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의 말
그리움! 과거의 경험이나 추억을 그리는 애틋한 마음을 그리움이라 말한다.
인간이 태어나 사(死)의 영역에 도달할 때까지 삶이 존재하는 동안 때와 장소를 불문하고 우리에게 애틋함을 안겨주는 불멸, 필연의 생로병사와도 같은 아마 그런 것이 아닐까? 탄생의 순간부터 생(生)의 마지막 순간까지 삶의 그림자처럼 동행을 이어가면서 때로는 가슴 아픈 순간들을 안겨주기도 하기에 한 번쯤, 그 순간들을 잊어보았으면 하고 수평선 저 너머로 여행을 떠나기도 하지만, 영원히 떨쳐지지 않는 존재가 곧, 그리움이 아닐까 한다. 고통의 순간들을 피할 수 없기에 노(老)와 사(死)의 영역 범위를 좀 더 좁혀서 생(生)의 영역을 넓히려 하고 사(死)의 순간들은 애써 지우려 한다. 하지만 피할 수 없는 사(死)의 순간들은 닥쳐오고…. 영원한 굴레, 결코 벗어날 수 없기에 오늘도 순응하며 묵묵히 걸음을 옮겨가는 그곳에 그림자 하나 남겨 놓고 떠나가는 길, 이것이 곧, 인생의 길이 아닐까? 하여 지난 추억들을 한 곳에 모아놓고 독자와 함께, 희로애락을 공유하면서 인생의 가는 길에 꽃잎 하나 남겨놓을까 한다.
경청(鏡淸) 진용섭
■ 본문 중에서 *풀무소리
꼭, 이맘때였는데, 들꽃이 만발하던 못 오시네, 못 오시네, 한 번 가면 못 오시네 요령 소리 가슴팍을 애이고 두견새 상여 끝 머물 적에 뻐꾹새 찾아와 만장을 들었다 정화수 올려놓고 부뚜막에 덤불 지펴 보릿대 비명 소리 가슴으로 담다가 굽어진 허리 머리가 하얗던 어머님의 풀무소리 빛바랜 경대 동백기름 바르시다 무명치마 동여매고 막걸리 빚어 광주리에 호박전 담고 삼전평리 논두렁길 걷던 모습이 몹시도 그립습니다 힘겨운 수차 소리, 새 쫓는 시름 소리 빛바랜 밀짚모자 까맣던 아버님 얼굴 장죽 연기 그리워 눈시울 붉히시던 어머님의 풀무소리 토방 위에 사금파리 붓끝으로 줄을 긋다가 호박꽃 올려놓고 걸어가던 날 실개천 빨래소리 헐려버린 초가집에 맴돌다 떠나가신 어머님의 영혼소리
*남녘으로 가는 길
깊은 산속 메아리 옹달샘에 모여서 마른 목을 축이다 고독 속에 빠지고 낙엽 쌓인 그 위에 하얀 눈 쌓여서 무르팍 무뎌지면 아련할 것 같아서 하늘 언덕 돌다가 북새바람 올 적에 남녘으로 가는 길 지우고 새로 쓴다 |