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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식 일기
김혜련
문학
신국변형/160쪽
2020년 6월 30일
979-11-5860-857-6(03810)
1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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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만 십 년 만에 시집을 낸다. 그 십 년이라는 세월 동안 무엇을 하며 살았을까? 고등학교 교사로서 삼십 년 이상의 경력을 쌓았고, 두 아들을 성인으로 키웠고 꾸준히 시를 발표하면서 바쁘게 살아왔다. 
언제부터인가 지인들을 만나면 그들은 내게 약속이나 한 듯이 시집 언제 낼 거냐고 묻는다. 내 게으름과 무기력함을 질책하는 것 같아 부끄럽고 당혹스러웠다. 시집을 내야 하는가? 고민스러웠다. 자그마치 십 년 동안 고민해 왔다. 시집을 내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일인가? 사실 지금 이 순간까지 이 고민에 대한 정답을 얻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시집을 내기로 결심한 것은 지인들에게 마음의 부채를 다소나마 갚고자 하는 마음이 앞섰기 때문이다. 
이 부끄러운 시집이 나오기까지 가장 큰 자극을 주신 문학평론가 장병호 선생님과 김효태 시인께 깊이 감사드린다.


2020년 코로나19가 존재감을 더해가는 어느 날
김혜련




야식 일기



외로움이 너무나 무거워
어깨 빠지는 듯한 밤이다 싶으면
야식을 찾는 버릇이 생겼다
남편을 그 섬으로 보내고
아이들을 컴퓨터에 빼앗기고
안방에 홀로 남겨진
불혹에 익숙한 여자
칠오이에 구구빵빵 눌러
평소 쳐다보지도 않던
환장하게 매운 불닭을 시키며
매운 시를 쓰는 여자
앞 동 불빛이 사라지면
거북한 배를 움켜쥐고
밤새 썼던 시를 닭뼈와 섞어
쓰레기통에 쳐 넣는
뱃살 볼록한 여자
외로움의 무게만큼 밤은 깊어간다 




아버지의 구두



썩은 양파처럼 쿨럭쿨럭 내리는 빗물이
아버지의 고방에 마실 나왔다
가난이라는 소금기에 절여진 아버지의 한평생에는
변변한 구두 한 켤레 없었다
때 묻은 흰 고무신이나
태생부터 까만 검정고무신이 
아버지와 함께 칠십 평생을 걸어왔을 뿐이다
작년 생신 때 반강제로 백화점에 모시고 가
검은 구두 한 켤레 사드렸더니
“농사짓는 놈이 구두는 무슨…….” 하시더니
집에 손님이 올 때마다
친구 분들이 놀러 오실 때마다
고방에 고이 모셔둔 구두를 꺼내 선보이시며
“우리 딸내미가 선물헌 거여.”
입꼬리가 귀에 걸리도록 자랑을 늘어놓았다는 
어머니의 말씀을 들으며
소금물 들이킨 것처럼 울음을 토해내야 했다
“아이고, 불쌍헌 양반아! 
막둥이 장개갈 때 신는다고 고방에 모셔두더니
한 번도 제대로 신어보지도 못허고
황천길 가시게 되었으니 원통해서 어쩐다요?”
어머니의 통곡으로 저린 가슴을 쓸며
썩은 양파 같은 빗물을 내가 맞고 있다



차례


시인의 말


1부 팔영산

팔영산
버드나무
산국
비 오는 날 밤
장마전선
가을 숨지다
겨울밤
진눈깨비 내리는 날
봄은 아직도 후진 중
봄에 대한 새로운 정의
장미공원에서
봄 밤
첫 눈 내리는 날 내레이터 모델을 보며
큰개불알풀꽃
2013 가을
칼랑코에 분갈이
단풍 노숙
실종된 가을
발길질
무화과
손바닥선인장
억새풀


2부 교지 편집을 하며

교지 편집을 하며
교지 1차 교정을 하며
시를 가르치며
컴퓨터 파일을 옮겨 심으며
교과교실 컴퓨터
71번 시내버스를 기다리며
나를 쉬게 하고 싶다
노트북
글을 쓴다는 것
낙태
곰팡이를 닦으며
1988 이포리 쪽방
붕어빵
시간 저장고
씨븐너물할매
압력밥솥
포맷


3부 종합병원 진료 순번 대기 중

종합병원 진료 순번 대기 중
병상 일기1-병든 짐승
병상 일기2-눈물
병상 일기3-병실의 밤
담석이 새끼를 치다
죽이는 만찬
밤 운동
추적 검사
노인전문병원 중환자실
병원 가는 길-친정아버지
살처분
야식 일기
변사체 센서등
폐냉장고
검버섯
초록 철대문
바람님
슬픈 비밀
폐교에서
잠든 밤


4부 육교에서

육교에서
문자 메시지
선풍기
스무 살의 여름
도토리묵
밤 9시 근린공원에서
구두
나이
열대야 공원에서
가방을 버리며
보이스피싱
휴대폰 단축키
스마트폰
가시옷
아침 피아노 소리
먼지
미세먼지
잠보
전셋집
면소재지 마트


5부 2월 하루

2월 하루
인력시장
새벽밥을 지으며
아버지를 보내며
영세공원에서
청소부 김 씨
아들을 군대에 보내며
봄을 기다리며
기억을 잃은 아내
마지막 꽃단장
할매 팥죽
못난 가장
칼국수를 꿈꾸며
태풍 부는 날
김치
할머니의 유모차
고향집
무시래기
염색
화장장에서
아버지의 구두
오래된 달력


김혜련(金惠蓮)


전남 광양 출생

순천대학교 교육대학원 국어교육전공 석사 졸업

1988년 3월 1일 노화종고 교사로 첫 출발

2000년 5월 『문학21』 신인상 당선 등단

2007년 11월 『시사문단』 신인상 당선

순천팔마문학회 회원

한국시사문단작가협회 회원

빈여백 동인

한국문인협회 상벌제도위원

현재 광양여자고등학교 국어교사로 재직

시집 『피멍 같은 그리움(2007)』, 『가장 화려한 날(2010)』

공저 『평행선(2001)』외 24권

명작선 한국을 빛낸 문인 선정(2015, 2018, 2019년)

제2회 북한강문학상 수상(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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