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의 말
‘바닿’는 바다의 옛말인데, 거슬러 짚으면 바다도 육지도 다 바닥이 하나랍니다. 초록 바닿, 저 높푸른 우주는 하여 더 막막합니다.
생로병사의 애타는 몸을 이끌며 사는 우리는 기어이 함께 없는 나래로 날아서 혼돈과 정돈과 오돈의 초록 바닿에 늘 닿고 싶습니다.
나의 나래는 수평선처럼 곧 죽어도 너에게 기울어 한없이 기대고 있을 테니, 서로 고마워 보살피는 우리 깍지 끼고 푸르게 죽고도 푸르게 살아요.
■ 본문 중에서
*너는 커서 뭐가 될래
나는 커서 바위가 될래 이미 커서 울기도 뭣해 이제는 갈라지고 쪼개지는 바위 될래 바람이 살금살금 키운 실금에 소나무 얻어 심고 넉넉잡은 이끼 채우고 흩날리는 빗방울 겨우 붙잡아 아끼고 살리고 깜빡 번갯불처럼 내가 먼저 갈라질래 갈라져 둘이 되고 서넛이 되고 시나브로 모래알이 되어도 소나무는 비척비척 제 갈 길 하늘로 잘만 자라니 솔잎보다 가느란 실바람보다 가벼운 모래알이야 될래 모래알 속에 고이 담아 너를 키울래 나는 커서 이미 다 작아 별 타는 네가 될래 다 죽어도 따땃한 벼락바위가 될래
*새물내
네게서 좋은 새물내 나길래 웃길래 어디를 얼마나 다녀와 청초해졌는지 이리 반짝 빛이 나는지 물어보려다 더 좋아져서는 차마 물어보지 말고 바닿에는 돌고래가 고등어가 멸치를 쫓아가겠고 한데 흘러 홀려 흘린 김밭에 춤을 추겠고 어두워지는 초록이야 어련히 알아 잘도 어엿하겠고
*바닿에
또 비옵고 바라옵건대 내 발아래 바다 바닥에
발판이라도 있어서 빨판이라도 있어서
초록 바닿에
끝흙 가닿을 수 있다면
더는 너라 저어하지 않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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