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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든 바다
장수경
시집
국판변형/120쪽
2026년 6월 1일
979-11-6855-464-1(03810)
13,000원
■ 추천사


장수경 시인은 자기를 속일 줄 모른다. 思無邪, 그만큼 그의 詩가 진솔하다는 것이다. 무려 등단 20여 년이 지난 후 첫 시집을 내는지라 미상불 신산한 生을 견딜 만큼 견디고 난 후에 핀 흰 치자꽃 같다 하겠다. (「수육을 삶으며」에서)
시인은 항상 「초여름 단상」,「겨울 냉이」처럼 살아왔을 것이라는 데 동의한다. 또한 장수경 시인에게 詩는 「가재가 있던 우물」 같은 것, 항상 「가재가 있던 우물」에서 하늘로 웃음을 날리기 바라며 한마디만 덧붙인다면 「이제는 다른 노래를 부르고 싶다」 했으니, 두 번째 시집에서는 다른 노래를 들을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나석중 시인 


뚜아에무아 장수경 시인님의 시집 출간을 진심으로 기쁘게 생각합니다. 아마도 시인님 삶의 원동력이 되었을 맑고 온화함이 시 창작으로, 그리고 화음으로 제게 와 닿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앞으로 더욱 활발한 뚜아에무아의 활동을 기대하며, 아울러 음악회에서 종종 만날 수 있기를 기다립니다. —김광수(전 서울미디어대학원대학교 총장, 현 미국캐롤라인대학교 한국담당총장)


한 사람이 詩가 되는 길을 지켜보았다. 고요하고 나지막한 야생화의 노래와 바람과 바다의 전언에 귀 기울이더니 마침내 詩가 되는 것을 보았다. 생의 오솔길에서 만난 작은 애벌레, 나비, 새, 꽃, 나무, 물결, 사람들, 산사의 종소리가 詩가 되고, 달개비꽃처럼 푸른 슬픔도 뭉근히 달여 달맞이꽃 한 사발을 피워내는 것이다.
가재가 있던 돌우물을 퍼내어 파란 하늘을 들여다보고, 여승의 두 귀에서 단풍잎을 보는 시력은 맑고도 귀하다. 일상에서 길어 올리는 詩의 샘물이 마르지 않기를 바란다. 
—황애수 시인


■ 시인의 말

연둣빛 새순을 보면서 생각했다.
삶은 서둘러 이해할 대상이 아니라
천천히 바라보는 풍경 같아야 한다고.
붙잡지 않아도 곁에 남게 되는 것과
떠나버린 것들 사이에서 시를 썼다.

돌아보면 모든 게 미완성이다.

삶이 아프다고 말할 때 연필을 깎는다.
삶이 귓속말을 걸어올 때 가볍게 여장을 꾸린다.

만만하지 않았지만, 이쯤에선 두렵지도 않은 
삶의 행간을 시집으로 묶었다. 
돌아보면 남해의 수평선은 
나의 시선(詩線)이 되었다. 
첫 시집이 많이 늦었다.

2026년 5월
장수경


■ 본문 중에서


*내가 만든 바다

삶에 숭숭 구멍이 뚫린 자리
돌아보니 구멍마다
바다가 생겼다

이쯤 살고 보니 알겠다
365일 바다가 그리운 건
바다가 생긴 그 자리보다 깊은
상처를 꿰매고 싶다는 것

내가 만든 그 바다에서 
파도를 베고 누워
해가 가득 차오르도록 늦잠 자며 
게으름을 피우고 싶다 



*가재가 있던 우물

분주한 여름 볕도 잠시 노닐다 가는 산자락 외딴집에 산골짝 물이 흘러들어 고이는 작은 돌우물이 있었다 빨래를 하고, 밥을 짓고, 목욕을 하며 자꾸자꾸 퍼 올려도 아침마다 우물은 순정한 설렘으로 가득 차 있었다 어쩌다 억수 같은 장맛비가 밤새 숲을 핥으며 온 산을 울리고 난 아침이면 우물도 부연 눈물로 넘쳐흐르곤 했다 그런 날은 우물을 쳤다 

바닥이 보일 때쯤이면 퍼 올린 물속에 그 예쁜 놈 가재가 있었다 딸아이는 좋아라 박수를 치고 세숫대야에서 발발대는 가재를 손끝으로 건드리며 하늘로 파아란 웃음을 날렸다 우물가 언덕배기 주저리를 이루던 달개비꽃도 덩달아 비눗방울을 날리고, 따라온 발바리는 영문도 모른 채 꼬리를 흔들어댔다 손때 반지르르한 나무의자에 앉아 따뜻한 차 한 잔에 산바람을 타서 마시노라면 우물엔 다시 맑은 하늘이 고여 들었다 

그 우물엔 햇빛보다 짠한 낮달이 있었다 

■ 차례


시인의 말


1부

14 가재가 있던 우물
15 청량한 기쁨
16 4월을 묻으며
17 점심을 먹다가
18 초여름 단상
20 수육을 삶으며
21 하루
22 칡넝쿨
23 대추를 말리며
24 꿈꾸는 새
25 장마 1
26 장마 2
27 조각보를 만들며 1 
28 조각보를 만들며 2 
29 든 자리 진 자리
30 민들레의 기도
32 봄을 켰다
33 여름
34 가을 
35 겨울


2부

38 남해로 가자
40 도벽盜癖
41 바다 1
42 바다 2
43 고등어
44 너에게 등을 돌리며
46 옥계 망상 묵호 태백
47 묵호의 아침
48 너에게로 가고 있다
49 내가 만든 바다
50 카메라는 두고 떠나
52 세월 


3부

56 춘향
58
59 겨울 산
60 운주사 와불
61 송광사를 나서려니
62 벙어리 절간
63 훠이 훠어이
64 그녀가 머리를 깎았다
66 솔바람 이는 언덕
67 노제路祭
68 산문山門
69 풍경이 전하는 말
70 맑음
71 잠든 산
72 편안한 풍경
73 달맞이꽃
74 환생


4부

78 받지 않은 전화
79 외출
80 네가 그리우면 
82 안개 속에서
83 별똥별
84 11월
86 그 길을 지나며
88 바람으로 오너라
89 불을 켜지 못하는 밤
90 푸른 밤
91 이제는 다른 노래를 부르고 싶다
92 제목을 붙이지 못한 詩
93 내 詩를 만나면
94 가벼운 날
95 낡은 일상
96 골리앗이 살던 마을
97 생 가시


5부

100
101 나비야, 택배 가자
102 봉숭아 꽃그늘에 들어
103 날마다 받은 선물
104 미안하다
106 엄마는 가끔
107 잘못
108 망각
109 길을 잃고 싶다
110 미안하다, 미안하다
111 이순의 꿈
112 그 집 앞
113 별을 찾아
114 겨울 냉이
115 겨울 편지
116 뜬소문

장수경

남해에서 태어나 아득히 반짝이는 수평선을 바라보며 자랐다. 초등학교에 다니면서 고향이 섬이라는 사실을 깨달으며 세상과의 경계를 익혔다. 이후 낯선 도시에서 수십 년간 글을 쓰고 가르치며 살았다. 섬에서 태어나 섬 밖으로 길을 내며 살아온 시간들이었다.

2003년 《자유문학》 봄호 등단 
뚜아에무아 멤버
2026년 『내가 만든 바다』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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