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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말하지 않는다
전수일
소설
46판(128*188)/224쪽
2020년 4월 28일
979-11-5860-829-3(03810)
13,000원
□ 작가의 말

작가의 말

수돗물에 관한 이야기다.
책을 낼 때마다 이 글은 사람들이 꼭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글을 썼다. 이 글도 또한 그렇다. 그러나 결과는 혼자 웃는다. 그래도 나는 먼 하늘을 보면서 외친다.
“이 책은 꼭 출간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수돗물 개선을 위하여 홀로 ‘수도’ 잡지를 만든 재미동포이신 ‘노신사’의 유언처럼 원고지를 채웠다.
내용은 수돗물의 인산염 설비보호제 투입에 관한 연구 논문을 바탕으로 이야기가 이루어진다. 수많은 화학 물질을 사용하는 현실에서 가습기살균제 사건 같은 일은 현재 진행형이다. 우리의 수돗물도 예외는 아니다.
‘수도(水道)는 생명길이다. 생명이 다수결이나 권력에 의해서 결정되어서는 안 된다. 무지나 고집에 의하여 결정되어서는 더더욱 안 된다. 수돗물은 검증된 지식, 아니 신(神)이 허락한 기술로만 만들어져야 한다.’
-수돗물 먹고 죽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나?-
본문에 나오는 문장이다. 미래를 알 수 없는 현재의 무책임하고 무서운 표현이다. 인간의 욕심과 무지로 세상은 자정능력을 잃어가고 있다. 그 해결책은 무엇인가?

-우리나라는 후진국이다.-
본문 속 박 노인의 말처럼 우리나라는 후진국이다. 앞 선 나라들이 연구하여 이미 선택한 수돗물 처리방법이라면 그 내용에 대한 실천을 망설일 필요가 없다. 우리나라의 아파트 수돗물에 투입하는 인산염 설비보호제의 중단과 그 대책 말이다. 박 노인은 ‘기준’이 없는 나라가 후진국이라고 결론지었다.
우리나라의 수돗물 개선을 위하여 타국에서 노력하는 사람이 있었다. 본문에 기록한 재미동포이신 ‘노신사’이다. 한국에서 수처리 전문 잡지인 ‘수도(水道)’를 만든 분이다. 작가는 마산 정수장 근무시절 ‘수도’ 잡지에 대한 문의 편지 한 장의 답신으로 ‘노신사’의 방문을 받았다. 잊히지 않는 기억이었다. 이 글이 좋은 수돗물 만들기에 도움 되기를 바라면서 마지막 인사는 ‘노신사’께 바친다.
2020. 2.


□ 본문 중에서

*새천년 아파트

*1
서기 2030년 봄,
부산 영도 청학동의 새천년 아파트에 무서운 소문이 나돌았다.
-우리 아파트에 40년 살면 죽는다.-

새천년 아파트는 지은 지 39년째다.
청학동 옛 버스 종점 위 산비탈에 위치한 새천년 아파트는 세 동이 요철형으로 지어졌다. 가구 수는 270세대가 15층 건물 3동에 나뉘어있다. 한 세대의 평수는 33평으로 똑같다. 창문을 열면 어느 집이든 바다가 바라보인다.
-우리 아파트에 40년 살면 죽는다.-
노인회장은 아내의 귀띔으로 이 소문을 들었다. 아내의 말을 괜한 소리라고 털어버리려 해도 쉽게 마음이 가라앉지 않았다. 노인회장은 아파트 관리소장과 운영위원장에게 이 사실을 물어봤다. 두 사람도 소문을 들었다고 했지만 진원지는 알지 못했다.
아내는 이 소문을 101동 강 할멈에게서 들었다고 한다. 강 할멈도 어디서 들었는지는 기억하지 못했다. 아내는 강 할멈과 자주 만난다. 강 할멈은 목소리가 강하고 아파트 일에 모르는 게 없다. 한마디로 아파트 스피커다. 그래도 성격은 올곧은 면이 있다.
노인회장은 입맛을 다셨다. 다음 월례회 때 강 할멈을 만나면 괴소문에 대해서 물을 것이다. 모른다고 하면 그런 것도 모르냐면서 닦달할 것이다. 노인회장은 돋보기를 쓰고 휴대폰을 들었다.
-40년 된 아파트-
-40년 된 아파트 주민 죽음-
검색 제목을 정한 노인회장은 천천히 자판을 두드렸다. ‘40년 된 아파트’ 검색창에는 죄다 아파트 리모델링에 관한 내용이다. 마지막 글이 헛웃음을 나오게 한다.
‘40년 된 아파트에 투자하세요. 묻어 두시면 돈이 됩니다.’
‘40년 된 아파트 주민 죽음’의 검색창은 더욱 재미없다.
‘죽음에 대한 답변은 역시 죽음이다.’
검색창의 끝은 결국 아파트 재건축에 대한 돈 이야기이다.
*비브리오 패혈증

*1
괴담 조사반 두 사람은 이 주일 동안 스무 집을 방문 조사하였다.
그 중 네 집은 사람이 없어 조사하지 못하였다. 이국형이 노인회장에게 중간 결과를 설명했다.
“괴담에 대하여 아는 사람은 없었지만 수돗물만 먹는 집에 혼자 사는 노인이 많은 것 같습니다. 네 집 중 세 집이 혼자였고 한 집은 할아버지가 아파요.”
이국형의 보고를 들은 노인회장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강 할멈의 말처럼 수돗물에 문제가 있는 것일까?”
세 사람은 말없이 서로의 얼굴만 쳐다봤다. 노인회장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두 사람을 한동안 바라봤다.
허태식과 이국형은 조사하지 않은 나머지 열 집을 다음 주에 조사하기로 계획했지만 허태식이 처갓집에 간다는 말에 괴담 조사를 일주일 미루기로 했다. 조사를 연기하는 동안 변수가 있으면 서로 연락하여 일정을 조절하기로 약속하고 두 사람은 헤어졌다.

