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의 말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책을 통해서,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서 꿈을 꾸기도 하고, 변화되기도 합니다.
첫 출산 후, 몸이 아파 10여 년간 거동을 못 하고 있을 때 위로해 주신 시인 선생님이 계십니다. 실의에 빠진 나에게 남편과 딸에게 보내는 편지를 숙제로 내주셨죠. 그때 시작한 글이 지금의 시집을 엮게 한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언어의 날개 하나하나가 제 살과 피입니다. 부끄럽지만 머무르고, 행복했던 순간들 한군데 모아 놓고 보니 남편과 딸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또한, 많은 도움을 주신 주위 분들 한 분 한 분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새해를 맞으며 황귀옥
■ 본문 중에서 *예수님 당신
창밖은 무척이나 춥습니다 까치 한 마리 깍깍 어둠을 밀어냅니다 햇빛은 거실을 건너 안방까지 차지해 남편의 따뜻한 훈기로 피어납니다
물 한 모금 먹지 못하고 한 방울 두 방울 링거에 의지할 때 숨 헐떡거리는 나를 일어나게 한 사람
휠체어를 밀어주고 친정집에 갈 땐 등에 업고 올라갔습니다 강산이 두 번 바뀌도록 참 많이도 업혀 다녔습니다
그는 집이 넘어지지 않도록 벽돌을 차곡차곡 쌓았고 비바람에 지붕이 날아가지 않도록 막아주었습니다
좋다고 하는 곳을 다 찾아다녔습니다 사람들은 말하기를 남편은 성당 가면 예수님 교회 가면 목사님 절에 가면 스님이라고 불렀습니다 속이 숯덩이가 되어도 누구한테 말하지 못했습니다
결혼하기 전에는 대한민국에서 단 한 사람 세계에서조차도 단 한 사람이라고 했던 당신 살아보니 세계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하나뿐인 당신입니다 해는 짧고 밤은 깊은데 그 추웠던 밤도 당신이 있어 견뎌내었습니다
이제는 머리에 서리가 내려 살아갈 날도 반환점을 돌았습니다 당신과 함께 환한 등을 잡고 어두운 길을 밝히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