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의 말 나는 문재(文才)가 없는 것 같다. 2006년 등단하고 이제야 첫 시집을 내놓으니 말이다. 그간 간간이 원고 청탁이 들어오면 한두 편 쓰는 것으로 만족했었다. 그런데 갑자기 어머니께서 뇌경색으로 쓰러져 고통의 나날을 보내시는 것을 보며, 자식으로서 애달픈 마음을 금할 길 없어 이를 시로 끄적거리는 시간이 많아지게 되었는데, 이것이 이 시집을 엮게 된 계기가 되었다. 2024년 8월, 어머니께서 돌아가셨다. 나는 어머님 영전에 첫 시집을 상재해야겠다고 마음먹고 부랴부랴 지금까지 쓴 시들을 다듬고 보완해 49재에 맞춰 49편의 설익은 시를 모은 시집을 엮게 되었다. 그러나 정작 49재 때 어머님 영전에 올리지 못하고 보내 드리게 돼 죄송한 마음이 앞을 가린다. 어릴 때는 현실에 순응만 하시는 어머니가 미워 남다른 청개구리 심보로 어머니 속을 어지간히 썩여 드렸고, 철들어서는 다소 무뚝뚝하고 감정 표현이 서툴러 내 속마음을 다 보여드리지 못했지만, 사실은 늘 어머니 말씀에 밑줄을 그으며 살아왔다.
이제, 어머님께서 저승에서나마 이 시집을 통해 아들의 본마음을 읽으시고 행복한 미소를 지으시길 바라 마지않으며, 늦게나마 이 시집을 삼가 어머님 영전에 바친다. 순천만 갈대밭에서 명재남
■ 본문 중에서
*깊고, 먼 어머닌 나의 어머닌
저기 저어어기 저 기이 쩌어 기이
저쪽과 이쪽 쩌와 이 그 사이 이 세상에서 가장 깊은 천지인(天地人) 어, 머, 니,
나의 어머니
*입속에 피는 꽃 잎 진 나뭇가지 위 꽃샘추위 저 따로 홀로 외로이 남쪽 가지 골라 눈은 내려 흰 눈은 내려 붉은 꽃 송이송이 화알짝 세상 환한 꽃등 밝히네 내리던 눈 그윽해지고 가지가지 향 가득해지고 봄바람 언뜻 살랑인 뒤 흰 눈 매화 빛깔 서로 섞여 개울가에 하염없이 종.종.종 눈물로 굽이굽이 흘러가더니 산새 우짖어 푸르른 날 봄비 앞세워 예까지 왔구나 그때 그 자리 그대로, 연붉은 흰 눈 한 잔 마시나니 입안 가득 홑옷 걸친 붉은 무늬 그 마음속에 들앉아 우우우 꽃 피는 소리 듣네 꽃가지 오르는 청청한 소리 듣네 내 옷자락 서늘하게 다 젖는 소리 듣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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