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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흐르는 물이 되련다
강성배
시집
국판변형/160쪽
2021년 3월 30일
979-11-5860-936-8(03810)
10,000원

■ 작가의 말

희망은 절망을 통해


내가 살아오는 동안에 봄바람과 가을비가 수없이 스쳐갔다. 정녕 연령은 시간과 더불어 나타나고, 굳센 의지도 세월과 더불어 사라져 간다는 말이 새삼스레 떠오른다. 마치 캄캄한 밤 주마등처럼 희미하게 스쳐가는 과거의 내 모습이 눈앞에 아롱대는 듯하다. 나는 주로 혼자인 시간이면 마음의 사진첩을 몰래 들여다본다. 나만의 세계이자, 동심이 그렇다.

지금 다들 어디서 무얼 할까. 아주 어릴 적, 코흘리개였던 내 소꿉친구들, 시골길 비포장도로 등하굣길에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장난질 치던 모습들이, 청장년에 접어들어 친분을 나눈 사람들의 얼굴까지도 떠오른다. 이 모두가 돌이켜 보면 볼수록 소중하고 아름다운 추억들이다. 나는 틈틈이 책을 읽을 때에도 이들을 상상하면서 이들에게 미처 못 한, 나의 마음을 주제로 글쓰기를 즐긴다.

우리 속담에 ‘고양이 죽 쑤어줄 것 없고, 생쥐 볼가심할 것이 없다’고 할 정도로, 나는 극빈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아직도 기억 속에 사라지지 않는 우리 집 풍경은 삭막한 빈곤이 전부였다. 그런 지긋지긋한 가난이 정말 싫었다. 가난뱅이 자식이라 무시하는 눈빛도 싫었다. 더더욱 남에게 베풀 수 없어 싫었고 남에게 자존심마저 거부당하는 것이 싫었다. 추위에 떤 사람만이 햇볕을 따뜻하게 느낀다고 했듯이, 그래서 가난을 극복하기 위해 불철주야 궁리하면서 온갖 잡다한 일을 다해봤다. 간신히 종자돈을 마련하여, 의류와 식품을 유통시키는 사업에서 거금도 만져보았다. 과욕이 화근이었다.

지명지년知命之年인 50대 초반에 접어들어, 나는 뜻하지 않은 낭패를 피할 수가 없었다. 일상대로 밀고 나갈 일을, 사업을 확장한답시고, 수입 품목에 눈을 돌린 것이 화근이 되었다. 의류이거나 건어물이라면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거금을 투자해 호주산 우족牛足을 대량으로 수입하여, 냉동컨테이너에서 출하를 할 판에, 복병을 만난 셈이었다. 소위 ‘광우병 파동’이었다. 온갖 매스컴은 연일, ‘인간 광우병은 기억력이 상실되고 이상행동을 보이며 정신지체 및 치매가 생기고 수족의 무의식적 운동 등으로 나타난다.’고 겁을 주기 시작했다. 이렇게 신문마다 대서특필되자마자 온 국민이 난리였다. 나는 너무나 황당하고 전혀 예상 못한 파동이라,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거금을 들여 어렵사리 수입한 우족은 결국 폐기처분되고 빚만 고스란히 남게 되었다. 그러나 이 파동은 내 삶에 커다란 교훈을 새겨주었다.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조그마한 재물에 만족하고 사는 사람’이라는 것을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우족 수입이 내게 준 대가는 너무 큰 고통과 좌절의 시간이었다. 이로 인해 심한 우울증에 시달려야만 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죽고 싶은 심정뿐이었지만,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 혼자서 몸부림치는 가운데 하루하루 일기를 쓰듯이 매일 한 편씩 짧은 글을 쓰기 시작했다. 마치 내가 나에게 숙제를 낸 것처럼 순간순간 감정이나 색다른 일들을 놓치지 않고 메모해 두곤 했다. 희망은 절망을 통해 이룰 수 있는 것인가.

극도로 심한 우울증 속에서 문학을 만났다. 한 달에 두 번 ‘시창작법’ 강의를 청강하면서 시詩의 형식과 내용, 그 묘사방법을 조금씩 알게 되었다. 예습과 복습을 통해 시창작법에 매달렸다. 자작시를 통해 나의 울분과 절망 그리고 허무까지 분출시키는 조력자로 여기고 싶었다. 내 울적한 기분을 전환시켜주는 고마운 친구인 셈이다. 시에서는 아무리 캄캄한 방에서도 온 세상이 다 보인다. 해와 달과 별은 물론, 심지어는 나무와 돌과 바람과도 대화할 수 있는 창구가 되었다. 나는 이 따분한 세상에서 이따금 자연의 친구들과 더불어 세월을 읊을 수 있으니, 오히려 행복하다.

