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집 소개
정재영의 소설집 『소리 공양』은 자연과 사람, 전통과 기억을 품은 단편 11편을 통해 조용하고도 깊은 삶의 이야기들을 엮어낸 작품집이다. 각 작품은 지역성과 인간애를 바탕으로, 흔들리면서도 곧게 선 이들의 삶을 따뜻하게 그려낸다. 들꽃처럼 소박하지만 단단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함께 살아가는 삶”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게 하는 힘이 있다.
『소리 공양』은 산과 마을, 들판과 강물 위로 흘러간 사람들의 숨결을 따라가며,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정감 있게 포착한 향토 문학의 정수이다. 정재영 소설가는 강원도 출신 작가로서, 지역성과 서정성을 바탕으로 한 문학세계를 구축해왔다. 그의 문장은 지역의 토박이말을 자연스럽게 품고 있으며, 그것이 작품의 뿌리가 되고 꽃이 된다.작품 속 인물들은 모두 이름 없는 사람들이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결코 가볍지 않다.수몰된 마을, 사라진 노래, 잊힌 전설들… 그 모든 조각을 모아 살아 있는 문학으로 복원해 냈다.『소리 공양』은 단지 지역 이야기의 복원이 아닌, 그 시대를 살아낸 사람들에 대한 문학적 공양이다. 오늘을 사는 우리들이 잊지 말아야 할 이야기들이다.
* 〈횡성역에서 고형산을 만나다〉: 조선의 명재상 고형산의 삶을 복원하며, 그의 민본정신과 부관참시라는 역사적 비극을 교차적으로 서술한다. “백성들은 뒤돌아서서 종주먹을 지며 나라님을 향해 삿대질을 했다.”는 구절은 역사에 대한 민중의 통찰을 보여준다. * 〈소리 공양〉: 안치옹 씨의 소몰이 소리를 통해 전통의 리듬과 농경 사회의 노동이 가진 울림을 복원하며, 사라지는 풍경에 경의를 표한다. * 〈태기왕을 찾아서〉: 신화적 상상과 현실을 교차시켜 태기산의 전설 속 왕을 찾아 나서는 여정을 통해 역사와 지역적 자부심을 환기한다. * 〈민 화투판 흑싸리 껍데기〉: 농촌의 소박한 일상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유쾌한 승부의 순간 속에서 인간관계의 따뜻함과 위트가 빛난다. * 〈달고개 겨울 삽화〉: 겨울밤, 산골학교 교사의 고독한 사유와 지역 어르신들의 민요가 교차하며 계절과 삶의 정서를 섬세하게 풀어낸다. * 〈꽁생원 열전〉: 화투판 속 인간 군상의 생생한 대화를 통해 ‘꽁생원’이라는 별명의 주인공이 마을 공동체 속에서 자리 잡는 과정을 유쾌하게 그린다. * 〈선바위〉: 믿음과 기도의 장소였던 ‘선바위’를 중심으로, 한 남자의 회한과 구원의 정서를 조용히 풀어낸 작품이다. * 〈수하리 사람들〉: 횡성댐 수몰 지역 주민들의 삶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그리며, “차디찬 물속에 잠긴 타임캡슐을 건져 올려” 그들의 기억과 애환을 되살린다. * 〈모텔 첨 와 보셔요?〉: 중년 남성의 여행과 일상 속 해프닝을 담은 단편으로, 소소한 실수와 유머 속에 삶의 경쾌한 단면을 포착한다. * 〈“때밀이 아니거든요”〉: 은퇴 교사의 노후와 자식 세대와의 갈등을 중심으로, 돈과 신뢰, 가족의 균열을 그리며 중년의 상실감을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 〈“아줌니! 낭구 젓가락 한 개 더 줘유.”〉: 식당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일화를 통해 말맛과 지역 정서를 살려내며 인간관계의 따뜻한 유대를 그린다.
■ 프롤로그
사유思惟의 길목에 서면, 삶의 노래가 들려옵니다. 흐르는 강물처럼, 피어나는 들꽃처럼, 이 땅에 뿌리를 내린 사람들의 이야기가 속삭입니다.
어떻게 살아왔는지, 어떤 꿈을 품었는지, 그리고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요.
흔들리면서도 끝내 곧게 선 나무처럼, 묵묵히 계절을 넘나드는 들꽃처럼, 그들의 삶은 작지만 찬란한 서사敍事가 됩니다. 이 소설집은 그런 이야기들을 한 송이 꽃처럼 엮어낸 작은 꽃다발입니다. 생의 진실과 아름다움이 깃든 그 꽃잎들이 당신의 마음에 잔잔히 스며들기를 바랍니다.
우리의 이야기는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때로는 느슨해지고, 때로는 끊어질 듯 위태롭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끝내 함께 살아갈 길을 찾습니다.
이 책이 당신의 걸음을 잠시 멈추게 하고, 조금 더 천천히, 조금 더 깊이 ‘함께 살아가는 삶’의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면, 저는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을 느낄 것입니다.
오늘도 제 마음자리엔 들꽃 같은 꿈이 자랍니다. 우리 모두가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향해 나아가기를 소망하며, 찬란하기만 한 이 봄, 이 작은 이야기를 당신께 살포시 건넵니다.
2025년 봄바람이 머무는 ‘샘골 농장’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