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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말씀에 밑줄을 긋다
명재남
시집
국판변형/112쪽
2024년 10월 31일
979-11-6855-295-1(03810)
13,000원

■ 시인의 말


나는 문재(文才)가 없는 것 같다. 2006년 등단하고 이제야 첫 시집을 내놓으니 말이다. 그간 간간이 원고 청탁이 들어오면 한두 편 쓰는 것으로 만족했었다.
그런데 갑자기 어머니께서 뇌경색으로 쓰러져 고통의 나날을 보내시는 것을 보며, 자식으로서 애달픈 마음을 금할 길 없어 이를 시로 끄적거리는 시간이 많아지게 되었는데, 이것이 이 시집을 엮게 된 계기가 되었다.
2024년 8월, 어머니께서 돌아가셨다. 나는 어머님 영전에 첫 시집을 상재해야겠다고 마음먹고 부랴부랴 지금까지 쓴 시들을 다듬고 보완해 49재에 맞춰 49편의 설익은 시를 모은 시집을 엮게 되었다. 그러나 정작 49재 때 어머님 영전에 올리지 못하고 보내 드리게 돼 죄송한 마음이 앞을 가린다.
어릴 때는 현실에 순응만 하시는 어머니가 미워 남다른 청개구리 심보로 어머니 속을 어지간히 썩여 드렸고, 철들어서는 다소 무뚝뚝하고 감정 표현이 서툴러 내 속마음을 다 보여드리지 못했지만, 사실은 늘 어머니 말씀에 밑줄을 그으며 살아왔다.


이제, 어머님께서 저승에서나마 이 시집을 통해 아들의 본마음을 읽으시고 행복한 미소를 지으시길 바라 마지않으며, 늦게나마 이 시집을 삼가 어머님 영전에 바친다.


순천만 갈대밭에서
명재남



■ 본문 중에서



*깊고, 먼


어머닌
나의 어머닌


저기
저어어기
저     기이

쩌어              기이


저쪽과 이쪽
쩌와 이 그 사이
이 세상에서 가장 깊은
천지인(天地人)
어, 머, 니,


나의 어머니



*입속에 피는 꽃


잎 진 나뭇가지 위
꽃샘추위 저 따로
홀로 외로이 남쪽 가지 골라
눈은 내려 흰 눈은 내려
붉은 꽃 송이송이 화알짝
세상 환한 꽃등 밝히네
내리던 눈 그윽해지고
가지가지 향 가득해지고
봄바람 언뜻 살랑인 뒤
흰 눈 매화 빛깔 서로 섞여
개울가에 하염없이 종.종.종
눈물로 굽이굽이 흘러가더니
산새 우짖어 푸르른 날
봄비 앞세워 예까지 왔구나
그때 그 자리 그대로, 연붉은
흰 눈 한 잔 마시나니
입안 가득 홑옷 걸친
붉은 무늬 그 마음속에 들앉아
우우우 꽃 피는 소리 듣네
꽃가지 오르는 청청한 소리 듣네
내 옷자락 서늘하게 다 젖는 소리 듣네

■ 차례


2 시인의 말


1부  생사가 예 있사매


8 어머니
9 할미꽃
10 어머니를 보내 드리며
12 생사가 예 있나니
14 상형문자
16 새벽을 울리네
18 호박 넝쿨
19 깊고, 먼
20 내 안의 안단테
22 노고단
24 가을 편지



2부  수양버들 흥흥거리고


28 수양버들 흥흥거리고
29 바람은 즐겁다
30 삿갓 쓴 저 양반
31 고추 따기
32 닫힌 성문을 열며
34 봄밤
35 노크해 주세요
36 명사십리(鳴沙十里)
38 궁에도 꽃이 진다



3부  그리움으로 켜는 밤


40 먼 여행
42 그리움으로 켜는 밤
44 봄비
46 동백꽃
47 얹힌 눈물에게
48 유년(幼年)의 바람
50 안개꽃
52 너에게로 간다
54 둥둥뫼로 가자
56 꽁지머리



4부 학교 종이 땡땡땡


58 아프면서 크는 나무
60 구례에서 봄은
62 우 끼면 안 되나
64 누가 내 얼굴에 똥 쌌어?
66 중간고사(中間考査)
68 연을 날리다
70 비눗방울 놀이



5부  씨줄 날줄에 걸린 일상


72 홍매화
74 개미의 일생
76 컬러믹스 풍경 하나
78 입속에 피는 꽃
79 금, 붕어하시다
80 공인 인증서
81 배경, 이삭 줍는 여인들
82 자목련
84 내가 사는 고향은
86 문어를 위하여
88 이열치열(以熱治熱)
89 그 오리

91 해설_다양한 시어와 형식으로 짠 생동하는 시
명재남, 『어머니 말씀에 밑줄을 긋다』에 부쳐_문수현(문학박사·전 순천대 강사)

명재남


전남 해남 출생
2006년 《월간문학21》 신인상으로 등단
한국현대시인협회 운영위원
한국문인협회 정회원
풍수지리 연구가
現 벌교여자중학교 교사

시집 『어머니 말씀에 밑줄을 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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