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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빛살은 멈추지 않는다
김정희
시집
국판변형/120쪽
2026년 2월 1일
979-11-6855-425-2(03810)
13,000원
■ 시인의 말


그리 
쉽지 않은
무색의 시간을 걸어
습기 머금은 어제의 곡선이
숨소리 찰방거리고 있다
오늘 모퉁이를 돌아서는 볕뉘
지워져 가는 그늘을
그러나 
빠른 흐름길 앞에서도
좀체 사그라지지 않을 기억을 
응시하고 있다


2026년 1월
사라지는 것에 안부를 물으며 


■ 본문 중에서


*하얀 빛살은 멈추지 않는다

현실의 벽 너머
하얀 심상을 찾아 헤매는
잿빛 하늘 잠기는 깊은 바다
멀어지는 그 고요 속에서
굽이치는 시간의 강 언저리에서
많은 날 흘렸다

움직임 잃어가는 회색 키보드 앞에 
한 줄기 볕살이 내려 시린 삶을 깨운다

숲의 눈물이 도시의 배설물을 토하는
검은 빗줄기 고스란히 맞으며
치열하게 나열하는 진솔한 이야기
빛이 울렁거리는 볕뉘를 달고 날아간다

때로는 한밤을 일으키는 별

때로는 죽어가는 생명을 살리는 겨울 빛살

때로는 아픈 상처 건드려 진물 나게 파고드는 
날카로운 바늘 

비켜서지 않는 너를 낳고 기르는 것이
외롭고도 아름다운 행복을 찾는 일이었다



*양성상회

붉은 벽돌 조각 하나 보이지 않는다

콧노래 늘어지게 부르던 구멍가게 
사라진 자리가 어디인지 가늠되지 않고
찢긴 과자 봉지만 뒹굴고 있다

시끄러운 경적 속에서 
귀에 익은 목소리 희미하게 들리는 한낮

앞산 검푸른 산벚나무 숲에서
이별을 말하는 매미의 울음소리 
가슴이 부르던 멀어진 노래처럼  
오랜 시간 드나들던 잊히지 않는 삶의 자세가
왼쪽 오른쪽 구령에 맞추어
걸어가고 있다

어디로 가는 것인지 물어보지 않았다 
아니 물어볼 수 없었다 



*잠시 기다리며 거리에 선다

빗물에 젖어 털어낼 수 없을 때 
하늘을 보고
공연한 기대보다 눈앞에 보이는 것에 
집중하자
비가 되는 날 눈이 되는 날 
쪽빛 하늘 떠올라 푸른 바다가 되고
청량한 파도 들리는 어느 날
자유로이 날아오르는 고래
너에게 오리니

괜한 돌덩이 무겁게 떨어지지 않는 날
그대로 두자
잠시 숨죽여 기다리면 서서히 바람 들어와
숨구멍 트인다
그 작은 구멍이 몸을 두르는 바람 띠 만들어
유유히 나는 새털구름 되고
함박꽃 피는 잔잔한 미소 되어
풀빛 하늘 내리는 거리에 
네가 있으리


■ 평론 중에서

김정희 시인은 도시화의 풍경을 보여주면서 그 풍경 속에 숨어 있는 삶의 진실이 무엇인가를 자문해 보기를 권유한다. 그렇다면 삶이 진실은 무엇인가? 혹시 우리는 진상眞相이 아닌 허상을 좇고 있지 않은가? 하는 풍경의 이면을 보여준다.
따라서 그의 시편은 강렬한 메시지나 화려한 문장을 멀리하고 화자話者의 알맞은 거리 조정을 통해 스스로 풍경 속으로 들어가 그 풍경을 체험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 나호열(시인·문화평론가)
■ 차례

시인의 말

1부 양성상회

12 그림자놀이
13 양성상회
14 주변인
16 푸른 별을 싣고
17 스물 가만히 바라보면
18 우표 없이 보내는 편지
19 첫 장을 넘기며
20 하얀 열차
22 여우별 
23 1670번 
24 그리움
25 네가 나고 내가 너인 듯이
26 새날
27 풀꽃으로 피어
28 일기예보
29 잠시 기다리며 거리에 선다


2부 동물원 실루엣

32 부추꽃에 달빛이 내리고 있다
33 불덩이
34 동물원 실루엣
36 그래도
37 네가 있어 먹빛 어둠이 빛난다 
38 풀잎
39 쓸모의 희망
40 오월에 깃들다
41 물안개
42 하얀 왕관을 벗어 던지고
43 짙음을 놓아주며
44 마음도 울 곳이 필요했다
45 문패
46 부부 2
47 날 기다렸다
48 봄 내게 속삭이다


3부 한겨울에 갇혔다

50 하얀 빛살은 멈추지 않는다
52 고목 그 아래 서다
53 엄매 
54 애송이와 꼰대의 사랑
56 하얀 세상으로 
57 조금 가까이 조금 멀게
58 한겨울에 갇혔다
60 도미노
61 내일의 기억
62 신기루
63 겨울은 간다
64 모른 척하지 않기
65 기적소리
66 초록 주름 느티나무에 걸다
67 이별 앞에서
68 유토피아의 거울


4부 네가 오가는 길목에 서있다

70 흔들리는 곳에서 부는 바람
71 유랑열차
72 그리움 2
73 동강할미꽃
74 언제 올까나
75 눈물은 무겁다
76 초록 열쇠
77 그만
78 애플민트 찻잎에 나를 올리고
79 소나무 
80 민낯
81 조금 천천히 걸어요
82 낮은 지붕 창가에
83 하늘에 보내는 그림엽서
84 네가 오가는 길목에 서 있다
86 그 의자 기대어 서는


5부 습설

88 천상의 눈물
90 그날
91 너의 새장을 열어라
92 가을 라디오
93 빛의 정원에서
94 한여름의 꿈
95 너의 안부를 묻다
96 불새
97 그렇게 만나지길
98 누군지 아시나요
99 날씨의 법칙
100 나는 아직 죽지 않았어
101 뒷산 
102 별빛 머무는 꽃
103 습설

평론_나호열(시인·문화평론가)
106 _경계에 선 나무의 시
김정희(KIM JEONG HUI)

경기 남양주 출생으로 2002년 샘물문학회 동인시집 『별빛 부르는 샘물의 노래』로 동인 활동을 시작하였다. 2013년 월간 《한맥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하여 작품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작품집으로 시집 『너도 봄꽃이다』, 『고래에게 말을 걸다』, 『혼자가 아니라서 더 예쁘다』, 『비켜선 너에게 안부를 묻다』, 『가방을 메고 아침이 건너가고 있다』, 『하얀 빛살은 멈추지 않는다』 등이 있다.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맥문학가협회 회원, 한국농민문학회 회원, 구리문인협회 회원, 샘물문학회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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