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머리글
2022년에 등단을 하고 2023년에 첫 시집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를 출간한 이래 ‘소위 시인이라는 명찰에 부끄럽지 않게 살아오고 있는가’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시인은 보통 사람과는 뭔가 달라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내 스스로 ‘입으로는 좋은 소리를 하면서 손가락질당하는 삶을 살고 있지는 않은지 성찰하게 되었다’는 뜻입니다. 니체는 “왜 살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그 어떤 상황도 견딜 수 있다”고 하였다는 데 “왜 살아야 하는지”는 사실 아직도 모르고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득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고 살아야 하는가’에 대하여 고민한 결과물로 두 번째 시집 『혼자서 가라』를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읽어보면 아시겠지만 저의 시는 문학적인 가치가 있다기보다 우리 생활에서 한 번쯤 생각해보고 느낀 점을 ‘시’라는 형식을 빌려 늘어놓은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아무튼 이제는 기성 시인이라는 딱지까지 붙은 터라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겠지만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지금의 상황을 견디어 보려고 합니다. 시 해설을 써주신 시인 김신영 박사님과 서평을 써주신 시인 오직 전용석님에게 특별히 감사를 드리며 항상 그렇듯 서툴고 투박한 시를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과 지금의 제가 존재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가족과 친구, 시적 소재를 제공해 주신 이름 모를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송현 류승규(松峴 柳承圭) 배상
■ 본문 중에서
**혼자서 가라
우리는 온 곳도 모르고 가는 곳도 모른다 또한 지금 이곳조차 어디인지 알지 못한다
삶이라는 것은 죽음의 그림자에 불과하며 여름 태양 아래 아른거리는 환영이다
우리는 홀로 이 세상에 태어났다가 또 그렇게 홀로 가는 것이다
살아있는 것은 죽음을 피할 수 없으니 부모도 처자식도 친구도 구해줄 수 없다
떠나는 날이 언제일지 생각하지 않는 자는 남루한 육체 속에서 고통으로 살아가리라
하늘의 기쁨과 지옥의 고통을 생각하며 영혼의 새벽 강가에 앉아 깨어있으라
외로움을 두려워하지 말고 혼자가 되는 것을 기꺼이 받아들이라
집착에서 벗어나 생과 사를 초월하면 덧없음에서 벗어나 평화롭고 행복하리라
굽이쳐 흐르는 욕망의 물살을 헤치고 세속의 속박을 미련 없이 잘라버려라
무성한 풀밭을 가르며 광야를 달리는 무소의 뿔처럼 힘차게 혼자서 가라
* “민족사” 편찬 “숫타니타파”에서 부분 인용 《문학고을》 선집 제11집 가을호 수록
**지나가는 바람이라오
죽을 만큼 사랑했던 사람도 모르는 척 지나가게 되고
죽일 만큼 미워했던 사람도 웃으며 만나게 되듯이
이 세상 영원한 것은 없어요 모두 지나가는 바람이라오
사랑이 깊어도 산들바람이고 외로움이 지독해도 눈보라일 뿐
잠시 잠깐 다니러 온 이 세상 삶도 내 것이라고 하지 마소
잠시 하는 대역 연기일 뿐인데 슬프고 괴로운 표정 짓지 마소
다시 오지 않을 꽃 같은 시간 있는 그대로 나를 사랑하며
바람처럼 구름처럼 흐르고 멈추며 그렇게 사는 겁니다
■ 서평
혼자서 가라는 일침 —류승규 두 번째 시집 『혼자서 가라』 시 해설
김신영 시인(문학박사·칼럼니스트)
살다 보면 여러 가지 일이 생긴다. 거기에 인간의 집착은 욕심을 넘어 집요하게 사람을 괴롭히는 특성이 있다. 이에 류승규 시인은 특히 사랑에 대해서 조건 없이 주고 사랑하였던 시가을 상기한다. 그는 사랑의 양면성을 드러내면서 사랑해서는 안 되는 사람이나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을 사랑했기에 괴롭다는 것으로 인간관계의 어려움을 표현한다. 그러나 그러한 복잡한 인간관계에서 오는 필수적인 사랑의 감정을 인식한다. 삶은 그로 인하여 괴로움이 이어지고, 인생은 계속되고 그 추억을 안고 살아간다. 류승규 시인은 사랑하였지만, 실망하기도 한다. 실망은 더욱 자리를 넓혀 배신에까지 이른 것이다. 배신은 엄밀히 따지면 기대에서 오는 것이다. 기대하였으나 현저히 그에 못 미쳤기 때문이다. 이로써 사람은 사랑하고 그 기대로 배신과 아픔을 느낀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결국 류승규 시인은 이러한 관계 속에서도 미움과 아픔을 내려놓고, 상대에 대한 집착을 버리며 자신을 기억을 지운다. 즉 상대를 놓아주고 자유를 얻는 미래지향적인 태도를 지향한다. 마음의 평화를 찾아가는 류승규 시인의 여정이라 하겠다.
-----
경계(境界)에 서다 —류승규 시인의 제2시집 『혼자서 가라』 제1부를 중심으로
오직 전용석 시인
‘탐욕과 흔들리는 감정과 어리석음’을 벗어나고자 시인은 밝은 눈으로 삶을 직시한다. 그러다 보니 거기엔 ‘즐거움도, 외로움도’ 같이 살고 있음을 확인하였고, 제집인 양 눌러앉은 그 녀석들을 구별하지 않고 또 구별하려는 마음조차도 놓아버리는 도량(度量)을 가지게 된다. 시인은 새벽까지 홀로 깨어있으면서 어둠을 밀어내는 ‘촛불’에 자신을 투사한다. 기실 그것은 삶의 정도(正道)를 보는 시인의 눈이다. 그러면서도 갈등의 열탕에 사로잡힌 마음이 자꾸 달아나는 현실적 갈등도 솔직하게 고백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