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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지 않을 상처를 위하여
김은경
시집
국판변형/136쪽
2025년 1월 5일
979-11-6855-312-5
13,000원

■ 시인의 말


매장에서 입어보고 또 입어봐 놓고
망설임 없이 카드를 긁어 사놓고는
집에 오자마자 또 바로 입어보며
어디를 가볼까?
누구를 만날까?


읽고 싶은 책은 많아
마음바구니에 가득 담아놓고
주머니 속 돈 얼마 남았지?
생활비 모자라지는 않을까?
한 권 한 권 내려놓다가
몇 권 남은 책마저 먼지 쌓인 진열품처럼
쳐다보지도 않는
오만함은 또 무엇인가


시를 쓴답시고
나풀거리는 바람만 쫓지는 않았는지
뱃속까지 차버린
세상 허풍이 꺼지는 날에는
시를 쓰려고 애쓰지 않아도
술술 쓰여지겠지요


여전히 창밖에는
진눈깨비가 흩어집니다


2024. 12. 진눈깨비 내리는 저녁
김은경



■ 본문 중에서


*기억의 가면


먹물빛 수면의 기억들
말라붙은 침묵
소리 없이 재촉하는 시계 초침

귀를 닫아야만 들리는 소리
눈을 감아야만 보이는 세상
마음을 접어야만 읽을 수 있는 진실


억겁을 스쳐
찰나에 만난 페르소나


붉은 악마의 유혹이 시작된다




*일상에서


세상 별것 없다는 걸 깨닫는 순간,
모든 무게가 덜어지고 깃털이 된 나를 본다
별것 아닌 세상에서 별것인 체하고 살려니
별별 일로 머릿속은 철수세미다
빡빡 닦아 시꺼먼 물 쏟아내 버리자
뚜껑 열어
빗물 한 양재기
햇살 한 소쿠리
웃음은 넘치는 함박으로 옮겨 담아
오늘을 굴려보자


기름 한 방울 없이도 살아가는 인생인데
왜 이리
뻑뻑하게 굴었는지


야! 이눔아
지금이라도 알았으면 되었다네




*바다는 잠들지 않는다


동해,
그리고 나는
사진에 담지 말고
마음에 담아주면 좋겠다


파도가 잔잔하면 얇은 미소로
폭풍우 치는 파도는 깊은 울음으로
마주하게


사랑으로 왔다가
미움으로 밀려 나가는
이별로 뭉개진 짜디짠 연주곡
달빛 타고 길게 이어진다


내려놓고 왔다 생각했는데
밤새 밀려오는 그대



■ 해설 중에서


그의 체험은 독자와 공유된다. 모든 인간의 현실이 유사하거나 동일하다. 김은경의 시는 고통에서 희망으로 변환된 환희의 목소리이다. 시적 언어의 표면에서 고통스런 삶을 진술하고, 그 이면에서 절망을 극복하는 비법을 공개한다. 그 비법은 사랑뿐이다. 시인은 소외된 영혼의 손을 잡아 일으켜 세우고 싶어 한다. 소통, 공감을 통해서 구원의 길로 이끌어간다. 고로 소통, 공감이 상실된 시는 죽은 문자이다. 죽은 언어는 운동성과 확장성이 없다. 「월세방 706호」를 비추던 달은 희망의 달이다. 그 보름달의 변형체가 김은경의 시 세계다.

—손희락(시인·문학평론가)


바다는 잠들지 않는다

4 시인의 말


1부  기억의 저편


12 이별
13 빈방
14 아빠의 산도
16 맨션 402호
18 기억의 가면
19 작은 소망
20 기다림의 미학
21 대숲에서
22 월세방 706호
24 은파에서
25 날고 싶은 번데기
26 잃어버린 시간
27 노란 바람의 노래
28 일상에서
29 홀수
30 새벽 네 시
31 겨울나무
32 흰머리
33 새벽
34 당신의 봄



2부  배롱나무 꽃그늘 아래서


38 촛불
40 일기예보
42 바다는 잠들지 않는다
43 숨겨오다
44 그리움에도 주기가 있다
45 사랑 1
46 사랑 2
47 숨바꼭질
48 잃어버린 길
49 신경치료
50 뭍을 사랑한 바다 이야기
51 계절이 진다
52 사랑 6
53 백일홍 1
54 문헌서원 배롱나무꽃 아래에 서다
55 꽃무릇
56 중독
57 칠 년의 사랑
58 스며들다
59 사진이 말을 걸어오던 날
60 백일홍 2
61 계절의 난간에 서서
62 메밀꽃



3부  흔들리지 않을 상처를 위하여


64 바람개비
65 터널
66 틈
67 반지
68 적당한 위로
69 척, 척, 척
70 블랙홀
71 흔들리지 않을 상처를 위하여
72 홍매화
73 별들의 전쟁
74 먼 길
75 향적봉
76 詩는 아프다
77 사랑 3
78 사랑 4
79 모순
80 석별
81 흔들리는 건 파도만이 아니야
82 동면



4부  엄마가만이사랑한다


86 엄마꽃
88 뭐 한다냐
89 달
90 연꽃
91 메아리
92 노을
93 동짓달 그믐밤
94 보기만 해도 배부르다
96 병상일기
98 틈새
99 달팽이
100 엄니
102 이제라도 알았으니
104 연탄
105 이사 가던 날
106 여자가 돌아왔다
108 엄마가만이사랑한다
110 엄마의 책
111 빙벽
112 사랑 5
113 낮술
114 뻐꾸기


116 해설_사랑의 고통을 환희로 변환시킨 언어미학 _손희락(시인·문학평론가)

김은경


전남 담양 출생
월간 《국보문학》 시 부문 신인상 수상
전국환경백일장대회 최우수상 수상
2023년 군산문인협회 공로상 수상
군산문인협회 사무차장
석조문학, 나루문학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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