가졌으며, 70년대 이후 격동의 청년기를 거치며 틈틈이 적어놓은 글들과 80년대 이후 삶의 안정을 찾아 열정을 쏟던 때를 돌아보는 계기를 갖게 되었다. 공직생활 은퇴 후 생의 후반부에 정신적 위안이 되어 준 글들을 선별해 남은 애정을 쏟아 재탄생시켜 본다. 마음 밭에 잠든 시목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다면 얼마나 아쉽고 서운할까.
무한궤도를 달려온 여정, 종착역에 다다르기 전에 잠시 간이역에서 삶의 향기 풍기는 차 한 잔 들며 쉬어 가는 여유를 갖고 싶은 게다.
이번이 제3집 탄생인데, 마음 같아서는 매년 출간하고 싶었지만, 여력이 부족하고 게을러 실행에 옮기지 못해 마음이 개운치가 않았다. 하지만 마음 창고에 잠자는 작품들을 다시 깨워 선보이게 되어 기쁘고 위안이 된다. 이를 성원해준 모든 분과 청어출판사 관계자분들께 심심한 감사의 뜻을 표한다. 특히 어려운 여건에서 성원해준 집사람에게 고마움을 안기며 이만 여운이 남는 머리글로 갈음하고자 한다. 2023. 4. 시목의 여운 담아 갈원 김정우 배상
■ 본문 중에서
*낙숫물
무거운 침묵을 깨고 뚝 뚝 뚝…
누구의 눈물일까 누구의 핏방울일까 또, 사랑의 파멸일까 망각일까
내 귀엔 역력히 뚝 뚝 뚝
기구한 숙명의 회상곡 숨져간 선열의 핏방울 불연속상의 사랑의 노크
하지만 이 모두 내 마음속의 외침 독백이었다 지금도 낙숫물은 뚝 뚝 뚝… 내 마음을 울리고 있다
*오월의 행진곡
닮아 보자 내 맘껏 하늘빛이 보듬은 저 넘치는 신록을…
달려보자 내 맘껏 푸름이 배어드는 저 대지의 숨결을…
풋내 배인 가슴 연둣빛 함성의 물결 희망찬 오월의 행진곡을 들어보자
가다가 멈추더라도 일렁이는 저 푸른 결기로 힘차게 내일로 달려가 보자
붉게 타오르는 해를 품고 저 야망에 불타는 대지에 연둣빛 신록을 맘껏 심어보자
*아가에게
너는 모른다 이 세상을… 너는 모르리라 사람의 마음을… 그러나 넌, 곧 알게 될 게다
한 송이 망울 트는 미소처럼 난 동심으로 돌아가 오늘의 번뇌를 지워본다
해맑은 눈동자는 빛나고 천진난만한 천사의 마음은 옥구슬처럼 티 하나 없이 맑다
하지만, 넌 알게 될 거다 느끼게 될 거다 아픔, 슬픔을 알게 되는 날 넌 이미 어린아이가 아니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