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의 말
온 세상이 바이러스에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연애하듯이 살고 싶고, 사이다 같은 이야기만 하고 싶은 게 우리의 마음이다. 신록의 계절에 한 줄기 바람은 얼마나 시원한가? 한 구절의 시가 독자에게 따듯한 위로가 되고 희망이 되었으면 한다.
2020년 여름 김현숙
□ 본문 중에서
*꽃의 전언
알스트로메리아, 꽃말은 새로운 만남이야
농장주들은 봄을 기다리고 꽃집 주인은 졸업시즌을 기다리고 당신은 나의 숨은 향기를 꺾고 싶어 하지 경매인들은 사랑의 상향가 낙찰을 기다리지만 간혹 몇 차례씩 유찰되는 봄은 꽃가위로 잘근잘근 향기를 거세당했어
당신은 거짓 유혹을 엉거주춤 못 이기는 척, 눈감고 넘어가다 낭패를 당한 시즌이 있다고 하셨나요?
어린 날 이웃집 할머니 꽃상여가 나갈 때, 습자지로 만든 하얀 꽃송이가 목에 가시처럼 걸려 눈물이 났다는 당신 몸이 달아서 꽃들이 향기를 이식하고 싶어 하네요, 사랑이 별건가요? 느낌의 경계에서, 문 밖과 문 안의 감정을 희롱당하고 싶은 설렘이지요
꽃향기 흩날리며 내 꽃의 중심을 부풀리고 있어요 내 몸의 언어를 터치해 주세요, 당신께 낯선 떨림을 충전해 드릴게요
*라일락꽃
대문 안에 누가 사는지가 궁금한 건 아니지만 발걸음을 멈추게 한 건 다 네 탓이다
담장을 버젓이 넘고서 저리도 여린 꽃을 피웠을까?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꽃가지를 나는 그만 어찌해야 할까요?
까치발 세우고 꽃에게 물어보지만
대답보다도 진한 향기만 보냅니다
□ 해설 중에서
짧고 선명한 감성적 문장과 독특한 개성, 향토적 아이덴티티가 주는 긍정 에너지
이인선(시인, 문학평론가)
김현숙의 시에는 짧고 선명한 감성적 문장과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독특한 개성과 시인의 향토적 아이덴티티가 주는 긍정 에너지의 힘이 녹아있다. 김현숙의 시에는 뛰어난 학자와 시인을 배출한 상주의 향토적 순수와 강직함이 문장의 행간에 녹아있다. 시적 배경이 된 고향 상주의 흙의 DNA에서 파생한 언어의 러너 줄기들의 소소한 집합체가 즐거움을 준다. 그의 시는 톡톡 튀는 개성과 고향의 자연과 어머니, 초록색이 희망과 생성 에너지를 분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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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숙의 시는 타고난 시적 감성과 끼를 지니고 있다. 연애 감각이 있어야 시의 이미지가 달콤 쌉싸름한 미각을 풍긴다. 김현숙의 「꽃의 전언」은 감성의 요철을 부드럽게, 뜨겁게, 날렵하게 구부린 언어 감각이 이미지의 음각과 양각을 한다.
알스트로메리아, 꽃말은 새로운 만남이야
농장주들은 봄을 기다리고 꽃집 주인은 졸업 시즌을 기다리고 당신은 나의 숨은 향기를 꺾고 싶어 하지 경매인들은 사랑의 상향가 낙찰을 기다리지만, 간혹 몇 차례씩 유찰되는 봄은 꽃 가위로 잘근잘근 향기를 거세당했어
당신은 거짓 유혹을 엉거주춤 못 이기는 척, 눈감고 넘어가다 낭패를 당한 시즌이 있다고 하셨나요?
어린 날 이웃집 할머니 꽃상여가 나갈 때, 습자지로 만든 하얀 꽃송이가 목에 가시처럼 걸려 눈물이 났다는 당신 몸이 달아서 꽃들이 향기를 이식하고 싶어 하네요. 사랑이 별건가요? 느낌의 경계에서, 문밖과 문 안의 감정을 희롱당하고 싶은 설렘이지요
꽃향기 흩날리며 내 꽃의 중심을 부풀리고 있어요 내 몸의 언어를 터치해 주세요, 당신께 낯선 떨림을 충전해 드릴게요. ―「꽃의 전언」 전문
위의 시는 상상력의 비약이 감성 세포의 눈물과 열정을 증폭시킨다. ‘알스트로메리아- 어린 날 이웃집 할머니 꽃상여에 매달린 하얀 습자지 꽃- 내 꽃의 중심- 당신에게 낯선 떨림을 충전해 주고 싶은 욕망’으로 구조화된 변이되는 감수성은 시의 필요충분 요소인 ‘끼와 측은지심, 욕망’을 관통하고 있다. 삶에서 라깡의 욕망이론을 빼면 생의 생명 의지가 거세된다. 욕망은 생산의 근원이며, 예술의 모태다. 김현숙의 시는 젊은 감각과 노인의 감각, 도회스러움과 시골스러움을 동시에 간직한 통합적 경향을 나타낸다. 그 힘을 향토적 순수와 고향의 자연에서 얻은 솔직함과 건강함이 주는 열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