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ICK

MENU

 Home > 발행도서 > 문학 > 소설
저 너머, 샹그릴라
이준옥
소설
국판변형/288쪽
2025년 11월 20일
979-11-6855-402-3(03810)
16,000원
■ 작가의 말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서시의 이 문장을 읽으며 나는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하는 글을 쓰고 싶었다.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운데 삶은 얼마나 괴롭고 힘든 일이 많은가.
태어났으면 살아내야 한다. 살아내는 게 당연한 일 같지만 어려운 일이다. 
살아내는 일 중 자신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을 때, 타인이나 사회로부터 차별과 폭력이 가해졌을 때 자신이 겪은 모욕과 좌절, 고통의 경계를 넘은 사람들은 어떻게 넘었을까, 늘 생각했다. 
상처를 주는 것도 사람이고 그것을 회복시키는 것도 사람이다. 상처와 회복 사이에 무엇이 있나. 연민이 있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본성 중 가장 아름다운 것이 연민이라고 생각한다. 

「미루나무 여자」에서 두 화자가 경계를 넘을 수 있었던 것은 서로를 향한 연민이 있어서였다. 「저 너머, 샹그릴라」에서 철구를 고문하던 고문관이 철구를 저수지에 던져 죽이라는 지시를 받고 저수지에 온다. 고문관은 몇 번의 망설임 끝에 마지막 순간 철구를 저수지에 던져 죽이는 대신 길가에 풀어 준다. 그 순간 고문관의 본성 중 연민이 그의 가슴속에서 깨어난 것이다. 살려 줄 것인가, 조직의 지시대로 죽일 것인가. 그가 처한 상황에서는 당연히 죽이는 쪽을 선택해야 한다. 생사의 결정권을 쥔 경계에서 그는 자신은 물론 조직의 모든 것을 건 선택을 한 것이다. 「매듭」에서 시어머니는 문을 부수려고 한다. 시어머니는 문을 부술 것이다. 그러면 목을 매려는 화자는 어찌 될까? 「오, 나의 배트맨」에서 윤호는 승희에게 돌아오겠다고 말한다. 연민이 주는 희망이다. 나는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매듭」의 마지막도 희망이다.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운데 어찌 절망을 이야기할 수 있겠는가. 삶을 살아내는 인간의 저 너머, 샹그릴라를 쓰고 싶었다. 
어떤 환경에서도 살아내는 것. 그것이 샹그릴라다.

가자, 저 너머 우리들의 샹그릴라로.
오늘이 있도록 묵묵히 이 세상을 뚜벅뚜벅 걸어간, 그리고 걸어올 분들과 나의 소박한 글을 함께하고 싶다. 

2025년 가을
이준옥



■ 본문 중에서


상처가 지나간 자리, 
따뜻한 밥 냄새가 피어 오른다
저 너머의 샹그릴라, 
우리가 잃지 않은 마음의 온도 


철구가 손으로 풀을 사납게 쥐어뜯었다. 그 손이 점점 빠르고 더 사나워져 갔다. 철구의 손에 뜯긴 풀들은 철구의 옆에 쌓여갔다. 그것은 철구가 세상에 할 수 있는 유일한 저항이며 공격인지도 모른다. 뜯기어져 버려지는 저 풀들은 철구에게 있어 자신을 고문하던 사람들일지도 모른다. 철구는 그들을 저렇게 없애버리고 싶었을 것이다. 철구의 손에 초록이 물들여져 갔다. 그 초록색이 철구에게 남겨진 고문의 흔적 같다. 나는 풀 사이에 섞인 웃자라버린 쑥을 한 움큼 뜯어 코끝에 가져다 대고 냄새를 맡아보았다. 코끝으로 쎄한 쑥 향이 훅 들어왔다. 여전히 풀을 뜯고 있는 철구의 손을 끌어당겨 쑥을 쥐여주었다. 내가 냄새를 맡으며 철구에게도 맡아보라고 턱짓을 했다. 철구는 쑥을 내려다보다 천천히 코끝에 가져다 대었다. 눈을 감고 쑥을 코끝에서 떼지 않는다.
“이게 세상이야. 향기.”
—「저 너머, 샹그릴라」에서
■ 차례

작가의 말 … 002

미루나무 女子 … 007   
破淚(파루: 눈물은 깨지고) … 041
매듭 … 069 
봄밤의 세레나데 … 099
살아남은 자의 기록 … 125 
오얏꽃 피면 … 151
저 너머, 샹그릴라   189
오, 나의 배트맨 … 223 
피안으로 가는 길 … 253 
이준옥

경기도 양평 출생
조선일보사 〈주부생활〉 쓰고 싶은 이야기 대상 당선
MBC 라디오 단편소설 공모 대상 당선
서울신문 영화 소재 공모 대상 당선
경향신문사 레이디경향 경기 인천 기자
MBC 라디오 〈임국희의 여성살롱〉 리포터
KBS 라디오 〈한국수필〉 공동 수필 추천 완료
제1회 전태일 문학상 소설 당선
한국예총부천지회 문인부문 예술공로상 수상

한국작가회의, 한국소설가협회, 부천소설가협회 회원

소설집
『저 너머, 샹그릴라』
회사소개 개인정보취급방침 출간문의 찾아오시는 길 사이트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