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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쓸쓸한 오후
최은진
시집
국판변형/132쪽
2020년 11월 20일
979-11-5860-892-7(03810)
10,000원

■ 시인의 말


참 먼 길을 돌아온 것 같습니다.

가슴에 다 담지 못한 생의 부스러기들이 동화 속 한 장면처럼 하나씩 하나씩 사라질 때마다
어디로 가야 하나 길을 잃어 서성이기도 했습니다.

수많은 생의 바다에서 늘 섬처럼 외로웠지만 그 외로움 또한 나의 푸른 언어가 되었습니다.
죽을 만큼의 통증도 어느 날엔 별 하나 바라볼 수 있는 눈동자가 되어 주었고 계절의 오고 감에 펼쳐지는 저 풍경들이 나의 언어가 되어주었습니다.

학창시절 지금은 고인이 되신 이재금 선생님의 생가를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이재금 선생님은 나의 담임이자 문예반 선생님이셨고, 우리들은 선생님의 생가에 가서 별을 보고 옥수수를 먹으며 시를 짓고 시낭송도 하고 그렇게 아름다운 밤을 보냈습니다.

붉은 포도 주절이 열려 있고 젖소 울음 낭랑했던 그날의 여름밤이 어느덧 글을 쓴 지 34년이 될 수 있도록 늘 곁에 있어주었습니다. 절절했던 그리움들 때로는 사랑으로 때로는 슬픔으로 때로는 스승님의 마지막을 지키기 못했다는 그 진한 죄책감에 나의 언어는 눈물을 머금을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가슴에 남은 언어는 늘 가난했으며 이름 없는 마음 한 귀퉁이에 웅크리고 앉아 살아야했습니다. 내 부족하고 가난한 마음이 얼마나 스며들었는지 지금도 난 잘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잘 썼든 못 썼든 글은 제 진심이며 제 마음입니다.

시를 쓰며 진실된 삶을 살고 싶었고
시는 늘 깨끗해야 했으며
시는 거짓된 언어로 살아서도 안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시는 나 자신이어야 하고
시는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의 진심이어야 하고
시는 보이지 않는 눈물과 슬픔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던 나의 가난한 풍경들이 이제 부끄러운 언어로 묶여 있던 숱한 날들의 그리움들을 한 올 한 올 실타래를 풀어 저 멀리 떠나보내려 합니다.

여기 쓸쓸한 오후를 살아가는 한 여자의 가슴이 걸려있습니다.
쓸쓸한 오후라는 제목을 올린 이유는 오후는 저의 중년의 삶을 의미하고 그 중년의 삶속에서 조금은 쓸쓸했던 마음들을 표현했기에 책의 제목을 『조금은 쓸쓸한 오후』라고 지었습니다.
어린 시절 아침엔 해맑았습니다.
모든 것이 희망적이었고 모든 것이 즐거웠으며 잠깐의 실수도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뜨거운 한낮의 젊은 시절은 삶의 투쟁이었고 살아나갈 열쇠를 찾아내기 급급한 시절이었습니다. 사랑은 때때로 전투적이었고 때때로 눈물겨웠으며 때때로 찾아오는 삶의 고통에 진저리치기도 한 날들이었습니다.
그 시간들을 지내고 이제 저는 쓸쓸한 중년의 오후에 서 있습니다.
흘려보낼 것은 흘려보내고 가슴에 담아 둘 것은 담아두려 애를 쓰는 지난 추억에 눈물을 쥐어짜는 나는 중년의 깊은 오후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 중년의 오후에 서서
부끄러운 첫 시집을 저의 은사님이셨던 고 이재금 선생님의 영전에 감히 올립니다.


유난히 긴 장마로 힘겨웠던 이들에게 희망을 전하고 싶은
2020년 8월의 어느 날에
생림면 선곡에서 최은진

 

 

■ 본문 중에서

*너

이 꽃잎 다 진 후에야
나는 너를 바라본다

내게 늘
꽃처럼 피었던 너

너가 떠나고서야
나는 한 송이 꽃을 바라본다

 

*꽃등

어지러운 세상에
작은 꽃등이 되고 싶다

날 스쳐가는 바람에도
향기를 나누어주는

그런 조그만
꽃등이 되고 싶다

 

*어느 날에

가녀린 가지 위에
밤새 내린 빗방울들

떨어지는 가을이
시나브로 아팠나보다

몸져 누운 이파리는
노란 슬픔 토해내고

흔들리다 널브러진
하늘은

바람에 걸려
자꾸만 고꾸라진다

시인의 말

 

1부 잠깐의 슬픔

14 노을
16 너
17 새벽에
18 비는 내리고
20 그런 거야
21 비 내린 후
22 나는
23 7월의 어느 밤
24 출근길에서
26 사랑하는 사람아
27 그렇게 1
28 6월에
29 그렇게 2
30 잠깐의 슬픔
32 그대에게
34 그러하기를
36 양귀비꽃
37 그랬음 좋겠어
38 5월에
39 노을
40 바람꽃


2부 나팔꽃

42 어느 날
43 새벽 단상
44 집으로 가는 길
45 4월에
46 봄
47 목련
48 꽃등
49 3월에
50 봄에 앉아
52 봄날에
53 나팔꽃
54 고드름
55 섬
56 얼음 바위를 보며
57 바다만 같아라
58 잠자리의 죽음
59 새벽
60 작은 명상
62 생의 위에서
63 사랑
64 꽃이었음 좋겠다


3부 통증

66 그러겠지
67 새벽에
68 2월의 밤
69 눈 오는 날에
70 너에게 난
72 그러한 날들
74 여우 이야기
76 민들레를 보며
77 산골풍경
78 적적한 날
80 산다는 게
82 겨울이 좋아
84 1월의 풍경
85 사랑
86 상처
88 겨울풍경
90 그렇게 3
92 알고 있어요
93 수선화
94 통증
96 마지막 잎새

 

4부 중년의 삶… 그랬으면 좋겠네

98 안개
100 나무
102 가을
104 솔숲 사이로
105 그리움
106 가을이 온다고
108 그러렵니다
110 무제
111 무제 2
112 10월의 어느 날에
113 나무처럼
114 우문
116 사람의 향기
118 어느 날에
119 그대
120 하루
122 그대
123 행복
124 야속
126 언제나 그랬으면 좋겠다
128 중년의 삶… 그랬으면 좋겠네

최은진

 

1974년 부산 보수동에서 태어나 말양에서 어린 시절 을 보내고 다시 부산에서 학창시절을 보내다. 대학에 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였으며 현재도 공부 중이다. 초등학교 때 무용과 서예를 배우다. 1986년 밀양 밀성 여중 문예반에 들어가 故 이재금 선생님의 제자가 되 어 시를 배우다. 대학 때 백일장대회에서 장원을 하다.

2017년 한울문학 시 부분 등단 한국문인협회 나주지부 회원 나주문인협회 회원

<시집>
『조금은 쓸쓸한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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