끝으로 이 시집이 나오기까지 도움을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리며, 아울러 여러 가지 어려움 속에서도 참아준 아내와 두 딸에게도 고마움을 표한다. 그리고 소상한 가르침을 아낌없이 베풀어주신 이만재 선생님께 감사드린다.


논산 우거에서
연석



■ 본문 중에서


*봄이 오는 길


춥고 길었던 겨울을 지나 따뜻한 봄이 오는 것은
자연의 섭리를 따라 행해지는 것
오월의 햇살은 애기
속살 같은 꽃잎과 같고
이파리들은 밀어내듯이 꽃을 피우는 것은
자연의 순리가 아닐는지

훈풍에 못 견딘 산과 들로
푸른빛으로 온통 천지를
풋풋하고 에너지 넘치는 봄의 향연은
천지를 펼쳐 놓은 것 같습니다

봄이 오고 꽃이 피고 산이 있지만
언제나 맞이하는 봄의 새 생명들은
늘 경이롭고 설레는 감동을 주는 건
그냥 그렇게 오가는 자연스러움
때문인 것 같다



*보석 같은 엄마 품


탯줄 같은 강
언제나 마른자리 진자리 골라
저희를 길러주시고
인간으로 만들어 주시는
당신은 강입니다

넉넉한 그늘 같은 산
지치고 힘겨울 때마다 품어 쉬게 하시는
당신은 산입니다

수천 년 세월에도 변함없는 바다
늘 언제나 그 자리에서 반겨주시는
당신은 바다입니다

모진 바람 속 구름처럼 흩어질 때에도
기꺼이 한줌 소금을 남기시는
어머니

당당히 남기신 소금
당신의 눈물이 다녀가신 내 가슴속 발자국 마다
오늘도 반짝이는 하얀 보석

추천사_이만재(시인, 문학평론가)
서문


1장 짝사랑

짝사랑
이슬 구름
봄이 오는 길
오염
무상무념
허무
황혼
희망의 꿈속 이야기
깨달음
보석 같은 엄마 품
파도와 바위
청 보리
단추 한 개
옛 생각
우리 할머니
원두막
때가 오면
바닷가에서
그리운 동
비애
한국의 맛
늦은 가을날에
불효자
국화향 그대
사진
조금은
사진 속 어머니
사진 속 추억
빛바랜 흑백사진
젊은 날 추억
후회
엄마 목소리


2장 방탕자의 삶

방탕자의 삶
보슬비

장독
잠 못 이루는 가을밤에
겨울비
하나밖에 없는 선물
장미꽃
젊은 날의 상념
그리움
망각의 겨울
그림자
인생
계절의 길목
망치
작업장
멀리 가는 인생
아버지
계절의 여왕
봄꽃
여정
어머니의 기도
사랑하는 그대
화인이 되어버린 어머니
하얀 세상의 인연
바늘과 실
겨울의 인연
생각
기억
봄바람
마른 화분
샘이 깊은 물
거울


3장 어떤 아픔 어떤 슬픔

어떤 아픔 어떤 슬픔
심증
널 위해서라면
나가 부러워
그물
시작을 위하여
봄이
달 속 어머니 모습
배움의 소중함
청출어람
상록수
부담스러운 마음
딸아
추억이 된 겨울
지난 것들에 대한 추억
여명
어느 겨울밤에
마음의 수평
무지개
바람아
기억
햇살 담은 포근한 바닷가

분홍빛 인생
회상
가질 수 없는 사랑
인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

비에 대한 짧은 사색
인생
영혼을 잃은 나


4장 코스모스 길

코스모스 길
내 님
풀 밭
농군
나비처럼
향수
사계
이별
가을 향기
참회의 눈물
가을
칼국수
산사의 하루
숨비 소리
깨달음
저 산사(山寺)에

가슴을 열고
해탈의 열반을
닮고 싶은 사람
참새
언덕배기 하얀 예배당
심연
가을 날

주어진 운명
세월
한 마리 새가 되어
걷이
계절의 길목
소소한 추억들
나는 돈이 되고 싶다

강성배


필명: 연석(然石)
1957년 전북 군산 출생
2014년 6월 『한맥문학』 시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
문예사조문인협회 회원
불교문인협회 회원
유통업(현)

시집 『차라리 흐르는 물이 되련다』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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