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시인의 말 1슬 첫눈에 반하다
비상을 꿈꾸며 갑천의 여울 대추나무 그늘에서 빈집 배롱나무 앞에서 그냥 눈물이 난다 겨울 냉이 인연 하나 산수유 못다 핀 연꽃 너에게 한 수 배운다 무심코 던진 말 죽는 날까지 꽃으로 피어나다 하나둘 고빗길에서 지갑 속의 비밀 詩 한 줄이 봄을 깨우다 일탈을 꿈꾸며
2슬 나를 위한 밥상을 차리며
그늘진 언덕에도 꽃은 핀다 당신이 없는 자리 나를 위한 밥상을 차리며 아카시아 그 길에서 상추밭에서 보랏빛 엽서 반쪽 같은 사람아 꽃도 한때다 녹차를 마시며 나주곰탕집 낮은 곳에서 향기가 난다 상수리나무 아래서 아픔 부부의 날 한 장의 수채화 떠나는 뒷모습은 아름답다 촛불을 켜며 섬초 삶의 바느질을 짓다
3슬 바람 품 안
속울음 능소화 공중전화 속의 비밀 홀로 커가는 나무 봄의 여신 내가 숨죽어야 네가 되리 지워지지 않는 당신 919 시내버스 그때는 몰랐다 그렇게 늙어 간다 그녀의 손 소낙비 같은 사람 한여름 밤의 갈증 뿌리는 진실이다 바람 품 안 손을 씻으며 쫑다리를 뽑으며 자전거를 타는 남자
4슬 밤에 피는 꽃은 붉다
그리운 아버지 복숭아 그늘에서 당신은 누구시길래 가을을 탄다 다시 올 수 없는 그 시절 눈물 같은 바람이 분다 밤에 피는 꽃은 붉다 비바람이 불어온다 7월의 손 눈 감으면 떠오르는 감자꽃 죽는 날까지 꽃으로 피어나다 봄비 누굴까 한줄기 비가 되어 내린다 무심천변은 마음의 고향 마음을 들여다본다는 것 정
5슬 해가 갈수록 저녁노을은 불타고
떨어져도 꽃은 꽃이다 둘이 하나 되기까지 살구나무 그늘에서 가식으로 살아온 날 행주 가을은 만찬이다 세탁기 앞에서 가을밤 5월의 밥상 삭제된 메시지 골목길의 추억 시누와 올케 사이 세월은 물 위를 달린다 아버지를 닮았다 겨울비 지워지지 않는 꽃 욕심 그리움 한 사발 마음을 들킨 하루 나의 그림자 여름 끝에서 홍시 모내기 그 향기 한고비 너머 찾아오는
발문(跋文)_그리움은 흰 꽃이고 보고픔은 붉은 열매다_증재록(한국문인협회 홍보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