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의 말
산봉우리마다 하얀 구름 머리에 인 날 구름 에워싼 궁전은 푸른 구슬 영롱하게 바다를 이루었다. 사는 것은 날마다가 좋은 것이었음을.
학업을 중단해야 했던 열여섯, 여름에도 창문 열지 못하고 선풍기 틀지 못했던 공장에서 돈을 받으면 높은 곳에 올려두고 그냥 바라만 보고 싶었다.
‘이만큼 행복한 날의 풍경’ 내 삶의 일기인 책을 받아 그대로 쌓아둘지, 하루 만에 다 없어졌던 월급처럼 망설이다 내놓게 될지 알 수 없지만 괜찮은 삶을 살게 해주셨던 하나님, 늘 곁에서 힘이 되어주셨던 엄마 오빠 동생들 가족, 순창 가족들 고맙습니다.
시적 사유가 익으면 어느 날 시가 온다 말씀해주셨던 구석본 교수님, 이해리 교수님, 김태수 교수님, 김수상 교수님 감사드립니다. 시는 잘 쓰지 않았지만 강의를 듣는 그 시간과 그 분위기를 사랑해서 행복했습니다.
삶의 곳곳에서 함께해 주셨던 문우님들. 나들이로 함께해 주었던 친구님들. 수영과 파크골프로 신선놀음을 하게 해 준 친구 진숙. 작은도서관에서 함께한 최정애 관장님, 김미숙 관장님 감사합니다.
오십 살 넘어 배우면서 시작한 홀로 열정 넘쳤던 수업에서 “식사는 하고 오셨나요?” 물어봐 주는 마음 예쁜 아이들. 때론 교실을 뛰어다녀 진땀 빼게 했지만 함께해 줘서 고마워요. “수업하시는 모습이 멋져 보여요.” “좋은 목소리는 어떻게 내나요?” 말해줘서 그나마 용기를 내 지금까지 왔어요.
엄마의 삶이 기록된 책이 나오게 됐네요. 응원하는 두 아들 가족. 그리고 배우는 것이 좋아 사는 내내 배움터를 돌고 돌았던 아내를 묵묵히 지켜봐 준 남편께 첫 시집을 바칩니다. 그 배움터(검정고시반, 학점제 대학, 자격증반, 구상문학관)를 만들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게 해준 칠곡군청 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정호승 시인의 「산산조각」을 읽으며 산산조각으로나마 살 수 있었으며,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을 낭송하며 허리를 곧게 세운 날 많았습니다.
뜨거운 삶의 열정과 쓸쓸함을 사랑하며 제 시를 읽어주실 분들의 행복을 기원합니다.
■ 본문 중에서 **빗방울 의자
무섭게 퍼부어 내린 비를 잎새들이 떠받치고 있다 여린 거미줄도 비를 매달고 있다 연약한 것은 의자가 되어주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정작 비를 매달고 있는 것은 여리고 약한 것들이다 나는 아들에게 든든한 의자가 되어주지 못했다 한 칸의 방도 없이 서울 하늘 아래 어떻게 뿌리 내릴지 나는 근심이 크단다 하지만 아들아, 빗방울의 의자가 되어 하늘을 떠받치고 있는 잎새들과 거미줄을 보아라 약한 것들의 무수한 의자들을 보아라 처음은 다 연약했다고
**시, 서라벌을 담다
당신께 보여주려고 사진을 찍습니다 연보라 물빛 하늘 그 모습이 당신입니다
천년을 빛낸 미소 당신
가슴 속 연정을 보이면 그 몸 받아 펼쳐내는 몸짓이 또 하나의 당신이 됩니다 고요히 머물고 있는 당신께 스며듭니다
불국사 앞에서 환하게 웃으면 햇살로 눈부신 당신 목소리 석가탑 언저리 빨갛게 물들면 바람 소리로 들썩이던 당신 어깨춤
발길 닿는 곳곳에서 나부끼는 당신은 서라벌 천년을 수놓습니다
다함 없는 언어로 당신을 걸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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