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의 말
“시는 한가한 사람의 푸념이 아닙니다”
제6집 출간이 많이 늦었습니다. 오래 밀린 숙제를 하는 심정으로 지각생의 심정으로 원고를 정리했습니다.
이렇게 미루고 저렇게 미루다 보니 혼기를 놓친 노총각 노처녀가 되는 것 같습니다.
이어 올해 출간될 예정인 『크리스천을 위한 영성 시집』과 『동송 시선집』의 출간을 위해서도 기도 부탁드립니다.
한 번쯤 가던 길을 멈추고 뒤돌아보는 것은 미련이나 후회보다도 성찰을 위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독자 여러분과의 공감과 공유를 기대합니다. 여러분의 삶에 기쁨과 감사가 넘쳐나기를 기도합니다.
2025년 입춘을 맞이하며 동송 김 윤 홍
■ 본문 중에서
*그대 생각
갈대숲으로 우거진 길을 걸으며 오래전 길 떠난 그대를 생각합니다 그대도 나만큼 아파하고 계시나요? 그대도 나만큼 그리워하고 계시나요?
하얀 찬 서리를 맞아 백발이 된 풀잎들이 실눈을 껌뻑거리며 말합니다 이 세상엔 무가치한 것은 없답니다 이 세상엔 무시해도 되는 것은 없답니다 눈 덮인 강가에 서 있는 나목 한 그루 소식 없는 그대를 기다리나 봅니다 그대를 향한 그리움도 욕심인지 모릅니다 그대를 향한 애태움도 사치인지 모릅니다
*시를 기다리며 우리네 삶은 한 편의 드라마 건조한 땅이 이슬을 기다리듯 어부가 그물을 던져놓고 기다리듯 기나긴 기다림 속에서 만나는 연인 산골짜기에서 만난 찔레 향기
우리네 삶은 한 편의 시 스치는 바람이 싣고 오는 시심(詩心) 공허한 푸념, 의미 없는 넋두리까지도 몽유병자(夢遊病者)의 헛소리가 아니다 그것은 진리와 마주하는 관상기도다
우리네 삶은 욕망의 바벨탑 쌓기 더 가지려는 자들의 몸부림이지만 시는 마음이 가난한 이의 일용할 양식 가난한 영혼에게 내리는 하늘이슬
*미안하다 내 인생아 왜 이 모양인가? 한심한 인생이라 꾸짖으며 뭐 그리 바쁘다고 다그치며 살아온 세월이었다
세상에 분노하고 원망도 하며 살았다 이루어 놓은 것 없지만 용케 잘 버티며 살아 낸 세월이었다
세월 앞에 장사 없다고 예전 같지 않은 몸이다 자신감은 점점 작아지고 약을 친구삼아 살아가는 세월이다
인생의 종점에 이르도록 너를 아껴주어야지 너를 도와주어야지 참 수고가 많았구나! 미안하다, 내 인생아! 오늘도 한줄기 고요한 울림을 기다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