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의 말
나는 동학혁명 성지 정읍에서 태어나 자라났다.
황토현 덕천에서 날개가 달린 사람이 탄생하였다는 이야기를 어릴 적에 어머니한테 들었다. 지금 생각하면 녹두장군인 것 같다. “새야 새야 파랑새야 녹두밭에 앉지 마라” 노래를 부르며 초등학교 친구들과 뛰어놀던 고무줄놀이가 정겹게 떠오른다.
문우들이 부족한 내 시 「쑥국새 이야기」를 읽고는 전봉준 시인이라고 불렀는데 그때부터 나의 별칭이 되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말랑말랑한 열쇠 같은 시적 재능이 내게 있었으면 시집 『녹두꽃 피다』가 더욱 귀중한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전봉준장군 고창 생가, 정읍 살던 집과 묘소.
김개남장군 정읍 생가와 묘소.
손화중장군 정읍 생가, 부안 체포지와 정읍 묘소.
정읍의 동학혁명 지도자들 생가와 유적, 전남 무장, 장성 싸움터를 찾아다녔다. 서울 종각 옆 전봉준 동상도 때때로 찾아가곤 하였다. 하지만 산에 들에 원통하게 스러져간 무명의 동학농민혁명가들께 애도의 묵념을 드리지 못하였다. 이 시집 『녹두꽃 피다』를 그분들께 올리며 묵상의 시간을 갖는다.
멀리서 전봉준 평전을 보내주고 응원해주신 문우들께 감사드린다.
2024년 12월 25일 류순자
■ 본문 중에서
*봄의 침묵 사춘기 통학길에 새로 신은 백화처럼 강가에 봄이 와서 새로 핀 청매화가 새롭다
하지만 이상기후로 청매화에 벌이 없고 토실한 열매가 없고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 둔다고 도시 거리에도 시골 골목에도 사람을 볼 수 없고
코로나로 새끼를 하늘로 보낸 사람 물오리가 물을 털 듯 세상을 탈탈 털고 싶고
*인생 삽화 봄햇살 따사로이 빛나고 봄바람 가슴에 설레이는 날 흙담에 수선화잎이 참새 혓바닥만큼 나왔다
흘러간 청춘 봄의 몸짓으로 마음에 스민다 육자배기 흥으로 허송세월 억지 쓰는 인생 보고 싶은 이웃들 번개모임이다
너와 나의 고생 서로 위로하며 다심한 이야기 며느리 자랑 한강 산수정자에 도란도란 모인 이웃사촌
우리네 어머니 뱃속에서 소풍 나왔으니 인생 삽화 고운 색으로 칠해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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