허태식의 처갓집은 경남 남해군 서면이다.
처갓집 마을에서 바라보면 한려수도의 끝자락이 손에 잡힐 듯 펼쳐진다. 호수 같은 바다에는 커다란 유조선이 걸어가듯 지나간다. 바다로 이어진 길 아래 비탈진 밭에는 고구마 넝쿨이 유조선보다 더 길게 뻗어 있다. 석양이 하루의 아쉬움을 남기고 사라지면 여수 오동도의 등대불이 오늘도 잊지 않고 반짝인다.
결혼 초, 허태식이 저녁에 바라 본 여수 앞바다의 등대불은 이제 옛날처럼 빛나고 반짝이지 않는다. 여수 시가지 야경과 광양만 공업단지의 불빛이 산을 넘어 섬진강까지 닿아 불야성을 이룬 탓이다. 그래도 유리알 같은 불빛을 달고, 어슬렁거리듯 밤바다를 지나가는 커다란 유조선이 항구를 향하여 울리는 뱃고동의 메아리는 언제나 가슴을 벅차게 흔든다.
*후진국

*1
‘우리나라는 아직 후진국이다.’
박 노인의 말을 읊조리며 이국형이 허태식의 팔을 잡아끈다. 두 사람은 상가 발코니에 마주 앉았다. 이국형이 우리나라는 후진국이라는 말에 흥분하여 젊을 때 이야기를 꺼냈다. 이국형이 이곳에 오기 전 아파트 운영위원장을 하면서 경험한 잊히지 않는 여인에 대한 이야기다.

그때는 쓰레기 종량제가 시행되기 전이었다.
아파트 운영위원장에 선출된 이국형은 그날 밤에 임원들을 지명해야 했다. 운영위원회의의 통상적 절차였다. 그러나 동 대표 개개인의 능력을 알 수 없었다. 동 대표 회의라는 게 한 달에 한 번 두어 시간 만나서 안건 토의하고 헤어진다. 불참하는 동 대표도 있다. 특히 여자 동 대표들은 더욱 모른다. 이국형은 동 대표 활동을 겨우 이 년 반 했다.
이국형은 운영위원장 선거 기간 목소리가 크고 의견이 분명한 동 대표를 총무이사로 지명했다. 나이는 오십 초반으로 이국형보다 많았으며 인상도 괜찮았다. 이국형이 개인적으로 만난 일은 없다. 직장에서 노동조합 일을 한다고 들었다.
이국형이 위원장 임무를 육 개월 쯤 수행한 날이다.
퇴근 무렵 총무이사로부터 전화가 왔다.
-따르릉-
전화기를 귀에 대기도 전에 총무이사의 목소리가 달려들었다.
“위원장님, 바쁘십니까? 오늘 제가 귀한 분과 함께 있습니다. 위원장님, 꼭 오셔야겠습니다.”
이국형은 달갑지 않았지만 승낙을 표했다. 총무이사는 다음 운영위원장 자리를 탐하는 예비 위원장이다.
*신(神)은 말하지 않는다

*1
괴담 조사 마지막 집이다.
-103동 202호 이순기-
허태식과 이국형은 엘리베이터의 하단 세모를 눌렀다. 두 사람은 말이 없다. 허태식은 성난 듯한 표정이다. 이국형이 힐끗거리며 허태식의 얼굴을 살핀다.
엘리베이터의 숫자가 멈추었다. 문이 열리자 그 안에 강 할멈과 박 노인의 파출부가 함께 서있다. 이국형이 눈빛을 번쩍이며 먼저 물었다.
“강 할머니, 여기 웬일이십니까?”
강 할멈이 두 사람을 보고 입을 삐죽이며 그것을 이제 알았냐는 듯 쳐다본다.
“우리 형부 집.”
이국형이 제스처를 크게 하며 다시 물었다.
“친형부 집입니까?”
강 할멈이 특유의 비틀 듯한 몸짓을 하며 대답 대신 참외를 들어 보인다.
“친구 언니 집이예요.”
죽은 박 노인의 아내가 친구 언니였단다. 강 할멈은 이국형이 묻지도 않은 이야기를 털어놨다. 명절 때 대신동에 사는 친구와 여기서 만난다고 한다. 강 할멈의 이야기를 듣던 허태식이 이국형의 옷자락을 잡아당긴다. 이국형은 강 할멈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강 할멈이 사라진 자리에서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회장님, 우리 아파트에 40년 살면 죽는다는 것 아세요?-
목차

작가의 말
새천년 아파트
비브리오 패혈증
국제 사기꾼
후진국
설비보호제
신(神)은 말하지 않는다

전수일


경남 남해 출생

낙동강 페놀 유출 사건 때 마산시 칠서수원관리사무소 실험실 근무

한국소설가협회 회원

 

저서

페놀 소동, 달밤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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