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의 말
물음표가 남긴 느낌표의 흔적 여명과 노을 사이 낮과 밤이 존재하듯 우린 물음표로 왔다 느낌표로 살다 물음표로 돌아가는지 모른다. 그 물음표가 남긴 느낌표의 흔적들, 그냥 버리기엔 왠지 허전하고 아쉬움이 남아 그동안 일기처럼 써둔 작품을 정리하여 작년에 이어 두 번째 시집을 출간하게 되어 감회가 새롭다. 하나의 생명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여정 속에서 숨 쉬며 살아가는 느낌의 흔적들은 나에겐 큰 의미요 삶의 얼굴이라 여겨진다. 시간과 계절의 틈새에 피는 잘 다듬어지지 않은 야생화처럼 일출과 노을에서 풍기는 사유의 아름다움을 음미하며 잠시 쉬어가는 여정의 쉼터가 되었으면 한다. 물이 흐르듯 흘러가고 머물고 싶은 순간들, 흔적이라도 남길 수 있다면 자애의 징표로 남기고 싶다 센티한 소년의 여백에 꽂힌 언어의 꽃 시(詩)가 열린 나무 한 그루, 마음 밭에 심었지만 그동안 돌보고 가꾼 시간이 너무 여리고 어설퍼 별 같은 널 애지중지 가슴에 품고만 살았나 보다. 하지만 고목에 새순이 돋고 잎이 피기 시작한 시목(詩木), 네 질긴 인연의 고리가 나를 사랑에 빠지게 만들었나 보다. 미흡한 속내 드러낸 시목, 조금이나마 삶의 갈증을 적시고 빈 가슴 채울 수 있으면 좋겠다. 철 지난 시목에 꽃을 피워 그동안 못 다한 사랑 주고 싶다 늘 신선한 재료와 맛깔스런 양념을 넣고 정성 것 버무려 맛과 향이 우러나 오래도록 기억 속에 머물 수 있으면 좋겠다. 투명한 마음거울에 핀 꽃, 분신 같은 열매를 세상에 선보이게 되어 마음이 개운하고 출판사의 노고에 감사드리며 이 기쁨을 지인, 아내, 가족과 함께 나누고 싶다.
2021년 연둣빛 오월의 향기 속에서 갈원 김정우 배상
■ 본문 중에서 *라일락 향기에 빠지다
(1) 고샅길 담장 넘어 까치발로 보일 듯 그윽한 너에 향기에 빠질까 두렵다 지금도 그 속을 알 수 없는 건 어느 때에는 옅은 안개 뿌리며 아침에 오고 어느 땐, 바람도 숨어버린 저녁 무렵에 찾아든다 뭐라 해도 이토록 기다려지는 건 너의 숨은 향기 체취 때문이리 첫 느낌 내일 담은 미소가 가슴에 맺힌다 오늘 오시려나 어둠이 깔리는 길목 가슴 조이며 기다려진다 잔인한 사월의 끝자락 나도 모르게 그리움 성글어 너에게로 간다
(2) 오늘 오후 집 앞을 가노라니 그윽한 향기의 끌림 가슴팍을 파고들어 안긴다 원초적 향기, 체취로 마음 끄는 임 진정한 삶의 향기란 무엇일까 스스로에게 묻는다 내 삶이 너처럼 향기로우면 얼마나 좋을까 살며, 향기 풍기는 날 얼마나 될까 노을 곱게 물들 무렵 삶의 멋, 향기로 보여줄 수 있다면 당신에게 다가가 마음을 흔들어 깨우고 싶다 2015. 4. 30. 라일락 향기에 취하던 날에
*눈꽃 솜털 같은 눈발이 시나브로 내려 눈꽃이 피여 모두 하얗다 왠지, 발자국 남기고 싶은 설원
보고 싶은 그리운 임 소리 소문 없이 하얀 손을 내민다 꿈속에서나 그리던 눈꽃 오래 머물러 주면 좋으련만 발자국 따라간 흔적 찻잔에 아른거려 묵은 사랑 내 영혼까지 너에게 주고 싶다 2012. 12. 22. 눈꽃 핀 설원에 발자국 남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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