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오면서 꽃밭을 일구어온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알았습니다.
사람에 대한 따뜻한 마음도 심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작은 꽃들이 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소박한 꽃들의 이야기입니다.
■ 본문 중에서
**가시를 품은 장미
담장을 발판 삼아 한 걸음씩 내딛는 장미
두 아이와 철없는 아내를 품고
한 가정을 이끌어 가는
가장의 어깨도 그러하리라
쓰러지고 싶어도 쉽게 무너지지 못하고
아픈 속내 감춘 채
웃음을 먼저 피워내야 하는 마음
붉은 꽃 뒤에 숨은 가시처럼
가장이라는 이름도
제 몸을 찔러가며 가족을 지켜내는 일
흔들리는 장미를 보며 그 붉은빛 속에서
말없이 견디며 살아내는
한 가장의 손등을 보듬는다
**차마, 손 못 대고
이슬이 방울방울 맺힌
이른 아침 꽃밭에서
바랭이, 강아지풀
너도나도 고개를 들고 한자리씩 차지하고 있다
자주 달개비 분명 잡초인데
꽃잎이 너무 예뻐서
감히 손 못 대겠다
방아깨비
분명 해충이라지만
긴 다리로 방아질하는 걸 보면
눈만 따라가고 손은 가지 못한다
꽃밭이란 곳이
예쁜 것만 있는 건 줄 알았는데
가만 보니 다름이 어우러져 있다
누구는 뽑아야 할 잡초라 해도
누구는 없으면 허전한 존재다
그래서 나는
꽃보다 먼저
그 결의 생명들에 눈이 간다
차마, 손 못 대고 그저 오래도록 바라본다
■ 발문
들녘을 펼친다. 해말간 햇살 물 바람 하이얀 깃발을 휘날리는 들녘, 언제나 그려지는 비단 줄기의 강이 흘러 흘러 간다. 거기 어린 발이 뛰어놀던 그 줄기에서 한참은 올라왔으려나. 더듬거리며 몸과 마음을 고상하고 깨끗하게 세워본다. 그리도 열심히 오르며 달려온 상류엔 가끔 숨이 가빠지는 가뭄이 있어서 빗줄기를 펼친다. 사랑도 꿈도 낭만도 흘러가는 물살 따라 반짝이는 강변, 모래알 날리는 저 뒤로 돌아 나간다. 하얀 색깔이 유난히 빛나던 그때의 소망은 고요하고 정겨운 들녘이었을지도 모른다. 풍년의 노래에 심중을 헤아려 어둠을 풀어 예쁘게 다듬던 그렇게 품어 안는 그 발길이 울림을 짓는 하이얀 미소라면서 희생 어린 봉사를 담는다.
하얀 밤은 차지다. 아침이면 떠오른 해의 볕살이 퍼져 나갈 때, 여린 마음이 결을 치며 빛으로 일어선다. 무엇인가가 부족한가. 등이 근질근질 흘낏 돌아본다. 살금살금 다가와 스치고 사라지는 바람의 손인가? 아니야 누군가 있다. 그게 사랑이다. 그게 시심이다. 늘 뒤에서는 밀고 바로잡아주는 누군가가 있다. 그를 찾아보라고 하던 그분의 목소리가 가슴을 친 그날, 그분을 뵙는 주일이면 성실히 찾아가 그 믿음 앞에서 살그머니 피우는 미소가 늘 예쁘고 고요롭다. 일상이 분주해도 마음에는 조용하게 그분을 향해서 입술을 적신다. 이제껏 가정생활 하다가 처음으로 직장을 나간다고, 그 자리가 어렵고 슬픈 이의 수발을 하는 곳, 그때의 빛이 참으로 설레는 듯 그리고 품어야 할 사랑을 꽃으로 피울 듯, 그런 바람으로 손을 흔들고 진정 마음밭을 묵묵히 갈면서 고결한 고백을 품기 시작하였다. 자리마다 요란하게 소리치지 않고 따스한 온기를 피우면서 성찰을 일으킨다. 시집 『마음밭에 피는 꽃』으로 모두에게 위로와 새순이 돋는 희망의 뜻을 건넨다.
―증재록(한국문인협회 홍보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